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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부담 덜어줄 '4% 수익' 전세보증금 펀드

월세전환 후 남은 전세금 펀드로…1분기 중 세부방안 마련

박지영 기자 기자  2016.01.15 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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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최근 직장인 A씨에게 뜻하지 않게 목돈 1억원이 생겼다. 서울서 3억원짜리 전세를 살다가 집주인 등쌀에 떠밀려 터를 옮기면서 2억원·월 35만원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않던 목돈이 생겼지만 둘 곳이 마땅찮다. 은행 정기예금에 들어봤자 금리가 연 1.6%밖에 되지 않고, 장기투자를 하자니 나중에 전셋집을 또 구할 수 있어 난감하다.

올해 안에 A씨 고민을 풀어줄 '전세보증금 투자 풀(Pool)' 전용펀드가 도입된다. 세입자들이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한데 모아 민간 연기금 수준인 연 4% 정도 수익을 목표로 굴린다는 얘기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A씨는 연간 400만원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월세로 갈아타면서 생긴 연 420만원가량의 부담을 상당부분 더는 셈이다.

정부가 이러한 방안은 발표한 것은 월세전환에 따른 세입자 주거비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손실 흡수장치 마련 '전세보증금 보호'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6년 대통령 제1차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기존 정기예금 등 단기자금 형태보다 펀드방식 장기자금으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금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전세에서 반전세 또는 월세로 전환해서 생긴 전세보증금을 끌어 모아 대형전용펀드를 조성, 효율적 투자로 운용 수익률을 높여 주기적 배당을 통해 월세납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마련된 투자 풀 운영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전용펀드(母펀드)에 모인 보증금을 채권·펀드·구조화채권 등 다양한 하위펀드(子펀드)에 자금을 적절히 배분해 운용수익을 제고할 방침이다.

또 뉴스테이 등 임대사업·도시주택기반시설 조성에 일정비율 이상 투자해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에도 기여할 방안이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금은 세입자들이 월세납부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매년 주기적으로 배당된다. 또한 필요할 시 세입자들은 투자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저리에 월세대출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밖에 전세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한 채 전세금 인상분만 월세로 돌린 준전세 세입자를 위한 월세대출도 함께 검토 중이다.

원금손실을 막기 위한 손실 완충장치도 마련된다. 펀드운용에 참여하는 운용사가 운용규모의 일정비율을 자기자금으로 투자해 손실을 흡수하게끔 한다는 구상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시장구조에 따라 목돈을 쥐게 된 세입자들을 돕기 위해 투자 풀 조성을 추진하게 됐다"며 "월세지출로 주거비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개인이 단기나 예금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이는 곧 가계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금 보장 안 되고, 정부 직접운영 안 해"

금융위는 1분기 중 전세보증금 투자 풀에 대한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중 관련 법령 개정 및 제도운용 목표를 발표할 계획이다. 다음은 금융위원회에서 밝힌 전세보증금 투자 풀에 대한 일문일답식 설명.

-원금 보장이 되나.
▲예금처럼 법령에 의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은 아니다. 다만, 채권·국채 등 안전자산 중심으로 자산을 배분해 투자위험이 최소화되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손실발생에 대비해 투자 풀 규모의 5%까지는 운용자 시딩투자를 통해 손실 준비금 성격의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 이상의 손실에 대해서는 전문 보증기구 보증을 통해 원본손실 위험을 최대한 헤지할 예정이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나.
▲정부가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투자 풀 총괄 관리역할만 담당하고, 실제 투자 풀 운영은 국내외 자산운용사·증권사 등 민간전문 운영기관에 위탁한다. 민간의 시장기능에 의해 운영되며, 그 운영에 있어 정부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투자 풀은 모펀드·하위펀드의 모태펀드(Fund of Funds) 구조로 구성된다.

모펀드는 운용과 관련 없는 자금 집결·하위펀드 관리·성과관리 등을 담당하게 되며, 금융관련 공공기관 중에서 선정을 고려한다. 하위펀드 관리와 성과관리 등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방안이다. 하위펀드는 투자 풀 자금을 직접 운영하게 되며, 자격을 갖춘 자산운용사·증권사 등 민간전문 운영기관 중에서 선정할 계획이다.

-수익률은 보장되나.
▲투자 풀은 예금과 달리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므로, 확정수익을 보장하거나 제시할 수 없다. 투자 풀 조성은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의 불확실성 등으로 반환받은 목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해 단기·예금상품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다만,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적 연기금투자 풀의 경우 3.7%(과거 5년 평균)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수익률에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