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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130] 국내 최초 'LPG전문 중고차플랫폼' 박차컴퍼니

LPG 차량·보험·캐피탈·네비게이션·블랙박스까지 '원스톱 서비스'

박지영 기자 기자  2016.01.14 18: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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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방에 사는 장애인들의 경우 중고차를 구매하기 위해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울까지 올라와야 해요. 택시나 렌터카 업체서 사용하던 LPG 중고차 82.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거든요. 문제는 허위매물이에요. 그런데도 그분들은 서울까지 또 왕복해야 하는 게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물건을 구입하죠."

박차컴퍼니는 궁극적으로 '비대면 매매'를 지향한다. 그중에서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량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일반인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딜러와 시승이 없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차량을 주선해 주겠다는 것이다.

김주은 박차컴퍼니 대표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LPG 차량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2002년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중고차매매, 사회적 벤처기업 꿈꿔

"아버님과 형님이 장애인인데 그때 집안이 완전 무너졌어요. 제가 당장 돈을 벌어야 할 판이었죠. 몸 쓰는 쪽 일을 했는데 지방으로 갈 일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차가 필요했어요.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 보니 저렴한 LPG 중고차에 눈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택시 미터집'을 찾아갔어요."

미터집은 택시 미터기나 결제장비 등을 설치해주는 전문 수리업체로, 사용기간이 끝난 택시를 폐차하거나 수출하는 일도 하고 있다.

당시 김 대표는 80만원을 주고 주행거리 40만~50만㎞를 탄 흰색 프린스를 샀다. 서울 장한평 근처서 10만원를 내고 차를 고쳤더니 꽤 쓸 만했다. 중고 흰색 프린스를 사는데 총 90만원이 든 셈이다.

2개월간 흰색 프린스를 애지중지 타고 다닌 김 대표, 여느 남성들처럼 차에 욕심이 생겼다. LPG 차량이 드문 만큼 벼룩시장에 150만원에 내놨다.

"150만원에 내놨는데도 연락이 꽤 오더라고요. 꼭 사고 싶다고 하셨던 분이 장애인이었어요. 형 생각도 나고 해서 120만원에 드렸죠. 인심을 쓰고도 40만원 차익이 생기더라고요. '이거다' 생각이 들었죠."

수요는 넘쳐났다. 우리나라서 LPG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부류는 택시·렌터카·장애인(국가유공자). 그중 실제 LPG 중고차 수요자인 장애인수는 국가유공자를 포함해 2015년 기준 288만2412명에 달한다. 이를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약 1152만9648명이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사업에 앞서 고민도 많았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매매시장이 통할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렇다고 온라인 중고차 구매시스템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2013년 설립된 미국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스타트업 '비피(Beepi)'의 경우 시장진출 1년 만에 매출액 1억달러(한화 1084억원)를 달성하기도 했다. 2015년 기준 비피의 가치평가액은 2조4000억원으로 창립 2년 만에 조 단위를 넘어섰다.  

보배드림이나 SK엔카와는 다른 차별화도 필요했다. 고객대상을 장애인에 맞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반인들도 허위매물에 낚이는데 장애인분들은 어떻겠어요. 구입을 하더라도 문제였죠. 차를 잘 알지 못하니 수리를 해야 하고, 어떨 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기보다는 전문가가 알아서 커스터마이징해 집까지 배송해주는 것을 원하더라고요."

◆"이익, 당연히 장애인들에게 환원"

김 대표 판단은 적중했다. 형과 단 둘이 '아이 엘피지(I LPG)'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몇 년 만에 카페·밴드 등 10만 회원수를 찍었다. 이처럼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과 '신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일단 일반 중고차매매시장과는 구입방식부터 달랐다. 예를 들어 주행거리 4만㎞인 2014년식 기아차 은색 K6 경우 매입가 650만원에 △상사매입 20만원 △전시비용 20만원 △중간딜러 20만원 △탁송주유 5만원 △등록대행료 10만원 △법정수수료 5만원 △제시매도비 5만원 △딜러이익금 86만원이 추가돼 고객에게 835만원에 팔리지만, 박차컴퍼니를 통해 같은 차량을 구입하면 수수료와 매니저비용만 뗀 723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즉, 일반 중고차매매시장보다 112만원 싸게 사는 셈이다.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박차컴퍼니는 KSCI 2015 선정 소비자 만족지수 1위인 '10년타기 정비센터'와 협약, 전국 300여 대리점에서 수리와 점검을 도와주고 있으며, 모바일 앱 이용 시 관심차량의 △연식 △주행거리 △성능조사표 △사고이력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인 만큼 차량을 구매할 때 보다 저렴한 캐피탈도 소개시켜 준다. 일례로 신용 4등급인 고객이 835만원짜리 LPG 중고차를 3년 거치로 구매했을 경우 일반캐피탈의 이율은 13.5%지만 보건복지부 장애인 차량대출을 이용하면 이율이 3%로 이자만 170만원가량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박차컴퍼니를 제일 먼저 인정한 곳은 스마트카 솔루션 제공 기업인 인포뱅크. 인포뱅크는 박차컴퍼니와 함께 차량진단기인 'OBD2'를 개발 중이다. 기존 OBD는 현재 비피에서도 사용 중인 것으로 운전대 밑 큐즈박스를 열고 진단기를 꽂으면 전기가 통하는 차량의 모든 항목을 확인, 휴대폰으로 전송해주는 식이다.

"이미 중소기업청 선도벤처연계지원사업과 경기중소기업종합센터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 창업지원사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사업성과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태예요. 출발만 하면 되죠. 만약 이익을 얻는다면 장애를 가진 고객에게서 받은 만큼 다시 그들에게 환원할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줄 방침이다.

"장애인 카페를 모니터링한 결과 가장 큰 걱정이 취업이더라고요. 장애인들은 남들 시선을 부담스러워 해요. 다행히 차량진단은 누구를 만날 필요가 없거든요. 또 자동차 튜닝기술을 가르쳐 장애손님이 왔을 때 저렴하게 해주는 서비스도 차차 제공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