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몽고간장'이 연일 사회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해왔다는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몰매를 맞는 중인데요. 이에 따라 불매 운동 등 본격적인 기업 배척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몽고간장'이라는 상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두 기업이 함께 쓰고 있는 하나의 상표, 몽고간장은 형과 동생이 각각 다른 회사를 갖고 독립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물의를 빚은 김 명예회장은 동생 복식씨가 따로 회사를 설립한 1973년 이후 40여년간 몽고간장 상표를 공동으로 사용해왔죠. 한때 만식-복식씨 두 대표 간에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분쟁이 붙기도 했는데요. 당시 법원은 이런 부정경쟁행위금지 문제에 대해 두 회사 모두 "상표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기업의 뿌리는 1905년 마산시 자산동 119에 일본인이 세운 산전장유공장(山田醬油工場)인데요. 이곳에 만식·복식씨의 부친 김홍구씨가 근무를 하게 되죠. 김씨는 광복 후 적산기업 상태가 된 이 회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때 공장명을 '몽고장유공업사'로 개명했죠.
이후 장남 만식씨가 가업을 이어 사장이 됐고, 차남 복식씨가 몽고유통을 설립하면서 몽고간장의 유통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형제의 역할 분담은 불과 2년 후 막을 내립니다. 1973년 경기도 부천에 새로 설립된 제2공장에 동생 복식씨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을 분리했기 때문인데요. 이때부터 형제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렇게 갈라섰지만 '몽고'라는 이름값에 기대 운영을 하다 보니 서로 주거니 받거니 관계가 아예 없을 수 없었나 봅니다. 1987년에도 서로 상호를 변경하는 흥미로운 예가 눈에 띄는데요.
복식씨가 '서울 몽고간장'에서 본래 상호였던 '몽고장유공업사'로 상호를 변경하자, 이에 형 만식씨가 '마산 몽고간장'을 '몽고식품'으로 사명 변경 처리를 합니다. 또 1996년에는 '몽고장유공업사'가 '몽고장유'로 변경되며 마침내 두 회사 모두 현재 상호명을 가지게 됐지요.
이후, 두 회사는 마상-창원에 기반을 둔 몽고식품의 '마산명산 몽고송표간장', 경기도에 소재한 몽고장유의 '오랜 전통의 맛을 지켜온 몽고진간장'라는 생산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의 신경전도 볼 만합니다. 1985년 9월 마산 몽고간장이 신문에 낸 '몽고간장 애용자 여러분에게'라는 알림이 있는데요. 이는 경기도의 동생 기업이 혼합간장을 순양조간장인 양 판매하다 적발돼 제조정지 처분을 받게 되자 형 기업이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해명에 나선 것인데요.
"보도된 저질 진간장은 경남 마산에서 제조한 몽고진간장이 아니고 경기도 부천에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상호와 상표는 동일하나 경영과 생산, 판매 및 기타 제반 사항이 전혀 다른 별개의 독립된 기업이므로 애용자 여러분께서는 선택에 착오 없으시길 간곡히 당부합니다. 향토마산의 80년 전통의 명산물이자 국내장유업계의 원조몽고간장을 애용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상표권 분쟁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한 격한 표현들이 눈에 띄는데요.
이번에는 운전기사 폭행 사건으로 역시 이미지상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한 동생 기업이 자사 홈페이지에 팝업 알림을 띄웠습니다. 창업주(글쎄요, 적산을 불하받은 걸 창업이라 하기도 좀 이상하지만) 이래 양사가 서로 분리된 사정을 간단히 적고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 방지를 위해 부득이 상대방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선을 지키려는 태도가 엿보입니다.
만식·복식씨의 몽고간장 갈등은 현 세대에선 봉합이 어려워 보이지만 이런 작은 일을 계기로 다음 세대에선 평화로운 그리고 가족적인 공존이 가능할지 기대해 봅니다. 피는 간장보다 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