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1.12 10:42:40
[프라임경제] 서울 은평구는 갑과 을 선거구로 나뉘는데, 을 지역은 거물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정치를 해온 곳이라 공략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과거 잠시지만 문국현 전 의원이 지역구 뺏기에 성공해 지역구 의원을 지냈을 정도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꿈틀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4대강 사업 등을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권의 탄생에 이 의원이 지대한 공로를 세웠기 때문에 'MB 저격수'로 이름난 김제남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지역구 의원 타이틀을 달아 '정치 2.0시대'를 여는 무대가 되기에는 가장 적격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은평 을 지역을 둘러싼 한판 승부가 점쳐진다.
'김제남은 곧 녹색정치'라는 키워드가 형성될 정도로 김 의원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행복한 동네를 만들기 위한 민·관 거버넌스의 시발점인 두꺼비하우징이 바로 김 의원의 작품이다. 지난 2010년 12월 설립된 두꺼비하우징은 사회적기업으로, 아이를 키우며 오래 살아온 은평 지역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환경 및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고민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덕성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지낼 때까지 환경시민운동에 오래 몸담아 왔던 노하우가 한 데 응축된 역작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상임이사로 두꺼비하우징 설립과 초기 활동 토대를 다지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30년 정도만 되면 주택을 모두 헐고 새로 짓는데, 유럽은 오래된 집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는 문화가 정착됐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
유럽 가정들이 오래된 집을 그대로 유지하며 만족스럽게 살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에너지 효율이 높게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점이라 생각하고, 각 가정들이 적은 비용으로 집을 에너지 효율이 높게 수리를 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돕는 역할모델을 세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제도권 정치인으로 발탁돼 19대 국회에 등원한 그는 정의당 원내대변인 등을 역임하면서 활발한 의정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4대강 사업 등 MB 정부의 실책에 대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 문제점 부각에 나섰다. 이렇게 4대강 사업에 열을 올리는 외에도 한전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짚었다.
에너지 공기업과 산피아(산자부 전현직 관료)의 결탁 사슬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은 물론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전반이 원자력 발전 등 위주인 과거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떨칠 다양한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송전탑 건립을 둘러싼 밀양 사건 당시 밀양 단장면 바드리마을에 머물며 상황을 주시하고 과도한 주민 탄압 가능성을 감시한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하나다.
항상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김 의원의 환경운동지론은 이제 의정 활동 특히 환경 및 에너지 관련 이슈에서의 전문성 확보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자랑스러워 하는 대목은 이런 부분보다는 실제로 환경활동, 녹색정치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소신을 하나하나 실천하고 증명하는데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열성을 다하고 정직하게 사는 태도가 몸에 배어 환경 관련 시민활동가, 녹색정치인으로 이어지는 긴 레이스에도 지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은평 지역은 북한산 자락의 천혜의 환경과 지역 주민 간 공동체 문화가 아직 살아있는 지역적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발전해야 하는 곳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뉴타운 등 과거 개발 정책에 정면충돌하면서 변질되기 시작한 은평의 지역문화를 지역공동체 강화, 재래시장 등 민생경제 활성화 등으로 타개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진 만큼, 지역구 의원에 당선될 경우 정부 및 여당과의 각 세우기가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런 대목은 은평 을 총선 정국에서 단순한 세대교체론이나 새 인물론이 아닌 '토건개발시대 논리를 대변하는 이재오 vs. 녹색정치인 김제남' 바람몰이를 일으킬 수 있다면 판세 뒤집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