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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베테랑 직원 업무가중, 과로사 원인 아냐"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27 10: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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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석달간 5일만 쉬면서 일하다 뇌실내출혈 등으로 쓰러져 숨진 경우에도 사망과 과도한 업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여겨진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울러 이번 대법원 판결은 어느 정도 업무 연차가 쌓인 직원의 경우, 다소 영역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과도하지 않은 스트레스 범위 내에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 내지 사용자측 정서를 반영한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대법원 1부는 A씨의 부군 B씨가 "아내의 사망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7일 밝혔다.

2012년 9월 당시 29살이던 A씨는 출근해 업무를 보던 중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낀 뒤 의식을 잃었고 5일 뒤 사망했다. 사인은 뇌실내출혈과 박리성 뇌동맥류.

A씨의 사고 후 남편 B씨는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 측은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하자 이듬해 소송을 냈다.

이 사안은 1심에서는 공단 승, 항소심에서 다시 유족측이 승리하는 것으로 뒤집어졌으며 이어 이번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그만큼 A씨가 사망한 원인이 휴일을 거의 쓰지 못할 만큼 업무가 과중하게 늘었기 때문인지 여부에 다툼이 치열했다는 뜻으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망인의 부군 B씨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전 6월과 7월에 각각 3일과 2일 등 총 5일만 쉬었고, 8월부터 쓰러진 날까지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는 것이다. 또 2인1조로 일하던 실장이 건축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게 되면서 그의 업무 일부를 대신하게 됐고, 업무 가중으로 계획된 업무를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점도 업무 연관성으로 볼 수 있는지 갑론을박이 있는 부분이다.

이에 1심은 "A씨에게는 뇌실내출혈의 원인이 된 뇌동맥류가 이전부터 있었다"면서 "사망 무렵 A씨가 처한 근무환경 등이 박리성 뇌동맥류의 파열 등을 통한 뇌실내출혈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이를 뒤집고 "과로가 있었다면 (기존에 뇌혈관 관련 질병이 있더라도)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실내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업무 연관성을 수긍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에 대법원은 "기존 질환인 뇌동맥류를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휴무일 없이 근무했지만 보통 오후 8시 이전에 퇴근,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고 △이 회사에서 약 7년간 도면 작성 등 설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업무의 범위가 다소 넓어졌더라도 변화된 업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 △특별히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았으리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판시 이유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