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가 침체 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성 즉 차세대 먹거리의 골간이 되는 핵심 기술 육성과 보호에 대한 열망이 반사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 기밀 보호 전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산업 기술은 주변 기술 파생력 등 확장성이 높아 한 번 개발해 놓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지만, 경쟁국으로 유출될 경우 관련 산업 기반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자칫 기반이 아예 붕괴되는 등 겉잡을 수 없는 부정적 파급 효과 역시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경찰청 기술 유출 사범 검거 사례를 보면 2010년 40건에서 2014년 111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하는 등, 우리의 기술을 탐내고 유출하려는 공격수들의 행보는 점차 치열하고 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방패 가동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재계의 불만이 존재한가. 산업 스파이에 대한 규제망이 타국에 비해 촘촘하게 운영되지 못한다는 우려와 함께, 법원의 온정주의 논란까지 겹치는 등 내우외환 지경이라는 우려가 높다.
◆헌재 위헌 결정 취지는 좋지만…미국 애국주의 경향 타산지석 삼아야
2013년 나온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통칭 산업기술보호법) 위헌 결정은 이 법이 가진 불명확성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적 체계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의 판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위헌 결정의 대상물은 처벌 규정인 것처럼 보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기술에 대한 '정의'(제 2조)에 대한 논란 그에 더해 제 9조의 산업 기술 '범위'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구법은 산업기술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소관 분야의 산업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하여 법령이 규정한 바에 따라 지정 또는 고시, 공고하는 것으로 봤는데 이것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고 실제로 산업 스파이 재판 사례에서 문제시된 것이다.
정부부처(당시 지식경제부)에서는 2010년 12월 이 법의 개정 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에 따르면 이 법 제 2조의 규정에 이어 다시 이에 필수적 개념인 '국가핵심기술' 문제를 해석함에 있어 이것을 제 9조에 따라 지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 2조의) 제 1호에 따라 지정함에 따라 산업 기술이 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이미 우려했었다. 헌재 결정 역시 이런 문제를 우려하는 견해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결정에 따라 법이 정해지면서 부득이 산업 기술에 대한 보호 틀이 느슨해지는 부작용을 막기 어려워지는 난제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입법자(정치권)의 고뇌가 부족했다는 지적 또한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위헌 결정 이후 개정된 제 9조 제 2항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정대상기술을 선정함에 있어서 해당기술이 국가안보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관련 제품의 국내외 시장점유율, 해당 분야의 연구동향 및 기술 확산과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필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선정하여야 한다"고 해 최소 규제의 대전제를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도대체 어떤 것이 산업 기술 보호의 필요 범주에 속하는지 당국의 확인 필요성이 발생한다. 그래서 산업기술보호협회에서는 산업 기술 확인 제도를 지난해부터 지원하고 있다. 기업 등이 보유한 기술이 법률상 보호되는 산업 기술에 해당하는지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청하는 경우 협회가 이를 지원해 확인해 주는 제도가 가동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구의 열정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이후 처리 등에 대한 한층 더 적극적인 행보를 당부하는 주마가편식의 주문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기술이 유출되는 사고 발생 시에 기업 현장을 방문해 진단과 자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특히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보호에 적극 요청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합법적으로 기술이 이전된 때라도 이후 다른 기술 유출 사례는 없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협회의 활동이 준사법적 기구로의 완전한 허용이 되기에는 문제가 없지 않기 때문에, 법망 강화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요청, 즉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
◆온정적 처벌 법원 동향 눈에 띄어 당혹
결국 우리의 법이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산업 스파이적 행보 시도에 대해 규제 강화로 가야 할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만 하더라도 국가 기간 산업 핵심적 기술을 보유한 업체이 해외 업체에 인수되는 것을 막는다는 한정적 범위에 그치기는 하나, 기존 액슨-플로리오법을 대폭 강화한 2007년 외국인투자 및 국가안보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 사실상 도깨비 방망이 같은 무제한 감시 권한을 행정부에 주고 있다.
즉 '대통령 또는 위원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기타 요소'까지도 감시 대상으로 넣은 것이다.
우리는 그럼에도 2013년 헌재 결정으로 일단 위축된 제도 수정과 운영으로 물러선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을 벤치마킹하는 본격적 움직임과 효과는 향후 몇 해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서는 현행 규정에 대한 법원의 확고부동한 엄정 집행(처벌) 필요가 더 높아진다.
하지만, 법원 일각에서는 과거부터 산업 스파이에 대한 온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향후 일선 소장판사들이 소신을 갖고 처리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억울한 산업 스파이 처벌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스파이 행적 의혹이 사실 관계로 확실하게 입증된 때에는 엄격한 처리를 해야 한다는 기조가 1심, 항소심 등에 앉은 법관들의 공감대로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법원이 이런 점을 확고부동하게 선언하는 판례 형성에 나서주는 것이 답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 대법원까지 사안이 올라가 논쟁이 이어지는 매 순간순간에도 산업 스파이들은 한국의 느슨한 법망과 일부 재판부의 온정적 시각으로 형성된 틈을 악용하면서 유유히 활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런 점에서 조금 오래 전 사안이기는 하나, 2011년 중국인 연구원의 삼성전자 기밀 유출 논란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에서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을 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범죄의 경우, 그리고 적용 법조는 다르나 2015년 10월에 나온 잠수함 사업 관련 기밀 유출 관련범에 대한 집행유예 처리(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등이 대표적인 문제 케이스들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보호와 유출 방지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감시 대상이 돼야 할 산업 기술의 정의와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에 지나치게 법리 체계 안정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산업 기술과 국익이라는 합목적적 중요성을 더해서 보는 문제에 대해 사회 전반에서 치열한 토론과 의견 공감대 형성이 이제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런 절충적 시각을 정치인들이 입법 개선시에 가져야 한다는 점과 함께 법원에서도 기계적 법리 판단을 하는 기능인 역할을 넘어서서, 개별 기업의 핵심 역량과 국익 수호를 맡는 최후의 보루라는 새 역할론으로 법관의 양심 범위를 넓히는 것은 이런 큰 틀에서의 국민적 합의가 없이는 요청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