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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가치 빛나는 '서울 문화유산'

이보배 기자 기자  2015.12.28 15: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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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너무 빠르게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는 요즘입니다. 그 중심에 가전기기가 있고, 패션은 물론 심지어 먹을거리에도 유행이 있을 정도죠.

유행의 시작과 끝이 더 빠른 서울 안에도 오랜시간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얼굴들이 있습니다.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가치가 있는 '서울 미래유산'이 바로 그것입니다.

서울시는 서울시민의 삶을 담고 있는 근현대 유산이 멸실·훼손되기 전에 미래세대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선정해 시민들과 그 가치를 공유하고자 2013년부터 '서울 미래유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시민, 자치구, 전문가 등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근현대 서울의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유·무형 자산을 선정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인데요.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건이나 인물, 또는 이야기가 담긴 유·무형의 자산 가운데 국가 또는 서울시 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서울의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게 특징입니다.

2013년 281개, 2014년 53개에 이어 올해 44개의 유산이 선정돼 총 378개의 유산이 서울 미래유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 선정 대상에는 △성북동 국시집 △포린북스토어 △을지로 노가리골목 △김태길 가옥 △우정총국 회화나무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유산들이 포함됐습니다.

먼저 성북동 국시집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골 식당으로 유명한데요. 원래 분식집이었으나 1968년 우연히 가게를 방문한 당시 서울시장이 칼국수가 맛있다며 정식으로 개업할 것을 제안해 이듬해 국시집으로 개업했습니다. 현재 같은 장소에서 2대째 칼국수 전문식당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포린북스토어는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태원에서 영업 중인 외국책 중고서점입니다. 1973년 개업해 이태원에서만 43년째 영업 중이죠.

미군부대 근처 고물상에서 헌책을 수집해 팔던 이 서점은 외국책 수입이 쉽지 않던 시절 많은 학생들이 찾았고, 도올 김용옥 선생, 이팔호 전 경찰청장 등 유명 인사들의 방문도 잦았다고 합니다.

을지로 노가리골목은 1980년대 형성된 노가리 전문 골목으로 IMF부터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중년층뿐만 아니라 20~70대까지 남녀노소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이 곳은 매년 5월 을지로 노가리 축제를 개최하고, 축제의 수익은 모두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기증하고 있습니다.

1962년부터 1986년까지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한 고 김태길 선생은 철학자이자 수필가였습니다. 김태길 선생이 1975년까지 거주했던 한옥 '김태길 가옥'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는데요. 지금은 게트스하우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태길 선생의 주요 작품으로는 '웃는 갈대' '윤리학' 등이 있고, 1987년에는 현대수필문학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서울 미래유산은 '우정총국 회화나무'입니다. 3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 이 나무는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만 한데요. 1884년 우정총국 완공 축하연회 때 벌어진 갑신정변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우리나라 태극기가 처음 게양됐던 곳도 이 나무의 옆 국기게양대였기 때문입니다.

올해 선정된 44개 미래유산을 비롯한 전체 목록은 '서울 미래유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서울 곳곳에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유산 가운데 미래세대애 전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제안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