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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시위대 깃발 물결 속 경찰도 작은 깃발 왜?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27 16: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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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요새 집회가 도심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이른바 민중총궐기 집회가 연이어 열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집회는 폭력 불법 시위로 사법처리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1986년 인천 사태 이후 소요죄 적용이 검토될 정도로 극렬한 양상을 띠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문화제의 형식을 차용해(3차 민중총궐기의경우 '소요제'라는 이름으로 열렸죠) 경찰과의 충돌을 피하려 노력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집회와 문화제의 구분이 불명확하다는 점은 요새 특히 논의가 많이 되고 있는데요. 일단 어느 정도 정치적 구호가 등장하는 등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해서 경찰이 막바로 해산, 진압에 나서지는 않습니다.

이 사진은 소요제 진행 후 거리 행진을 하는 모습입니다. 시위에서 각자 소속 단체를 나타내는 깃발을 세우는 것은 오래된 전통인데요, 이 소요제의 경우 문화제이기는 하나 여러 곳에서 단체 단위로 참석하다 보니 소속 인원의 결속 편의를 위해 역시나 깃발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기를 드는 것은 의지를 고양하는 한편 세를 과실하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한편 이렇게 많은 깃발 속에서 도로에 늘어서서 상황을 주시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경력대비(유사시에 대비해 경찰 병력이 대기하는 일) 중인 의경들 사이에서도 작은 깃발이 중간중간 있는 것인데요.

이런 소속 부대 단위 표시 깃발은 명찰 패용 등 고민거리가 숨어 있습니다. 2006년 1월 당시 경찰에서는 '집회시위 안전관리 개선방안' 마련을 검토, 추진했습니다. 전·의경 기동대원이 시위대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책임감을 갖도록 진압복에 개인명찰을 부착한다는 것이었죠. 집회시위 안전관리 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던 송강호 당시 경무관은 "전·의경의 명찰 패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방침"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한때 이렇게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집회 관련 업무시 경찰 명찰 패용은 이후 없던 일이 되었는데요. 업무 편의상 복장 문제가 가장 크지만, 이름을 드러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복제에 관한 규칙'에는 오른쪽 가슴에 이름표를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경찰은 대개 진압복이나 형광조끼 등을 입게 마련이어서, 이름표가 가려지는 실정이죠.

이에 따라 201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름표 패용'을 주문했으나,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찰 개개인의 인권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실명이 파악되는 경우, 불필요한 혹은 거짓 민원으로 시달리는 문제가 있다는 일선 의견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의경 부대는 근무 위치나 시간 등으로 소속 단위를 유추할 수 있어 문제가 되는 행동에 책임을 지게 됩니다. 요새는 경찰 채증이 활발한 것도 사실이나 언론사 카메라는 물론 개인 사진 촬영이 워낙 많고 일상화돼 있고, 또 사진에서 보듯 경찰이 스스로 기를 들고 있는 등으로 소속 등을 쉽게 특정해 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 배상 청구 등 아무리 유사시라 해도 내용을 특정하고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이 사라지는 셈이죠.

참고로, 형사 사건 정말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상해치사 등 진압 경찰에서 가해자가 되는 문제를 일으킨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검사 시절 시위 참가자에 대한 과잉 진압으로 사망자가 나온 사건을 배당받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우선 부대별 통과 시간 등 동선 추적으로 해당 부대를 추려냈고, 이후 내부 고발자의 도움으로 문제를 일으킨 이들을 추려 냈다고 그의 저서에서 쓴 일이 있습니다. 따라서 명찰만이 능사가 아니고, 깃발이나 여러 부대 표식 등만으로도 사실상 경찰의 공권력 남용 가능성은 거의 100%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