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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철마다 수수료 논란…'동네북' 신세 카드업계

김수경 기자 기자  2016.01.21 10: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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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카드업계가 최악의 새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연 6700억원의 부담을 떠안게 된 데에 이어 정치권의 계속된 수수료율 인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우울한 분위기는 지난해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부터 시작됐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11월 금융위 수수료율 인하 방침에 따라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각각 0.7%포인트 내렸다. 3억~10억원의 일반가맹점은 수수료율을 0.3%포인트 인하키로 했다. 

수수료율 인하는 가맹점수수료가 주 수익원인 카드사에 독으로 작용한다. 실제 지난해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약 2조원이었으나 올해부터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순이익의 3분의1이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상황이 이렇자 이미 몇몇 카드사들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일부 카드 상품 발급을 중단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상태다. 심지어 수익 악화 우려로 현대·삼성·롯데카드 등은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다시 한 번 외치며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카드 수수료 인하 후속조치 간담회'를 열어 가맹점 업계 관계자 애로사항들을 금융 당국에 전달해 개선책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여러 정치인들이 영세 가맹점 범위 확대와 일반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중이다.

정치권이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적정 원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것은 카드사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결국 '독'이 될 확률이 높다.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악화되고, 악화된 수익을 메꾸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카드는 오는 6월부터 기존 리터당 90원 청구 할인하던 현대중공업가족카드서비스를 리터당 71원 청구 할인으로 조정할 예정이며, 하나카드도 CLUB1카드·다이아몬드클럽·BC플래티늄 등 6개 카드의 연회비를 변경한 바 있다. 

20일 김근수 여신금융협회 회장, 이기연 여신금융협회 부회장, 각종 카드사 관계자 등이 참여한 여신금융업권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민감한 상황에서 행사 관계자는 "업계가 뒤숭숭해 플래카드 걸기도 어렵다"고 귀띔했다.  

이날 김근수 회장은 "카드수수료율은 적정 원가대로 산정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치권의 수수료율 인하 요청에 대해서는 "우리가 언급할 것이 아니다"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최근 일부 일반가맹점이 원가 반영 등을 이유로 수수료율 인상 통보를 받은 뒤 반발하자 카드업계는 가맹점 애로신고센터를 통해 수수료 산정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 시 적극 수수료율을 조정키로 했다. 수수료율 인상에 뿔난 가맹점 달래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면 3년마다 변경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잡음은 매번 끊이지 않을 것 같다. 

금융당국은 가격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카드 수수료율은 적정 원가대로 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표심 잡기를 위해 정치권이 원칙을 무시한 채 함부로 시장 가격에 개입하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총선 표심을 잡으려는 공약 남발에 앞서 카드수수료 논란을 종결지을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