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24 10:42:14
[프라임경제] 물자가 흔한 세상, 멋 부리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때문에 쓸 만한 물건이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 한편으론 이를 아쉬워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중·고생들이 입는 교복은 한창 성장기에 입는 옷인 관계로 졸업 전에 한 차례쯤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래 사용하지 않는 중고품이 주인을 잃고 옷장 한쪽에 조용히 걸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큰 기업이 진출해 교복 사업을 하면서 값을 올려놨다는 불평도 한다. 꼭 필요하고 중간에 교체할 수도 있는데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졸업과 동시에 주인을 잃게 되는 교복, 특수 영역이랄 수 있는 교복 시장 틈새를 파고든 사회적기업이 바로 '희망을 여는 사람들 두드림교복센터'(이하 두드림교복센터)다.
두드림교복센터는 부산의 중심지 부전동에 자리 잡고있다. 입지부터 부산 관내 여러 학교들을 모두 아우르는 만큼 접근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한 듯하다.
두드림교복센터는 중고 교복을 기증받아 손질한 후, 염가에 판매하는 업체다. 김성현 두드림교복센터 간사에 따르면 현재 부산의 중·고교는 약 325개교. 이중 70~80%가량의 교복이 두드림교복센터에 확보돼 있다.
사단법인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을 모기관으로 해 출범한 두드림교복센터는 2012년 1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모법인은 어려운 청소년을 후원하는 등 사회복지를 맡는 기구로, 청소년의 교복 구매를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했다. 그러던 중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필요를 느껴 산하 단체 형식으로 두드림교복센터를 출범시키기에 이르렀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탄생한 조직인 만큼, 두드림교복센터는 철저하게 기부에 의해 중고 교복을 확보하고 가급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졸업 시즌·하복 교체 앞둔 때 '피크'…"고맙다" 한마디가 보약
평소 두드림교복센터의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단체 기증을 받거나 요청은 대부분 일선 학교 방과 시간 때 이뤄지기 때문에 야간 근무는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근무 시간은 한눈 팔 새 없이 바쁘다. 사무를 보는 간사 3명, 수선 및 판매 업무 2명 등 5명이 직원의 전부인 탓에 업무량이 많다. 사무 직원들도 '시즌' 때는 판매에 나선다.
"졸업과 입학 즈음, 또 여름을 맞아 하복으로 교체할 때가 시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건비 등 지출 요소를 최소화해 300개가 훨씬 넘는 학교들을 모두 '커버'해야 하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지만 학교에서 교복을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저희에게까지 꼭 알려 주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교복을 구입하러 온 학생이 알려줘서 뒤늦게 알거나, 아니면 기증이 들어왔는데 보관하고 있는 교복과 디자인이 달라 수소문해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큰 교복회사의 유명 브랜드 교복을 구매할 때 동복 기준 25만원가량이 들어간다. 공동구매를 해도 20만원, 저렴한 브랜드 교복이라 해도 18만원선의 지출은 필수.
하지만 두드림교복센터에서 동복 재킷과 조끼, 바지에 셔츠(1장)까지 구매해도 4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하복은 셔츠와 바지 1만9000원선이면 구입할 수 있다.
학교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중고품 셔츠는 8000~1만3000원씩 받는다. 중소 교복점이 문을 닫을 때 알음알음으로 기부를 해 주거나, 일반 의류업 제조사에서 남은 셔츠를 무상 제공하는 경우 사용하지 않은 셔츠이기 때문에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어른 '와이셔츠'를 그대로 입어도 무방한 학교들도 있어 어찌 보면 '틈새기부시장'인 셈이다.
◆시민의 도움으로 자리매김…못 쓰는 물품 과감히 폐기 '품질관리' 최선
교복은 학교마다 상이하고, 상의와 하의, 셔츠(블라우스) 등 구성 요소가 많기 때문에 완성품 기준인 '벌'수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각 단품 기준 '장'으로 보유량을 관리하는데, 두드림교복센터는 12월 현재 1만장 정도를 구비하고 있다.
크게는 여름과 겨울을 기준으로 회사 한쪽에 마련된 물류창고에 옷을 넣고 빼는 식으로 전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소비자는 학교별로 구분된 옷과 품질을 보면서 제품을 골라 사 갈 수 있다.
"구입하러 오는 손님들을 보면, 형편이 다소 어려운 경우가 있고 알뜰한 구매를 위해 오는 손님도 있습니다. 아주 어려운 경우에는 지원이 필요하죠. 모법인의 도움으로 할인구매권을 만들어 각 동 주민자치센터나 청소년 시설 등에 기증해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시설이나 후원단체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돕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에 두드림교복센터는 '품질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10장이 들어오면 상태가 좋지 않은 3~4장은 폐기 처리한다. 나머지는 깨끗하게 세탁하고 작은 흠이 있는 경우 수선해 사용한다.
"적은 액수로 사는 중고품이지만 품질은 최대한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법 알려져 학교 단위에서 많은 양을 보내겠다고 알려오기도 하고, 졸업하는 학생이 더 이상 필요가 없는 교복을 가지고 보호자와 함께 들르기도 한다.
힘든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제조사에 따라 같은 교복이라도 색상이 조금씩 다르고, 특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지칠 때도 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하루의 피곤함이 가시곤 합니다. 결국 '보람'이죠. 좋은 일을 한다면서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수선 직원들도 좋은 일에 보탬이 된다면서 "보람있다"고 말씀하세요."
두드림교복센터는 자체 자립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어느새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부산의 사회적기업은 5년 동안 지원을 받고 자립을 하게 되는데요. 지원이 끝나도 자체 운영 수익금으로 급여 등을 배분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올 2월부터 교육청에서 공동구매 등 정책이 나오면서 일반 교복점의 개별 구매가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판매점에 해당하는 거죠. 타격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