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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명소 일군 사회적경제" 부산 감천문화마을

사회적기업-외부 자본-협동조합 아우른 마을공동체에 지자체 도움까지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22 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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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산비탈에 올라선 마을버스가 사람들을 쏟아냈다. 이미 지대가 높은데 또다시 걸어서 마을을 누벼야 한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안 하는 사람들이 슬슬 불평을 쏟을 무렵쯤에는 이미 특색 있는 가게와 예쁘게 꾸민 살림집들이 작은 공간 하나 허투루 남기지 않고 늘어선 모습이 시선을 뺏는다.

이렇게 빽빽하게 마을을 이룬 가운데 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것으로 풍경 모자이크가 완성된다. 실핏줄처럼 퍼진 불규칙한 골목길들을 따라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집집마다 벽에 그림이 피어난 점이 여느 대도시 산동네 마을과 구분되는 대목이다. 바로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정경이다.

이곳은 6·25 당시 임시수도이던 부산에 피난민들이 몰려들면서 본격화된 산동네의 흔적을 가장 많이 간직한 곳 중 하나다.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이던 곳이 지금은 관광명소로 거듭나 각지의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미술가와 주민들이 벽화를 그리면서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시행한 데다 공동체 정신을 잃지 않은 점이 역설적으로 발전의 원동력이 된 사례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움도 큰 힘이 돼 부산의 자랑거리가 됐다는 점이 관심을 모은다.

예쁜 카페 옆 마을 주민 맞이하는 실비집·정육점, '살아있는' 마을

씨앗호떡을 파는 가게에 줄이 늘어서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공예품·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사람을 불러 모은다. 그 옆에는 어묵집, 위쪽 2층에는 비빔밥과 분식 메뉴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있는데, 이색적인 점은 '마을에서 운영'한다는 표시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는 점이다.

자세히 보면 커피 볶는 향이 관광객을 부르는 가게 가까이 실비집(안주의 실비, 즉 원가 정도만 받는 가게라는 뜻. 잔술을 파는 선술집)이 있다. 물건을 고르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 옆으로 미용실에서 방금 로트를 말아 펌 손질을 한 듯 머릿수건을 쓴 동네 할머니가 나오고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끊으러 온 손님들이 드나든다.

대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기 시작하면 카페와 분위기 있는 식당, 와인 바만 남기고 노포들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돈이 된다 싶으면 외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가게를 내려 하고 이렇게 세가 오르면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은 밀려나거나 업종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당장은 신날 것 같지만 트렌드가 또 변하고 핫 플레이스가 새롭게 생기면 특색 없는 거리 중 하나가 돼 이제 유동 인구숫자의 오르내림에 전전긍긍하게 된다. 결국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감천문화마을은 이런 현상을 극복한 가운데 마을에 여전히 사람이 살며 외부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하는 구조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마을 공동체가 해체 수순을 밟은 대부분의 지역과 달리 여전히 살아남아 힘을 발휘하고, 또 동네를 성장시킬 신성장동력원을 찾는 수준까지 도달한 데에는 산동네 마을이라는 불리한 조건이 역설적으로 힘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뭔가 이뤄보자는 공감대와 함께 자발적으로 발벗고 나선 지도자급 주민들의 섬김의 리더십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감천문화마을에서 보는 연간 방문자 수는 약 15만명. 이 곳 마을은 현재 통 단위로는 17개로 구성되며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명소로서의 문화마을은 5개통에 해당한다. 현재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찾은 이들이 입소문을 내 더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고 꾸준히 사람들이 오는 추세이므로, 이런 마을 관광 현황을 아래쪽으로 더 분산하려는 원대한 구상이 추진 중에 있다.

이렇게 되면 재래시장 쪽으로도 연결돼 구비구비 언덕과 골목을 오가면서 집과 가게를 구경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비약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4200여가구에 약 8900명이 주인공이지만, 이들이 사는 이 마을을 찾아 든 외부 자본 즉 바깥에서 온 상인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데에는 어떤 구심점이 작용하고 있을까. 여러 비결이 있겠으나,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가 대들보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원래 감천에서 살고 있지 않던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도 가게를 열고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서로 교류하기 위해서는 상인회 조직이 필요하다. 이런 조직이 없거나 기존 주민들이 텃세를 부리게 되면 젠트리피케이션은 피할 수 있을 망정,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자칫 퇴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인 이 곳의 주민협의회는 이런 상인회와도 긴밀히 협력하면서, 자체 사업을 진행해 마을기업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공생'을 이뤄냈다. 이렇게 일군 사업적 성공은 다시 성장 밑거름과 동력원이 돼 다른 발전도 일구게 된다. 바깥 사업을 한층 더 원활히 하고 지원 등에 유리하다는 판단, 그리고 주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활성화가 우리의 기본 정신이라는 다짐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지정을 얻었다. 여기에 자생적으로 마을과 연관해 생겨난 어머니협동조합도 있는데 이들과도 협력한다.

외부 상인들의 조직인 상인회가 주민협의회의 일원으로 함께 의논과 협의를 해 나가고 마을기업,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까지 한 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사회적경제의 결정체가 감천문화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체성 살려낸 공동체 조직, 힘 보탠 지자체…'10억 매출에 이익은 환원'

"별다른 특산품은 없고, 다만 골목길이 좋았다. 야경이 예뻤고…이런 가운데 벽화를 그리게 되면서 사람들이 찾아와 주자 뭔가 해 보자는 의견이 늘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반대 의견이나 심드렁해 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것은 공동체가 성숙했기 때문이고 주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순선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부회장은 말한다.

그래서 재개발이나 재건축 일색인 도시 정비 상황 속에서 이곳은 재생 위주로 가야 한다는 성공적 케이스로도 우뚝 서 관심을 모으게 된다. 전 부회장에 따르면, 현재 공동체가 직접 운영하는 사업장은 8곳. 연매출은 총 10억원가량에 달한다. 게스트하우스부터 카페 2곳, 행복발전소 등 꼭 필요한 조직에 사업 형태도 다양한 가운데, 향후 '요드 소금'을 생산하는 사업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100명 정도 일자리가 새롭게 생길 것"으로 전 부회장은 예상했다. 요드 소금 건은 국비와 시비가 들어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으로 꼽을 수 있는 대표적 민-관 협력 모델이다.

'마을지기'도 지자체에서 지정, 보내준 인력으로 공동체에 큰 보탬이 된다. 자잘한 수리나 노인 주민 불편사항을 돕는다.

마을지기는 공동체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안내 등은 '자원봉사' 명찰을 단 이들이 수고해 준다. 이렇게 민과 관이 함께 작업하는 모델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마을 주민 중 의식있는 이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노고를 쏟아왔음은 불문가지다.

돈이 들어오고 활력이 생기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옷깃을 여미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을에서는 총회와 감사보고 등을 여느 민간회사 못지 않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을기업 등에서 올린 수익을 마을에 혼자 계신 어르신 등 도움이 꼭 필요한 쪽에 집수리 지원 등 자금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자체 역시 감천문화마을의 이런 노력에 여러모로 적극적으로 힘을 보탠다는 점은 이미 여러 번 언급했는데, 부산 사하구에서 2014년 7월 감천문화마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시행규칙을 만들고 조례를 개정하는 등 지켜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는 조처를 강화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감천문화마을의 주택과 어울리는 색상과 디자인을 새 건축물이나 상점의 간판에 사용하도록 권고한다는 것.

이렇게 주민과 상인, 관광객이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은 사회적경제가 창조경제로 연결된 표본으로도 의미가 있어 앞으로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