[프라임경제] 2015년 4분기 서울상권 임대료는 3.3㎡당 평균 2만9300원으로 전분기대비 7.15% 상승했다. 이는 연말특수로 인한 소비진작과 중국 국경절에 따른 관광객수요 증가 덕이 컸다.
그중에서도 홍대 주변상권 임대료가 두드러지게 올랐다. 경의선 숲길인 이른바 '연트럴파크'가 위치한 연남동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상수동이 대표적이다.
◆상수·연남, 홍대 주변상권 '인기'
권역별 상권임대료 동향을 살펴보면 강남권은 △신사 2.0% △강남역 0.5% △삼성역 -0.5% △압구정 -4.2% 순으로 임대료 변동이 나타났다. 신사동 대표상권인 가로수길과 세로수길은 중국 국경절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외국인 수요가 부쩍 늘었다.
강남역 상권 역시 연말특수 영향으로 활기를 띄었다. 다만 쇼핑거리가 없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진 못했으며, 설상가상 강남권 내 오피스 이전으로 상주인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삼성역 일대는 큰 이슈 없이 한산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매물도 비교적 여유로운 편. 압구정 로데오상권은 유동인구 감소로 어두운 분위기지만 최근 상권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어 반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심권 임대료는 △광화문 6.3% △종로3가 4.7% △종각역 0.2% △종로5가 -4.7% 순으로 등락했다. 광화문은 세종문화회관 뒤쪽과 교보생명 이면부를 중심으로 상권이 조성돼 있으며, 오피스 상주직원이 주 타깃이다. 최근에는 종각·광화문 일대 신규 오피스빌딩이 입주해 상주직원이 늘어난 상태다.
한편, 종로3가는 낙원동 일대 3.3㎡당 5만원대 매물이 출시되면서 가격상승을 유인했으며, 종각역도 소폭이지만 임대료가 올랐다.
신촌권역은 연남동과 상수동·합정역 일대가 강세를 보였다. 연트럴파크 일대 소규모 점포들과 연남동 상권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연남동 경우 임대료가 전분기대비 12.6%나 상승했다. 앞으로 경의선 숲길이 상암동까지 연결되면 연남동 일대 상권 임대료는 더욱 뛸 것으로 예상된다.
상수동과 합정동 일대 점포 임대료도 각각 9.3%, 6.2% 올랐다. 홍대 중심상권의 높은 임대료에 임차수요가 주변지역으로 흘러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홍대상권 임대료는 연남동·상수동의 활약으로 전분기대비 2.0% 하락했다.
이화여대도 상권활성화를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이화여자대학교가 이대상권 일대 빈 점포를 임차해 창업전진기지로 조성한다고 발표하자 저렴한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려는 투자자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영등포는 여의도역과 영등포시장역 임대료가 각각 5.6%·2.4% 상승했고, 영등포역은 6.3% 하락했다. 여의도 상권은 한화갤러리아면세점 개장으로 외국인 관광객 인구가 늘면서 상권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기타권역으로는 청량리 상권임대료가 11.0% 상승했다. 전농사거리 대로변과 전농동에 위치한 대규모 단지 내 상가 매물이 3.3㎡당 5만원대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태원 상권은 경리단길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공방과 작업실이 우사단로로 이동하면서 특색있는 점포들이 늘어나자 '경리단길→우사단로'로 세가 움직이는 모양새다.
◆뜨는 상권 뒤엔 '젠트리피케이션'
분당 상권임대료는 △판교 7.5% △정자 4.3% △야탑 2.0% △서현 -2.0% △미금 -5.9% △수내 -12.6% 순으로 변동이 있었다. 판교는 삼성물산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 상권 활성화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백화점 입점으로 인해 상권내부 분위기는 냉랭한 편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이 입점한 2015년 지역상권 매출은 3283만원에서 2718만원으로 줄었으며, 종사자수 또한 3.6명에서 3.3명으로 감소했다.
수내역 상권은 가수 신해철 거리를 조성한다는 소문에 반짝 상권활성화 조짐이 보였지만 다시 잠잠해진 상태다.
일산 상권임대료는 △마두 4.4% △화정 0.4% △정발산 -0.1% △주엽 -6.4% △대화 -7.2% 순이었다.
마두역 상권은 우수한 교통여건으로 유동인구가 꾸준한 데다 고양지원·사법연수원 등이 위치해 상주수요가 유지되고 있어 안정적인 편이며, 대화는 백화점 인근에 위치한 복합쇼핑몰에서 저렴한 매물이 출시돼 영향을 받았다.
2015년 4분기 상권의 주요이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내로라하는 주요상권 주변으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는 것. 예를 들어 청담동에서 밀려난 예술가들이 가로수길을 만든 것이나 이태원보다 저렴한 경리단길이 뜨는 식이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수요자 측면에서는 갈 곳이 늘었지만 정작 그 상권을 조성한 상인들 처지에선 '죽 쒀서 남 준 격'"이라며 "애써 상권을 만들어 놨더니 턱 없이 높게 오른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다른지역으로 이동하는 게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자체들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의 심각성을 인지한 모습이다. 서울시는 업종제한 등을 담은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내놨고, 앞서 성동구는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전담부서까지 마련한 상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구·부산 등 지방상권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는 해당 상권 내에서 일어나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싸움과 밀접하기에 지자체의 노력이나 대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지역의 문화 조성과 가치 창출도 고려하는 시민적 의식 변화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