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CES 달군 포섭 경쟁…LG·삼성 스마트홈 전략 '눈길'

타사 제품 끌어안기 묘수…OS 공략 외 비장의 무기 내세워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1.07 17:16:2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유수의 전자업체들이 스마트홈 관련 전략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향후 스마트폰과 각종 가전제품 등을 모두 연결하는 소비자 편의 증진 종합판인 스마트홈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유수 가전 메이커들과의 경쟁 방향을 어떻게 갖고 갈 것인지 짐작하기가 한결 용이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스마트홈을 장악하면 강력한 힘으로 가전 판매 전반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소비 패턴 피라미드 전반을 조망할 힘을 갖게 된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어느 IT업체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것으로 일찍부터 점쳐져왔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을 일종의 리모컨처럼 사용하는 방법론 중심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현재로서는 이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쪽으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시장 정체 상황을 겪고 있는 여러 가전종합 글로벌 기업들로서는 이 부문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처지다. 확장성면에서 놓치지 아까운 아이템인 데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외에도 여러 가전제품 섹션을 생산하는 종합 전자업체라면 더더욱 이를 안고 가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한국 가전업체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성장 정체 문제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경쟁, 그리고 아이폰 등 다른 경쟁사와의 대결에서 모바일만으로는 힘들다는 인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터에 그간 쌓아온 여러 가전 제품군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종합선물세트'를 꾸리는 상자와도 같은 스마트홈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려운 수수께끼가 하나 놓여 있다. 바로 삼성이든 LG든 혹은 다른 유력 브랜드라 하더라도 특정 가정의 가전 구매품 전부를 자사의 제품들로만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A사, 티비는 B사, 냉장고는 C사 등으로 그때그때 다양한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시장 상황에 만족하면서 차차 스마트홈 문제의 역량을 쌓을 수밖에 없게 된 것.

삼성이나 LG로서는 OS 경쟁 등으로 이 부분에 경쟁을 촉발하려 해도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사정 때문이다. 스마트폰 전쟁에서도 아이폰의 독자적 OS(iOS)나 널리 쓰이는 안드로이드 진영 등 최강자들을 중심으로 전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상황이 이쪽에서도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CES를 통해 이들 기업의 활로 모색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실마리를 잡아본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특정 생활 공간을 연결하는 IoT 기술 완성으로 요약된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스마트 기능이 없는 일반 가전제품을 스마트 가전으로 바꿔주는 스마트씽큐 센서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 CES에서 스마트씽큐 허브를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초(超)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을 위한 통합 브랜드인 'LG 시그니처'를 통해 신제품들을 대거 선보이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LG시그니처는 시그니처 올레드 TV, 시그니처 세탁기, 시그니처 냉장고 및 시그니처 공기청정기 등 제품의 통합 브랜드다. 스마트홈이 대중화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소비력이 높은 층을 먼저 공략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고가품 위주의 충성도 높은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할 때의 이점도 있다. 즉 LG의 고급품들을 다량 구매하게 한 상황에서는 한층 더 수월하게 LG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홈 전략을 시도하는 쪽으로 상황 전개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기대할 수 있다.   

기다란 모양의 스마트씽큐 허브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지원하는 홈 게이트웨이' 기능이 우선 돋보인다. 아울러 가전제품 상태 외에도 일정, 날씨 등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3.5형 화면 알림센터'와 '음악을 들려주는 프리미엄 스피커' 등 여러 역할을 한다.

한편,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의 삼성' 역량을 십분 발휘하겠다는 각오를 비장의 아이템에 응축해 표현해 냈다. 삼성 사물인터넷 '2020 전략' 첫발인 아틱은 삼성전자 시스템온칩(SoC), 메모리, 커넥티비티칩 등이 탑재된 하드웨어 개발 보드다.

이를 활용하면 사물인터넷이 가능한 다양한 전자기기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아틱을 탑재한 기기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기술인 '스마트홈 허브'와 연동된다. 다른 회사 제품이라도 모두 포섭해 내겠다는 포부를 실현시켜 주는 마법의 요소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 아틱을 통해 IoT 하드웨어 생태계 강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글이 장악한 안드로이드 시스템에서 스마트폰을 아무리 팔아봐야 삼성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구글에 돌아가는 몫이 비교할 수 없는 상황과도 흡사하다. 아틱이 널리 사용될수록 삼성전자식 스마트홈에 대한 포섭 대상은 넓어지고 이에 우호적인 고객들도 확장된다.

이에 더해 아틱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삼성전자의 반도체 판매량도 비례해 늘어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부수적 효과라고만 보기에는 오히려 이 점을 아틱의 효과라고 지칭하는 게 더 정확할 것으로 여겨진다. 구글이 모바일 앱 생태계를 만든 뒤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것처럼 말이다. 이는 결국 모바일로 세계를 제패한 삼성이 다시 반도체 기업으로서 전자 전반의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회귀 선언으로도 읽힌다.

스마트홈을 둘러싼 경쟁 구도에서 이들 기업이 각자 가장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모습은 의미가 새롭다. 각자의 홈 그라운드에서 스마트홈 전쟁을 치르려는 삼성과 LG의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어어떻게 다가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