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칼럼] 현명한 '을'이 되자

박천웅 스탭스 대표 기자  2015.12.24 12:13:3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갑을 관계란 계약서상에서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보통 권력적 우위인 쪽을 '갑', 그렇지 않은 쪽을 '을'이라 부르며, 기업-구직자 간 고용계약 등 문서화된 계약 외에도 수없이 많은, 보이지 않는 무언의 계약이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위치를 '갑'이라고 표현하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을'이라고 표현한다. 

'을'이 약자란 느낌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어떤 일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관계 속에서도 처지는 바뀔 수 있다. 회사에서는 '을'의 위치에서 일을 하더라도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이 되는 순간 '갑'이 되듯, 역할은 늘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취업도 같은 이치로 볼 수 있다. 경기가 활성화되고 기업이 성장해서 할 일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적을 때는 구직자가 '갑'이 되고, 요즘처럼 경기가 침체돼 있을 때는 반대로 기업이 선택의 권한을 가지게 되듯 갑을 관계는 늘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취업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 되며, 이런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선택의 권한 역시 함께 주어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구직자와 회사는 서로 기준에 맞는 상대를 선택 할 수 있다. 구직자는 입사 지원 단계에서 자신의 조건에 맞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고, 기업은 직무와 역량에 맞는 구직자를 채용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회사로부터 선택받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실제로 필자가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모의면접을 실시한다. 학생들에게 면접관의 역할을 시켜보면 계량화된 수치보다는 면접자의 태도와 인성 등을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여러 명의 면접관이 선택하는 합격자 역시 동일 인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선택의 이유도 거의 비슷하다. 즉, 본인 스스로가 회사의 선택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인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회사는 지원자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 가능성이라 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여도를 높여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경력이든 신입이든 입사해서 바로 일에 투입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유한 문화, 업무 프로세스 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며, 회사에서는 채용 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더 나아가 육성을 통해 조직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회사마다 인재상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책임감있고, 성실하고 성과를 내는 인재를 원한다는 것은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달려져도 변치 않는 중요한 공통 사항이다. 바다 위의 빙산 중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바다 속에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존재하듯, 사회생활에서도 기본이 되는 부분들이 중요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부분을 우선 충족시키는 사람이 돼야 하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역시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창의력 △끈기 △도전정신 △능력 등은 자신의 기본 역량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전제 아래 플러스 알파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며칠 전, 유명 어학원에서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는데 참여자 대부분이 취업준비의 하나로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토익 점수나 소위 일컬어지는 스펙은 입사지원의 기본적인 자격요건일 뿐이지 채용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특히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나서는 객관화된 스펙보다는 대인관계 등이 선택 여부에 훨씬 크게 작용한다. 

물론 객관적 스펙을 쌓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스펙 쌓기에 올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서 회사가 원하는 사람, 채용 기준 등을 먼저 생각하고 이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현명한 길 일 것이다. 나는 회사의 인재상에 적합한 사람인가, 부족한 점은 무엇이며, 채용담당자의 처지에서 본인 스스로를 조명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하지 않을까.

구매자 대부분이 상품을 선택할 때는 모두가 공감하는 △모양 △맛 △가격 △품질 등 누구에게나 합당하고 일반적인 기준이 적용된다. 물론 개인별로 선택에 있어 중요시 여기는 특성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이는 눈에 보이는 일부이며, 물속에 잠겨있는 일반적 사항에 더해져 빛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현명한 을이 되기 위해서는 갑의 형편에서 나를 보고 과연 나는 선택받을 수 있는 호감형인가를 점검하고, 스스로를 다듬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호감형 인간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주위로부터 신뢰받고 자신의 가치를 높여 나갈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호감 가는 사람, 조직에 더 많은 가치를 주는 사람은 취업준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선택받고 성장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박천웅 스탭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