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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순환고리 결정…'관리의 삼성' 재확인

'예견된 문제' 도상훈련 끝났을 듯, 현재 틀 개편 불가피 판단서 그룹 수술 이어갈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27 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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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와 향후 후속 처리 진행 경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27일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총 10개에서 7개로 감소했지만, 이 가운데 3개 고리는 오히려 순환출자가 강화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 등기를 마친 시기부터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했는지 공정위가 면밀히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그 작업의 결과물이 나온 것.

이번 판단에 따르면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풀어야 하는데, 바꿔 말하면 삼성은 내년 3월1일까지 삼성SDI 보유 합병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4일 종가 기준 7200억원 상회)를 처분해야 한다.

대기업집단이 'A사→B사→C사→A사'처럼 순환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뜻하는 순환출자는 총수 일가가 작은 지분 크기만으로도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애용돼 왔다.

하지만 개정 공정거래법이 자산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경우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고리를 강화할 수 없도록 규정해 앞으로 활용에 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에 대한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7월 시행된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라 그 의미가 있다.

한편, 삼성으로서도 기존 순환고리 구조가 마음에 쏙 드는 것만은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체제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기능해 왔지만, 3세 경영의 완전 이양 시대가 점차 다가오면서 지분 정리 문제가 보통 복잡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주회사 시스템으로의 전환 등을 처리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반론도 존재해 왔다.

어떤 형식으로든 순환출자의 고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이 이번 공정위 결정을 순순히 수용해 빠르게 삼성SDI가 보유한 합병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는 점은 언젠가 닥칠 일에 대한 삼성측 시나리오 검토가 상당히 오래 전부터 다각도로 있었음을 방증한다.

우선 공정위 판단의 골간을 다시 한 번 보자. 공정위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으로 이어졌던 삼성그룹의 과거 순환출자 고리가 새로운 삼성물산 탄생으로 '(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통합)삼성물산'으로 바뀐 것으로 봤다. 

또 '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로 이어졌던 구 순환출자 흐름 역시 새롭게 '(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통합)삼성물산'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기존 순환출자는 고리 바깥에 있던 제일모직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삼성물산의 주도력이 강해진 양상을 띤다. '(통합)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통합)삼성물산'으로 순환 흐름이 강화된 양상이다.

따라서 삼성그룹이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 3개를 아예 없애거나 삼성SDI가 보유한 합병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을 해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 

그런데 이는 공정위의 철퇴로 보이지만, 사실은 삼성으로서도 결국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물론 삼성물산→삼성생명으로의 흐름 그리고 삼성생명→삼성전자라는 라인에 손을 댈 수도 있다. 이런 고리를 끊을 경우 대부분의 순환출자 구조가 정리되는 큰 이점이 있는 반면, 한국식 재벌 논리에서 보면 이런 칼질을 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3세 중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타격을 받는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그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고리 해소 해법은 사실상 시도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미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 고리 문제를 정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냈었다. 다만 이들 3개사는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4.73%, 2.61%, 1.37%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관건이기는 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삼성물산이 이 지분을 매입하면 어떨까? 최근 합병 후유증에서 삼성물산은 자유롭지 못하다. 즉 엘리엇 펀드 파문으로 불리는 이 상황에서 주주들의 의중을 무시하고 쉽게 움직이면 곤란하다는 교훈을 얻은 것. 따라서 수조원대의 자금을 지분 매입에 활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재계 우호 세력이 나설 가능성으로 귀결된다. 삼성이 이미 합병 직후 아니 사실상 그 이전부터 새로 강화된 법의 그물망에 대한 변수 계산 등을 해 왔을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높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해결 방안을 모색했을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 이재용 체제의 안정적 운항을 위해 '관리의 삼성'으로 불려온 그룹 전반의 능력과 매커니즘은 당분간 무척 중요하다. 

불법, 탈법 논란을 최소화하고 지출이 있더라도 승계 문제를 정정당당히 처리하자는 기조를 택한 것으로 분석되는 삼성이 그런 완전한 매듭짓기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데 어떤 주변 정황과 지형지물 활용을 보여줄지가 이번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지분 처리에서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