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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품은 미래에셋, 역시나 관건은 '케미'

'초대형 증권사 탄생' 조직 일원화·노조 달래기 성공 여부에 관심 집중

이지숙 기자 기자  2015.12.24 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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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기업 인수·합병(M&A)시장 최대어인 KDB대우증권(대우증권)이 예상대로 미래에셋증권 품에 안겼다.

대우증권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산업은행)은 24일 오전 이사회에서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패키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1월 중 주식매매계약에 이어 2월부터 우선협상자대상자 실사 등을 거쳐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 세전이익 1조원, 세전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이번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는 한결같이 글로벌투자은행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미래에셋의 진정성을 알아주신 것으로 생각하며 이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의 말을 건넸다.

이어 "자본시장 이노베이터로 성장해온 미래에셋과 업계 최고인 대우증권의 장점을 잘 결합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투자은행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서 투자 확대가 중요하며 향후 투자활성화를 통해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한 국민의 평안한 노후준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첨언했다.

◆자기자본 7조9000억 '매머드 증권사' 탄생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을 품으며 단숨에 업계 1위 초대형 증권사로 올라서게 됐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통합 출범 때는 자기자본 7조8587억원으로 업계 2위 NH투자증권(자기자본 4조6044억원), 삼성증권(3조6285억원)과 격차도 크게 벌어진다.

현재는 NH투자증권, 대우증권(4조3967억원),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3조4620억원) 간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지시해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입찰가를 제시하는 등 대우증권 인수에 적극 나섰다.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패키지 매각 장부가는 1조8400억원 정도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20% 고려하면 2조1000억대 안팎에서 인수가가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이를 뛰어 넘는 2조4000억원대 인수액을 제시해 단숨에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늘어난 자기자본을 활용해 투자금융(IB) 사업을 크게 강화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산업은행에 제출한 경영계획서에도 대우증권을 품고 대형 금융사로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시장에서도 리테일의 강자 대우증권과 자산관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미래에셋증권이 합치는 만큼 중복되는 사업영역 부분이 많지 않아 합병 후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숨죽인 업계 "장고 끝 최선 되길…"

이번 매각 이슈에 대해 여전히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려면 물리적 사업 재편에 앞서 대우증권과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하는 중이다.  

실제 이날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후 대우증권 노조는 "무리한 인수는 시장을 교란시키고 업계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된다"며 "유상증자 이후 미래에셋의 자기자본은 3조4000억 수준인데 이는 자기자본의 70% 이상을 대우증권 지분을 매입하는데 사용하겠다는 무리한 인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놨다.

여기에는 또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및 재무비율 등 미래에셋증권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여러 문제점들을 금융위에 적극 표명할 것"이라며 "회사, 주주, 직원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담당기자들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아쉬움을 전했다.

'끝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의 도전'이라는 제하의 자료는 △글로벌 IB 기회 늦춰져 아쉽지만 담대하게 나아가겠다 △양사 시너지를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 제시 △자체 체력 증강시켜 아시아 리딩 증권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소제목에 골자를 담았다.

아울러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미래에셋을 축하하고 선의의 경쟁자로 함께 완주한 KB의 발전도 기원했다.

여기 보태 이대현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은 "국내 자산관리 선두주자인 미래에셋과 정통 증권업 사관학교인 대우증권의 결합을 통한 초대형 증권사의 출현이 국내 증권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 등 해외진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노조 문제도 넘어야 할 산

축배를 들기까지는 아직까지 미래에셋이 넘어야 할 산의 높이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승자의 저주' 리스크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현금성 자산 5098억원, 유보금 2조2035억원, 유상증자 1조2000억원 등 약 4조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우증권 인수 가격으로 절반 이상을 지출한 뒤 오히려 기초 재무구조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두 증권사 모두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확실한 대형 증권사인 만큼 향후 양사 사이에 벌어질 자존심 다툼에 대한 걱정도 존재한다.

실제 양사 통합과 관련해 임직원들도 강력한 내부 경쟁상대를 만나게 된다는 위식의식이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금융투자업계 사관학교로 통하며 자긍심을 키워온 대우증권과 뚜렷한 기업 정체성을 내세워 승부사적 자질을 내비치는 미래에셋증권 임직원들 간 대척점의 거리도 멀 것이라는 전언들이다.

구조조정도 대우증권 노조에 여전한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미래에셋 측은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인수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대우증권 노조는 고용안정 보장, 5년간 독립경영 보장, 낙하산 반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형목 대우증권 노조 부위원장은 "미래에셋의 경우 희망퇴직, 명퇴라는 제도가 없는 대신 패널티성 제도나 인사이동 등을 통해 퇴사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런 부분까지 요구사항에 넣어 기업 조직문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우증권 노동조합은 24일 노동조합을 매각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내년 1월4~6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금협상 결렬을 근거로 총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