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상파 방송사와 주문형비디오(VOD) 협상 난항을 겪는 케이블TV방송사들이 광고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지상파와의 갈등 탓에 케이블TV방송사가 광고송출을 끊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업계는 시청자 및 지상파 피해 정도조차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전국 케이블TV방송사(SO)들의 모임인 SO협의회(회장 최종삼)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비상총회 및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SO들은 지상파의 주문형비디오(VOD) 공급 거절 행위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오는 15일 오후 6시부터 일부시간대 MBC 채널의 광고송출 중단을 결의했다.
이날 배석규 신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SO들은 가입자당재송신료(CPS) 조건 등 지상파가 요구하는 VOD 요구안을 수용했으나, 불가능한 조건까지 내세워 VOD 공급을 중단한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제언했다.
특히 "SO가 광고송출 중단 결의를 한 것은 원활한 서비스를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자구책"이라고 강조했다.
◆MBC에 맞불 놓은 케이블 "지상파 갑질 중단해라"
케이블업계는 인터넷TV(IPTV)와 동일 수준으로 VOD 공급대가 인상안을 수용했음에도, 지상파가 계약을 거부하는 것은 케이블 시청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상대를 차별하는 명백한 부당행위라고 주장하는 상황.
SO협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재송신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VOD까지 무기로 내세우며 공급거절이라는 갑질에 나서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SO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상파 VOD를 구매해 제공했지만, 지상파는 시청자 불편을 야기시켜서라도 재송신료를 더 벌고자 VOD 공급을 중단했다"고 비난했다.
지상파를 상대로 전면전에 나선 케이블이 가장 먼저 지목한 곳은 MBC다. SO협의회에 따르면 케이블TV방송사는 오는 15일부터 평일 오후 6~12시, 주말 오후 4~12시 사이 송출되는 광고를 모두 중단한다. MBC 프로그램은 기존처럼 무리 없이 볼 수 있지만, 광고 시간에는 블랙아웃된다.
지상파 3사 중 MBC만을 상대로 송출 중단에 나선 이유에 대해 최정우 케이블TV VOD 대표는 "MBC는 지상파 3사 대표로 협상하면서, 재전송 다툼 과정에서 진두지휘하며 이 엄청난 사태를 주동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SO들은 지상파 3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케이블사업자에 대한 부당 거래거절 행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성실한 협상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상파에 13일까지 회신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때 법적 대응 및 방송광고 중단 등 자구행위를 취할 방침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앞날도 '캄캄'
케이블업계가 MBC 광고송출 중단 결정을 내리기까지 VOD 대가산정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앞서 MBC는 케이블 측에 VOD 계약구조를 정액에서 CPS로, 계약주체를 케이블TV VOD에서 각 SO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케이블 측은 특정 사람만 보는 VOD에 대해서도 가입자당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CPS 방식으로 계약구조를 변경하는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9월경 IPTV 3사는 지상파와 CPS 방식의 계약을 수용키로 했다. 케이블 또한 지난달 30일 CPS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지상파와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지상파가 일부 개별 SO에 대해 VOD 공급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일부터 지상파 VOD 공급은 중단됐으며, 15일부터 일부 MBC 광고송출 중단까지 이르게 됐다.
이에 대해 SO협의회 측은 "사실상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소 개별 SO들을 표적으로 한 부당한 거래 거절"이라며 "지상파들은 재송신료 분쟁 중인 개별SO들을 압박하기 위해 VOD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SO의 협상 노력에도 지상파의 무응답 및 부당거래 거절 등 일방적 강행에 따라 광고 재송신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강경기조를 고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양 측이 추후 원만한 협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송신료 분쟁이 VOD로 확산된 가운데, 양 측 갈등을 증폭시킬 판결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은 각 지역 SO를 대상으로 제기한 CPS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손해배상액으로 가입자당 190원을 산정한 판결을 내렸다. 지상파가 CPS 가격을 280원에서 43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와중에 법원에 기존 책정 가격보다 낮은 190원을 제시한 것.
한편, 케이블업계는 이번 광고송출 중단에 따른 시청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지를 통해 미리 안내하고 프로그램 시청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분쟁조정을 신청 등을 통해 정부와 함께 지상파와 협의를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