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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사랑 찾은 최태원 뒤에서···국민연금 또 손해 봤다

오너 ‘추문’에 1개월째 주가 급락, 대주주 국민연금 ‘할 말도 못하나’

이수영 기자 기자  2016.01.19 14: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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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절절한 사랑고백. ‘황혼의 로맨스가이’와 ‘국민 불륜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최 회장의 심경과 별개로 SK 주력 계열사의 주가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주사인 SK는 최 회장 스캔들이 터진 직후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11.07%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도체와 이동통신 강자인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도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이들 주가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3.59%, 11.73%씩 내려앉았는데요. DRAM시장 불황이 길어지면서 실적부진에 빠진 SK하이닉스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일제히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고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죠. SK텔레콤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오너 리스크로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주목할 것은 최근의 주가 하락이 비난여론 같은 심리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 회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김모씨와 SK그룹 해외계열사 버가야인터내셔널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직접 조사에 나서면서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김씨의 존재가 알려졌던 때부터 일부 언론이 그녀의 아파트 거래 내역에 의혹을 제기한 바 있죠. 김씨는 2008년 1월 SK건설이 시공한 서울 반포아펠바움2차 아파트를 15억5000만원에 분양받았습니다. 문제의 아파트는 김씨가 최 회장 사이에서 딸을 낳은 해로 추정되는 2010년 4월 버가야인터내셔널이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김씨는 8억5000만원의 시세차익(프리미엄)을 챙겼습니다.

반면 웃돈을 얹어 아파트를 사들인 버가야인터내셔널은 5년 만인 지난달 22일, 그러니까 최 회장이 언론에 절절한 사랑고백을 ‘통보’하기 딱 일주일 전에 이를 되팔았습니다. 매매가액은 18억원, 무려 6억원을 손해 본 셈이죠.

이 같은 정황에 대해 금감원이 직접 칼자루를 쥐면서 사건은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넘어 최 회장의 배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SK그룹 측은 "합법적인 거래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요.

다만 중요한 것은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사적인 ‘추문’이 한 달 가까이 기업 가치를 갉아먹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공적자금 성격의 국민연금이 지주사 SK를 비롯해 주가 급락에 시달린 주요계열사들에 대주주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SK의 주식 9.40%(661만6619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태원 회장(23.4%)에 이어 두 번째고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7.46%)보다도 큰 비중입니다. SK하이닉스는 법인 SK텔레콤이 20.07%(1억4612만6442주)로 최대주주이며 역시 국민연금 8.10% 지분율로 2대주주에 올라있죠. SK텔레콤도 지주사 SK가 25.22%, Citybank ADR 12.35%, SK텔레콤이 자기주식 10.05%를 보유한데 이어 4대주주가 국민연금입니다.

정리하자면 최 회장의 황혼로맨스는 불륜 커밍아웃(?)에 따른 대중의 거부감을 시작으로 금감원을 비롯한 수사당국의 일거리를 늘렸으며 주요 계열사의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악재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기업가치 하락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은둔경영’을 앞세워 본인은 물론이고 해당 상장사와 세금으로 의결권을 휘두르는 국민연금까지 쉬쉬하는 상황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상장사는 오너의 사유물이 아닌 투자자들의 몫이니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통 큰 특별사면으로 숨통이 트이나했던 SK를 두고 임직원과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