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삼성 사장단 인사를 통해 신성장 전략 분야로 바이오, 의료기기와 함께 미래자동차 시장을 내세웠다.
전장(電裝)사업팀을 신설해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에 필요한 △전자부품 △디스플레이 △배터리 △모터 등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이라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을 잡겠다는 생각인데, 이미 구글, 애플이 스마트카 분야로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역시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무인 자동차 분야에서는 투자나 기술 확보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아닌 IT기업 구글이 가장 앞서고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신흥 IT기업들이 너도나도 미래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산업의 역사만 보더라도 100여년이 훌쩍 넘는 전통적인 제조 분야인 자동차 시장에서 설립한 지 체 20년도 되지 않은 IT 기업들이 미래의 자동차 핵심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오히려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은 어디론가 실종해 버린 모양새다.
주객(主客)이 전도(顚倒) 되도 한참 된 느낌인데, 이는 자동차의 엔진 등 동력 계통의 성능이 핵심이던 시대에서 각종 전장(電裝)이나 전기동력 등이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요사이 새로운 제품 출시에 따른 광고를 보면 과거 깨끗하고 끊기지 않는 통화 음질을 내세우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전·후면에 내장돼 있는 카메라의 화소수와 DRLS카메라에 버금가는 고기능 등을 주요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인터넷 연결도 되는 휴대 전화기에서 전화도 되는 휴대용 컴퓨터로 바뀌는가 싶더니 이제는 전화와 컴퓨팅 기능이 탑재된 고급 카메라를 팔고 있는 느낌인데 이 또한 주와 객이 전도됐다 할 수 있다.
비단 위에서 살펴본 자동차나 IT 제조 분야뿐이 아닌, 산업과 비즈니스 영역 전반에서 이러한 흐름이 점차 보편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상용(常用)으로 현실계(主)와 가상계(客)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져 버린 지 오래이고, 언제든지 가상계화 현실계를 넘나들면서 소통하고 소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다 보니 O2O(Online to Offline)와 같은 두 세상을 버무려 놓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가상계의 경제 규모가 현실계를 뛰어 넘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술의 진보나 산업 구조의 변화 때문일까? 아니다.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은 바로 사용자, 즉 고객이다. 고객은 전통적인 산업의 상식에서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 새로움에 대한 추구와 이를 통한 만족감은 공급자의 몫이 아닌 고객의 몫이며, 고객에 의해서 주와 객, 주와 종(從)의 관계가 정해지는 것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완구업체인 레고조차도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마인드스톰(Mindstorms)'이라는 제품을 출시하고, 지갑 속에서 현금을 밀어낸 카드가 어느새 모바일페이(Mobile Pay)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고객의 요구이고 선택이다.

주객전도, 객반위주(客反爲主)의 시대다. 오늘의 손님이 내일엔 주인 노릇을 하고, 또 주인이 어느새 손님이 돼 버리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형국이다. 주인 자리를 잃지 않으면 더욱 좋을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손님 자리라도 지키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과 애를 쓸 일이다.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전략기획그룹 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