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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난감한 어감 '붉은 원숭이의 해(丙申年)'

황이화 기자 기자  2015.12.24 15: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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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말이 되니 모임이 늘고, 새해 달력도 쌓여갑니다. 새해를 알차고 힘차게 준비하라는 의미로 달력과 다이어리 선물을 많이 주고받을 텐데요. 원숭이를 그려 넣은 달력이나 다이어리도 눈에 띕니다.

아시다시피 2016년은 육십간지로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입니다. 사람들은 "어감이 난감하다"면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입니다. 공식적으로 비속어를 사용하는 듯한 해방감일까요.

일반인뿐만 아니라 홍보·마케팅 업계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병신년'이라는 단어를 비속어로 인식, 해당 단어가 사용된 콘텐츠 게재를 금지 했었습니다. 유머 섞인 새해 마케팅을 준비한 업계에선 어려움을 토로했죠.

그러자 페이스북도 의례히 육십간지로 신년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는 한국의 관습을 인정, 한글과 한자를 병기할 경우에는 해당 표현을 게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실 발음만 같을 뿐이지 '이 뜻'과 '그 뜻'은 다른데 말이죠. 지인 중에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서 "새해가 밝았습니다"라고 선포하는 아나운서의 뚜렷한 발음이 기대된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조합한 간지(干支)는 60년마다 돌아옵니다. 가벼운 웃음을 주는 병신년. 60년 전, 120년 전에도 있었을 그 해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찾아봤습니다.

936년 병신년,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했습니다. 또 국사 시간에 한 번쯤 들어 봤을 '망이·망소이의 난'도 1176년 병신년이었습니다. 수백년 전 지금의 '금수저론'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신분 차별이 심했던 그때, 천민 마을에 살던 망이와 망소이가 국가 수탈에 정면으로 맞서 민란을 일으켰다는 게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또 1236년 병신년에는 몽고 침략을 부처의 힘으로 극복하고자 '팔만대장경'을 제작하기 시작했죠. 그로부터 300년이 흐른 1536년 병신년에는 대단한 두 인물이 태어났습니다. 한 사람은 이기론을 정리해 조선 유교의 학문적 기틀을 마련한 '5000원권 모델' 율곡 이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미인곡·속미인곡·관동별곡'이라는 명품 가사 세 편을 지어 학생들을 고전문학의 늪에 빠뜨린 송강 정철입니다.

이처럼 지난 병신년에는 의미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곧 다가올 2016년 병신년에 어떤 일들이 생길지 기대되는데요, 우선 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실시로 정치권에 새로운 물결이 일 전망입니다.

이외에도 1월30일 신분당선 정자역과 광교역 구간 개통으로 광교신도시에서 강남까지 30분대에 오갈수 있게 됐고, 얼마 전 상량식을 진행한 롯데월드타워가 12월경 완공될 예정니다.

새해를 맞이해 재미있는 전시들도 진행되는데요.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병신년 원숭이해 특별전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전을 열고, 원숭이의 행동과 특성이 우리 문화에 어떻게 표현되는지 보여 준다고 합니다. '장승업필 송하고승도', '안하이갑도' 등 원숭이와 관련된 자료 총 70여점이 내년 2월22일까지 소개된다고 하니, 쉽게 접하기 어려운 원숭이를 한껏 만나 보는 건 어떨까요.

한편, '병(丙)'자와 '신(申)'자는 양기(陽氣)를 가진 글자라고 합니다. 밝은 기운이 가득한 해입니다. 또 모든 병신년은 '6'으로 끝나는데요, 십간 중 하나인 '병'은 10년마다 한번씩 돌아오기 때문에 늘 6으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냈지만, 바라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2016년 병신년 새해, 난감하지만 웃음 주는 어감처럼 재미있고, 밝은 기운 가득한 한 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