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명차 운전석-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L당 23.2㎞의 국내 최고 연비로 경제성과 친환경성 동시에 만족

김정환 기자 기자  2007.05.30 14:42:1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하이브리드 차는 렉서스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RX 400h’와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가 전부.

국산 하이브리드 차가 아직 시판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가장 저렴하게 오너가 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가 바로 시빅 하이브리드(Civic Hybrid)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미국 시장의 베스트셀링카인 시빅을 베이스로 가솔린으로 구동되는 메인 심장과 전기로 움직이는 보조 심장 등 심장 2개를 얹었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얼핏 시빅 2.0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재패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건담을 떠올리게 하는 시빅 2.0의 SF적인 앞 얼굴을 비롯한 전체적인 외양이 그대로였던 것. 다른 점은 타이어가 다소 작고, 알루미늄 휠이 덜 스포티해 보인다는 점 정도였다.

   
 
 


차에 올랐다. 시빅 2.0에서 기자를 열광시켰던 시야가 탁 트인 최첨단 캡포워드 디자인도 그대로였다. 그 덕에 휠베이스가 길어져 밖에서 볼 때 작아 보는 것과 달리 실내도 널찍했다.

시빅 2.0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던 복층형 계기판은 이 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래 계기판엔 rpm 표시계가 한가운데 박혀 있고, 속도계는 그 계기판 바로 위 또 다른 계기판에 디지털로 표시됐다. 속도계 좌우엔 냉각수 온도계와 연료잔량 표시계가 그래픽으로 현재 상태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기판에 낯선 것이 있었다. 바로 아래 계기판의 rpm 표시계 바로 왼쪽에 위치한 IMA(Integrated Motor Assist) 작동 지시계였다. 이 지시계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우측 지시계의 위엔 ASST(어시스트 - 협력), 아래엔 CHARGE(차지- 충전)라고 표시된 디지털 표시계가 있었고, 좌측엔 BAT(배터리)라고 표시된 디지털 표시계가 있었다. 마치 ‘1인칭슈팅(FSP)게임’을 할 때 게이머가 가진 화력의 양을 표시하는 게이지와 흡사했다. 이 지시계의 역할은 차차 확인해 볼 요량을 하고 시동을 걸었다.

시동을 거니 엔진 소리가 작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에 얹은 메인 심장은 1339cc 가솔린 직렬 4기통 SOHC i-VTEC 엔진. 1339cc라면 국산 차 중에서도 소형차에 해당하는 차급이다. ‘연비가 높다니 파워는 기대하지 말아야겠네”라고 생각하며 시내로 나갔다.

시내 주행을 하면서 다소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적은 배기량임에도 힘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때 계기판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IMA 작동 지시계였다. 이 지시계는 차가 출발하거나 가속할 때는 ASST 쪽으로, 차가 감속할 때는 CHRG 쪽으로 움직였다. BAT 표시계는 칸이 줄었다 늘었다 계속했다.

이는 시빅 하이브리드의 구동 방식을 알면 이해가 빠르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차가 출발하고, 가속을 할 때 엔진의 파워에 모터의 힘을 더해주는 ‘병렬(패러렐) 방식’을 사용, 1.3L급 차로 1.8L급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즉, 가솔린 엔진이 내는 최고출력 94마력, 최대토크 12.3kgm에 전기 모터가 발휘하는 최고출력 20마력, 최대토크 10.5kgm를 합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배터리는 감속하거나 정속 주행할 때 양껏 충전을 해놓고 있다가 높은 출력이 필요한 순간엔 모아뒀던 힘으로 가솔린 엔진의 부족한 힘을 보조해줌으로써 손색없는 파워와 연료(가솔린) 소모량 절감, 그리고 친환경까지 실현하는 것이다. 가다,서다를 반복하기 마련인 시내 주행에서 유리한 구동 방식인 것이다. 

   
 
 

이번엔 고속 주행에 도전하기 위해 수서-분당간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심야시간엔 교통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 속도감을 즐기려는 운전자들이 자주 찾는 길이다.

이 고속화도로에서 시빅 하이브리드는 쉴새 없이 치근덕거리는 남성들을 뿌리치고 꿋꿋이 제 갈길 가는 새침한 아가씨처럼 톡톡 튀는 주행 성능을 뽐냈다.

현재 속도를 보기 위해 힘들게 고개를 숙일 필요 없이 정면만 바라보면서 눈만 살짝 내려도 한 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 차의 속도계는 이미 시속 150km를 기록 중이었다.

달릴수록 지면에 밀착하는 느낌은 시빅 2.0에서 느꼈던 것과 거의 흡사했다.

물론, 고속 주행 시 엔진 소리는 소형 오토바이처럼 “앵앵”거리는 것이 중대형 차의 묵직한 배기음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거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귀엽게 느껴졌다.

시빅 하이브리드가 가진 특징 중 하나가 ‘오토 스톱(AUTO STOP)’이다.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속도계 왼쪽 맨 아래에 ‘AUTO STOP’이 점등되며 엔진이 멈추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는 기능이다. 즉, 정차 중에 엔진 가동을 멈춤으로써 불필요한 연료 소모나 배기 가스 배출을 막는 최첨단 기능이다.

그런데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시빅 하이브리드를 몰다가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멈췄을 때, 오토 스톱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변속기어를 D에서 N으로 옮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무심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순간적으로 시동이 걸리면서 차가 앞으로 나간다는 사실이다.

기자도 이 차를 모는 동안 생각 없이 일반 차량처럼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뗐다가 차가 움직여서 놀란 적이 몇 차례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기어를 D에 놓은 상태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지 않은 상태에선 절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지 말아야 한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배터리는 니켈 수소 배터리로 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장착된다. 사고 시엔 배터리가 자동 차단되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혼다코리아 측은 이 배터리를 5년, 10만㎞까지 무상 보증한다. 이 정도 기간이면 폐차할 때까지 교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혼다코리아 측 설명이다. 배터리 가격은 약 300만 원 선. 고가인만큼 앞으로 시빅 하이브리드가 앞으로 많아진다면 도난 당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는 있겠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선루프가 없다는 점이다. 혼다코리아에 문의해 보니 선루프를 달게 되면 무게가 나가게 돼서 연비가 나빠지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현지에도 없다니 옵션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처럼 자동차의 필수품 격인 선루프까지 없애가며 연료 소모량을 줄인 시빅 하이브리드는 미국 뉴욕 국제자동차쇼에서 전 세계 자동차 미디어가 선정한 ‘환경친화 자동차(Greenest Car)’,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 모터 트렌드가 수여하는 ‘2006 환경친화 차량 (Greenest Vehicle of 2006) - 가솔린 전기 Hybrid 부분(Gasoline Electric Hybrid)’, 캐나다 자동차 저널리스트 협회가 선정한 ‘최적의 대체 동력원(Best New Alternative Power)’ 등 화려한 수상 경력으로 그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입증했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시빅 2.0의 파격적인 가격(2990만 원)에 비한다면 다소 높은 3390만원에 나왔다.

혹자는 차 값을 다 뽑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과감한 급가속, 급감속을 하면서까지 연료를 소모해봤는데도 이 차의 놀라운 연비(리터당 23.2㎞)는 연료 잔량 표시계의 눈금 하나 떨어뜨리지 않았다. 이를 보면 연료비 절감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따라서, 차량 운행이 잦은 사람에겐 최적이다.

혼코리아는 국내 하이브리드 차 시장이 성숙기가 아니란 이유로 시빅 하이브리드의  연간 판매량을 당초 60대로 책정했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불티나듯 팔려나가 현재 추가 수입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소식에 시장성 없다고 하이브리드 차량의 출시를 미뤄 온 국내 완성차 메이커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 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