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1.13 18:02:52
[프라임경제] "의사가 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장애인이나 상이군인 같은 이들을 보면 고쳐주고 싶다는 소리를 했다네요. 전남 나주에서 서울로 상경해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무렵에도 집이 그렇게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중고생 시절에도 어려운 사람을 마주치면 주머니를 털지 않고는 못 배겼어요. 그래서 의사가 되라는 소리를 어른들께서 어렸을 때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역구 표심 잡기 작업은 언제 하냐는 다소 걱정스러운 질문에 대한 답치고는 생뚱한 각도의 답변이 돌아왔다.
위안부 문제 등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정치인이 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원내대변인 등 당의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공격수로 부각된 바 있다.
그런 김 의원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은평을에 도전장을 냈다. 이번에는 비례대표로서가 아닌 지역구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진행하겠다는 포부다.
이 상황에서 언론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MB 저격수, 보수적 경제관에 대한 공격수라는 이미지다. 공격적이라는 분석이나 저격수라는 일부 관점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녹색정치인' '친서민 경제관 전도사'로 앞장서다 보니 그런 점이 부각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김 의원은 2013년 NGO모니터단 선정 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된 바 있고, 전기 등 환경 및 에너지 문제에 특화돼 깊이 있는 지식으로 공격 포인트를 짚는 해당 분야 전문 정치인으로 눈에 띈 바 있다. 무턱대고 대여 공세에 투입되는 행보를 지양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 "국회 책무 외면하는 기득권 정치인 되지 말자"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적극적으로 임한 의원으로 언론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아울러 위안부 관련 한일 외교장관 회의 및 합의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행보도 사람들의 눈에 많이 들어왔다.
이러다 보니, 이미 한 차례 지역에서 이긴 수비수 입장도 아니고 지역구 뺏기에 나선 도전자로 너무 여유로운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대해 "정치는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면서 "협상의 문제로 눈물 흘리는 이가 있어서야 되겠는가. 그런 이들과 함께 해 주는 게 정치의 역할, 의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답변 뒤에는 "국회의 책무를 외면하는 순간 정치가가 아닌 기득권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지적도 곁들여졌다.
그런 맥락에서 현역 지역구 의원인 이 의원에 대한 간접적이지만 메시지가 분명한 분석도 이어졌다.
"오랜 시간 지역을 위해 봉사했던 게 사실이지만 오랜 지역 지지자들 입장에서 되돌아보면 지역의 삶, 개인의 삶은 그간 팍팍해졌다는 게 문제라고 느낍니다.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 하나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부분이죠. 하지만 여당 정치인으로 이런 문제에 책임을 더 강하게 느껴야 하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교체 필요성이 있다고 보죠."
교통 관련 문제가 이 의원과 그녀를 차별화할 좋은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그녀가 지역구를 차지하면 도로 개발 등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마타도어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오히려 해명은 명쾌하다.
GTX 조기 착공, 신분당선과의 연결로 자가용 중심 교통 대신 중산층과 서민에게 유리하면서도 편리하고 환경적으로 의미있는 은평을 맞춤형 교통 해법을 제안하고 싶다는 것.
김 의원은 "현재 정부 계획으로는 2018, 2019년 (삽을 뜰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 추진 과정에서 신분당선 연결 등 여러 문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치 상황에서 고였던 부분을 자신은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인데, 서울시 등과 손발을 맞추고 요구를 제기해 지역 편익성을 이끄는 일에 이 의원이 이제 좀 둔감해진 게 아니냐고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이 의원의 바통을 넘겨받을 인사로 자신이 적임자라고 김 의원이 자부하는 것에는 자녀 교육을 위해 은평 쪽에 이사를 한 주민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그의 부군은 두부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등 지역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명실상부 토박이 부부라 할 수 있다.
"산과 지역 공동체가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단지 싼 집값을 보고 이사왔던 20~30대층에서도 가급적 떠나지 않고 오래 살고 싶은 동네로 생각하죠. 그리고 이런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도 합니다. 어깨가 무겁죠."
김 의원은 은평 지역에서 태동해 민관 협력 지역모델로 성장한 두꺼비하우징의 산파다. 상임이사로 일하며 기틀을 잡은 것. 두꺼비하우징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많은 오래된 주택이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 현재 두꺼비하우징은 사회적기업으로도 등록돼 있다.
이런 행보 전에는 덕성여대 졸업 후 사회운동가로 투신한 긴 세월이 있다. 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지낸 이력 등 긴 시간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로 살면서 녹색가치를 전파하는 운동에 앞장섰다.
에너지 공기업과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 관료)의 결탁 사슬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은 물론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전반이 원자력 발전 등 위주인 과거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떨칠 다양한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국회에 들어가서도 이런 관심은 계속됐다. 송전탑 건립을 둘러싼 밀양 충돌 사건 당시 밀양 단장면 바드리마을에 머물며 상황을 주시하고 과도한 주민 탄압 가능성을 감시한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하나다.
◆ 원전 중심 구도 깨는데 정치생명 걸고 긴 호흡으로 활동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도 녹색을 필생의 사업으로 갖고 가겠다는 의지가 식은 적이 없다는 게 김 의원의 회상이다.
"에너지 관련 문제 제기, 특히 한전 등에 대한 여러 비리 의혹 제기 전문가로 일해왔다. 아울러 에너지 공기업과 산피아(산자부 출신 관료) 결탁 고리를 끊고자 노력한 것도 여러 각도에서 조명됐었다.
여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전체적 맥락에서 녹색과 정치를 결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김 의원은 "원전 등 과거와 같은 에너지 구조 전반을 깨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지역별로 대체 에너지 발전을 할 수 있도록 검토하면 원거리 송전 체제에 더해 원전 중심 발전 상황을 깰 자체 생산, 자체 소비의 건강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장차 이 같은 에너지 정책 실현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의미로, 긴 호흡에서 에너지 문제를 풀어갈 뜻도 분명히 했다.
여기서 "그런 사람이 왜 굳이 은평을에 도전해야 하는가 의문도 일각에선 갖는다"라는 질문에 "뉴타운만의 은평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 전문가가 은평을을 맡아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 의원은 "뉴타운 개발을 하는 곳은 어느 곳이나 원래 살던 주민이 떠나는 등 공동체 붕괴 경험을 한다. 뉴타운 입주민들은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에 대한 주문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은평을의 경우, 기존 주민과 뉴타운 관련 욕구가 다른 셈"이라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그는 "하지만 정치가는 이런 요청 중 어느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과거 시대의 정치 관행과 다른 점을 만들어야 한다. 은평을이 가진 환경 매력과 공동체의 뿌리를 살리면서도 여러 요청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지역의 경제, 특히 소상공인 보호 문제에 대해서도 은평을 대표자가 각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큰 소리를 냈다. 따라서 자신이 지역구 의원으로서 국회에 진출하도록 도와달라는 호소다.
그가 대안으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사회적경제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의 활성화를 통해 골목 상권을 지킬 수 있는 자생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부연이다.
이런 생각을 굳힌 데에는 기업활력제고법안 등 정부와 청와대가 관심을 갖는 안건을 길목에서 차단했던 이번 19대 의정 활동에서 얻은 체험이 짙게 작용했다.
얘기가 경제 문제로 넘어온 김에 경제위기를 해소할 각종 비상 대책에는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들린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물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경제 살리기 법안을 상임위 단계에서 틀어막고 분쇄시키려 하는 몰지각한 의원들 중 하나로 그를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 맞서 "소상공인들의 사활이 걸린 법안 중에도 19대 활동 중에 통과 안 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대기업 살리기, 대기업 특혜성 해결책을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으로 통과시켜서야 되겠는가"라는 게 그의 해명이다.
풀뿌리 민생경제부터 살릴 방안을 먼저 논의 및 확립하고 불경기에도 버틸 여력이 있는 대기업 중심 산업 대책은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경제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라는 건 만들어지고 나서 사람들에게 얘기할 개념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문제입니다. 과정 자체를 통해 (새정치인지) 검증되는 거죠. 오래된 도시면서 지역민끼리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 뿌리가 남았습니다. 이런 곳을 어떻게 보호하면서도 발전시키는가가 새정치의 실험 아닐까요?"
은평을의 아름다운 인문적 환경을 지켜 서울 북쪽의 친환경도시구역으로 성공모델 역사를 쓰고 싶다는 게 이번 인터뷰의 결을 맺는 그의 강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