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번 스페인 총선에서 집권 국민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고 신생정당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가 약진하는 등 이변이 일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프랑코 독재 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평가되는 국민당과 프랑코군에 맞서 내전을 치르는 등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진보집단 사회당 두 축에 기대어 경영돼 온 스페인 정치가 이들만으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선택에 의해 이제 다당체제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는 과거 보수와 진보 양대 진영 논리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 익숙하고 또 만족하던 상황에서, 근래 글로벌 경제난에서 스페인 경제가 극단적 위기를 해결하는 와중에 '정치'의 중요성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의 사고관 자체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현지언론 등을 인용한 여러 외신에 따르면, 96% 개표시점 현재 집권 국민당은 29%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121석을 확보한 것으로, 하원 총 350석의 과반(176석) 확보 실패로 요약정리된다. 국민당의 현재 의석 수는 186석이다. 따라서 참패로까지 읽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제1야당 사회당은 9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생정당 포데모스는 69석, 이 당보다는 상대적으로 중도우파라고 일컬어지는 시우다다노스는 4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창당한 포데모스와 2006년 창당한 시우다다노스가 의회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이밖에 군소정당들이 28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백가쟁명의 시대가 개막됐다는 평가다.
개표가 마무리되면, 국민당과 사회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른 당들이 의미있는 의석 비율을 점유했고, 스페인 의회가 연립정부 구성하는 데 일정한 시한을 따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심지어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 모두 기성정치와의 단절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과연 연정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는 점도 안개 정국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당연히 신생정당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 대표가 뉴스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부채 재조정 공약. 이글레시아스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그리스의 선례에 따라 1조유로 규모의 스페인 부채를 경제 규모에 맞는 수준으로 재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부채의 조정 문제라는 이슈의 표면에만 주목해서는 영미권에서 크게 대두된 바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관에서만 바라봐서는 스페인 표심이나 더 나아가 유로존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각국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오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글레시아스는 정치학 교수 출신으로 스페인이 경제 난국에 봉착하자 티비 토론 패널로 나왔다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참신함'을 기성 정치권과의 대조적 속성으로 내세우며 발탁되는 외부 수혈 정치인들 대부분과 달리,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가를 얻은 점은 바로 이 방송에서 보여준 해박한 논리와 이를 현실에 접목하려는 비전 양측면에서 모두 호평을 샀기 때문. 따라서 정치적 생명력을 길게 갖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채 규모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점에선 분명 방만한 경제 운영을 감수하고라도 복지 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통적 진보정치권 논리와는 구분되나, 분별한 노동자 해고 및 민영화 반대, 최저 임금 현실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신자유주의와는 애초 만나는 접점이 없고 케인즈학파 정도의 우파 정치인들과 교류 및 타협, 연대 가능성은 점쳐진다.
그리고 기득권 계층의 부패 일소 등을 내세우고 있어 강력한 사정 돌풍을 일으키려 들 여지도 있다. 긴축과 생활고에 지친 보통 스페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충분한 정도의 포퓰리즘을 구사하는 능수능란한 인물인지 제3의 길을 실현하려는 새정치의 핵심인지 이제 의미있는 의석수를 장악함으로써 본격적 시험무대에 서게 된 셈이다.
경제적 난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기존 거대 정당에 표를 주지 않고 오히려 불안해도 정치실험을 하는 쪽으로 표심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가을 국정감사 이후 사실상 장기 공회전 중인 우리 정치권에도 이번 스페인 총선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은 이런 부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