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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집회 구분 논란 답습 "소모적 논쟁 끝내야"

미군 장갑차 사건 추모제 등 매번 법원 골머리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22 0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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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찰이 지난 19일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3차 민중총궐기대회'를 '불법 집회'로 보면서 관련해 주최 측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를 문화제를 빙자한 위장 불법 집회로 보는 게 경찰 판단의 골간이다.

민중총궐기대회는 '소요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게 주최즉 주장이다. 경찰이 1차 총궐기대회와 관련해 한상균씨 등에게 소요죄 혐의를 적용한 것을 꼬집겠다는 의도를 내세웠다.

하지만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제는 참가자 8000여명(경찰 추산 2500여명)이 가면과 탬버린 등을 준비해 공연과 발언이 끝날 때마다 소리를 내며 호응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행진 과정에서는 부부젤라 등을 동원, 대규모 인원의 위력을 과시했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 손피켓이 다수 사용됐다. 참가자들이 직접 피켓을 만들 수 있는 부스도 준비되는 등 정치적 구호를 적은 손피켓이 활용될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전형적인 80년대 반정부 정치 집회와 달리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원 동원 등에서 조직화 개념이 들어간 변형된 시위(집회)라는 지적이 일각에서나마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찬반 양론이 갈라지는 데에는 우리나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집회와 문화제를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상 의견 발표의 자유가 있으므로 집시법이 사전 신고가 필요한 집회를 규정하는 구체적 내용 기준을 말들어 놓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미신고 문화제가 우발적으로 폭력적 집회로 돌변하는 경우가 없지 않고 경찰이나 법원 역시 이런 난제 때문에 정치적 구호의 제창이나 그러한 내용의 손피켓 등에 집회로 보고, 수사와 재판을 진행, 벌금형 선고 등으로 처리해 왔다.

더욱이 선행 집회 신고가 있다는 이유로 집회를 불허해 놓고 평화적으로 열린 다른 행사(문화제)에 정치적 구호가 등장했다는 이유로 불법 집회로 규정하는 것은 사람들을 상황이 악화되는 방향으로 몰아놓고 처벌 만능주의로 잣대를 대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유력하다.

결국 문제는 원래 입법 의도가 어쨌든 구분 기준이 명확치 않아 문화제 진행과 참여자들이 시위(집회) 처벌 논리에 따라 미신고 집회 주최 및 가담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는 현실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2005년 2월 대법원은 미군 장갑차 교통사고로 두 여학생이 희생된 때 일어난 추모제에 대해 '반미감정 자극'과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정치적 구호 사용'을 이유로 유죄 판결을 한 바 있는데 각계 갑론을박이 이때 이미 치열했다.

이때 논의를 생산적으로 연결시켜 사회적 공감대를 도출하는 해결 과정을 건너뛰었기 때문에 결국 이번에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더 이상 헌법적 요청에 따라 폭넓은 문화제 등의 개최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은 마비된 것으로 집시법 규정의 한계가 명확해졌음을 분명히 드러내는 일이다. 이에 따라 결국 정치권에서 해당 문제를 손질하는 데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