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을 자임해온 권노갑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상임고문이 12일 탈당했다. 권 고문이 동교동계 좌장이라는 점에서 제1야당 분당 사태는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민주는 이례적으로 공식 논평을 내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권 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60여년 정치 인생 처음으로 몸담았던 당을 저 스스로 떠나려고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재인 대표와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을 겨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했지만, 그토록 몸을 바쳐 지켰던 당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며 "당 지도부의 꽉 막힌 폐쇄된 운영방식과 배타성은 이른바 '친노패권'이란 말로 구겨진 지 오래됐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권 고문과 함께 김옥두·이훈평·남궁진·윤철상·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10여명도 이날 권 고문과 함께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기자회견장에는 권 고문만 나왔다.
동교동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현재 호남민심이 혼란스러운 탓에 권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의 탈당은 야권재편작업에 동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당장 주승용(전남 여수을), 장병완(광주 남구) 의원의 동반탈당이 예고된 상태다. 또한 박지원(전남 목포) 전 원내대표를 필두로 김승남(전남 고흥·보성), 김영록(전남 해남·완도·진도), 박혜자(광주 서갑),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의원 등도 탈당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 전체 호남(광주전북전남) 의원 절반 이상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에 천정배·박주선 의원에 이어 안철수 의원 세력까지 합하면 더민주 밖 신당 추진 세력은 곧 원내교섭단체(현역의원 20명)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민주 호남 붕괴에 이어 신당의 교섭단체 구성이 완료되면 다음은 수도권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신당의 세 불리기가 가속화할수록 문 대표가 입는 타격도 클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문 대표는 이날 권 고문이 탈당을 선언한 시각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진행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의 입당식 인사말에서 "지금 우리 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당의 움직임들은 무척 아프다"고 밝혔다.
권 고문의 탈당에 대해서는 "어쨌든 호남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우리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말 새롭게 당을 만든다는 각오로 그렇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는 이날 이례적으로 권 고문의 탈당에 대한 공식 논평을 내기도 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권 고문은 오늘 탈당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하나가 돼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라는 유지를 남기셨다고 밝혔는데 분열의 길을 선택한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