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의사 처벌 형평성' 논란, 굳히기 안돼

황이화 기자 기자  2015.12.22 10:19:5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1991년 개그맨 이경규를 국민스타로 만든 소재는 다름 아닌 '몰래카메라(몰카)'였다. 몰카 대상이 된 연예인은 "몰래카메라였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속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당황스러워 했고, 시청자들은 이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준 몰카는 또 다른 곳에서 성범죄 도구로 활용돼 왔다. 이전에는 특히 숙박업소에 설치된 몰카가 두려운 존재였다면, 점차 수영장·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에 설치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는 경향이 우세해지고 있다.

올해는 의료계 몰카 범죄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병원조차 몰카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공간으로 등극했고, 믿고 몸을 맡겨야 할 의사조차 얼마든지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의전원생)이 무려 18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500여 건의 몰카를 촬영한 사건이 불거졌다. 그리고 지난 8월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손님으로 온 여성의 특정신체부위를 촬영한 것이 밝혀져 공분을 산 바 있다.

이때마다 문제시된 점은 그들이 받은 처벌이 이례적으로 미약하다는 것. 183명 여성의 신체 특정부위를 촬영한 의전원생은 성폭력 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됐다. 재판에도 가지 않은 것이다.

몰카범죄의 경우 최소 벌금형, 그리고 집행유예 혹은 징역 선고가 일반적이다. 또 이번 기소유예는 2013년 한 회사원의 몰카촬영이 미수에 그쳤음에도 벌금 300만원과 신상정보 등록 20년형이 확정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의전원생 측 변호인이 작성한 "의전원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벌금 이상이 나오면 의사로서의 꿈이 좌절될 수 있다"는 의견서 대목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의사지망생이라서 전과가 기록된다면 그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몰카 산부인과 의사의 경우, 심지어 재범인데도 신상공개 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의사라는 직업을 고려할 때 신상을 공개하면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설명했지만, 어느 직종이든 전과 기록이 있으면 취업이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때도 시민들은 편파적이라는 인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여성들이 어디서든 관음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거란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있는 사이에도 법원은 '의료계의 앞길'만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터넷 상에서도 이와 같은 '형평성 없음'에 어이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관련 기사에는 '같은 성범죄자라도 의사면 용납된다는 거냐, 의사 되려는 사람부터가 문제니 앞으로 병원에 가기도 두렵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끊이지 않는 재판부의 차별적 처벌로 인해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처벌 특혜의 대명사'로 자리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의사와 의사지망생 사이에서 이런 인식에 사로잡혀 쉽게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될 일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살인·강도·강간 및 강제추행·절도·폭력이라는 5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의사 수는 2890명에 이르고, 이 중 강간 및 강제추행을 저지른 의사는 340명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었다. 이미 '솜방망이의 힘'이 발휘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형평성 논란을 떠나서라도 법원은 '의사라 피해가 크다, 의학대학원생이라 학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명분들이 진정으로 가해자 당사자의 앞길을 지켜주는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채찍이 필요한 순간마저도 당근만 주면 부지불식 사이 '고삐 풀린 말'을 양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