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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인물 ⑬] 평판 좋은 '공보전문'의 '기획' 변신, 원주갑 박정하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1.06 09: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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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강원도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원주는 여당 지지세가 상당한 곳이다. 이 중 원주갑은 새누리당 현역인 김기선 의원 지역구라 당내 공천 과정이 본선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꼽힌다. 이 지역 김 의원에게 도전하는 박정하 예비후보는 지난해 11월 입당한 정치 신인이다.

시민들 사이에 인지도 면에서는 다소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그를 알고 그의 역량을 높이 사는 경향이 있다. 청와대 등에서 근무해 폭넓은 중앙 인맥을 가졌고, 지역에서 요직을 역임하면서 상당한 경험을 축적한 '젊은 일꾼'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주 진광고와 고려대 농대를 나온 그는 1994년 박찬종 전 의원의 보좌역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정무적 감각을 키웠다. 안상수 인천광역시장 후보 선대본부에서 비서관으로 일하다 선거 승리 후 인천시 사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2006년 겨울 두바이를 방문한 경험은 다시 험난한 선거판으로 그를 회귀시켰다.  2007년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것이 바로 이 여행에서의 소회 때문이라는 것. 사막인 두바이를 개발한 것이 지도자의 정치력이라는 생각에서 MB의 도전적 태도에 명운을 걸었다.

이 시기는 그가 본격적으로 '입'으로 활약하게 된 주요 통로가 되는 때이기도 하다. MB의 사조직인 '안국포럼'에서 언론담당을 지내고 당시 한나라당 당내 경선(경선위 공보부단장)을 준비했으며 대선 정국(선대위 공보보좌역)에서도 입으로 기능했다.

이후 청와대 춘추관장, 청와대 대변인 등을 지내면서 MB를 보좌했다. 이때 특이한 점이 바로 '순장조' 이력이다. 이 전 대통령 임기 4년차에 총선 준비를 하며 이탈하는 청와대 근무자들이 많았던 때에 박 예비후보 역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 인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MB정부의 끝을 함께 하는 이른바 순장조로 남는 창업 공신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끝내 총선 욕심을 내는 대신 청와대 근무를 계속하는 길을 택했다.

이런 '의리파'로 분류되는 이미지에 그간 쌓은 대언론 관련 전문성으로 그는 이후 지방선거 국면에서 관심을 모으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각축전에 나선 정몽준 당시 후보(現 아산재단 이사장)이 그를 자기 캠프 대변인으로 삼은 것.

친화력과 순발력이 좋다는 평을 듣는 등 언론으로부터 드물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변인-공보팀 관계자라는 점이 작용한 영입 케이스였다.

그러나 이때 이전에 없던 공격적 행보를 선보이게 되면서 다른 각도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상대 진영(박원순 現 서울시장)을 압박하면서 "서울시가 좌파 세력의 병참기지화될 우려가 있다"는 수위높은 공세를 하는 등 '박정하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보를 보였다.

이후 그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정무부지사로 일하게 된다. 국회의원,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을 지낸 원희룡 현 지사와 손발을 맞추기 위해 '도외 인사'로 주요 보직에 앉게 된 것이다. 영전에 해당하는 제주행이었지만, 제주의 괸당 정치(일종의 패거리 문화, 섬지역의 배타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는 특이한 정치 문화) 때문에 적잖은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이때도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선을 뵌 적절한 공세를 통한 상황 돌파 능력이 드러났다. 이른바 예산 파동으로 줄곧 '원희룡 도정'과 각을 세우며 힘겨루기를 해 온 제주도의회에 돌직구를 던진 것.

박 예비후보는 정무부지사로서 "의회 증액 예산 가운데 타당성이 없고 예산 편성 원칙에 어긋나는 항목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각을 세우는 입장에 섰다.

이런 상황에서 박 예비후보는 도의회가 예산을 통과시켜주는 대신 도 집행부에 공약 사업비와 포괄적 재량사업비로 의원 1인당 20억원 배정을 요구했다는 폭로를 단행했다.

당연히 이후 박 예비후보는 도의회에서 해임결의안 추진 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도정-의정 간 관계 냉각 국면에서 바늘방석에 앉았다.

원 지사가 박 예비후보를 가리켜 "지난해 예산 파동에서 의회와 관계가 불편해진 이후 (박 당시 정무부시자의) 역할이 축소된 면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근래 발언한 것이 바로 이 일 때문이다.

다만 기자회견이 있은 후 불과 1시간여 만에 잘못됐다며 사과에 나선 점 등을 감안하면, 이는 박 예비후보의 돌발 행동과 그로 인한 후폭풍이라 단정할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도정에 지나치게 간섭 족쇄를 채우려는 도의회에 대한 제동을 시도하는 동시에 괸당 정치의 문제적 관행 전반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기획'이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실제로 당장 박 예비후보는 힘든 상황을 맞이했지만 예산 관련 관행이 개선되는 실질적 효과를 가져온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일정한 이슈 선점 상황이나 안정적 관계에서 공보 관계자로 일할 때는 더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부당하거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난맥상을 만나면 그간 선거판에서 획득한 정무적 감각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런 판단력과 과단성을 바탕으로 '구관이 명관'이라는 '현역의원 우세' 발상을 깰 수 있을지, 원주지역 주민 복리증진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