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화 기자 기자 2015.12.18 10:30:31
[프라임경제]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의 여행이 우리의 삶입니다. 머리 좋은 사람이 마음 좋은 사람만 못하고, 마음 좋은 사람이 발 좋은 사람만 못합니다.'
시대의 지식인으로 알려진 신영복 교수는 '머리보다 가슴, 가슴보다 발로 느끼는 인생'을 지향했다. 책에서 배우는 것이 다가 아니라 실제로 부딪치고 그것을 통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논쟁이 뜨거운 요즘,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협동조합 '희스토리 앤 아이(대표 남죽희)'는 오히려 교과서를 던져두고 답사와 경험이라는 형식으로 '몸으로 익히는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희스토리 앤 아이(이하 희스토리)'라는 명칭은 기쁠 '희(喜)'에 '스토리(story)'를 더해 만들어졌다. '즐거운 이야기'를 뜻하면서도 '역사'를 의미하는 '히스토리(history)'의 발음과 비슷해 언어유희가 돋보인다.
'아이'는 '나'를 의미하는 영어 'I'이기도 하고 우리말 '어린 아이'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나와 아이가 즐겁게 역사를 익힌다'는 가치가 조합명에 그대로 담겼다.
희스토리는 '시대와 계절의 흐름을 담은 답사'라는 콘텐츠로 20년 동안이나 꾸준히 '성남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기업형 교육업체의 침투에도 꿋꿋하게 말이다.
◆전국 21개 도시, 76개 유적지 탐방…"역사는 흐름 익히는 게 가장 중요"
희스토리의 모체는 1996년 시작된 '대동역사기행'이라는 유적지답사단체다. 여행과 역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이들은 선조들의 발자취를 직접 밟으며 그들의 정기와 지혜를 체득했다.
그런 시간들이 좋아 사랑하는 자식들도 참여시킨 것이 지금의 초등학생 역사답사 사업으로 이어졌다. 2013년 협동조합으로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초등학생 역사답사 사업을 진행했고, 이 밖에 성인 대상으로 한 역사 프로그램 진행과 경기도관광공사 주최 '경기도유적답사', 성남시 주최 '어린이역사문화 체험교실'을 맡아 추진하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초등학생 역사답사의 경우, 4학년부터 6학년 아이들이 학년별로 10명씩 팀을 이뤄 주말 동안 각 지역 유적지로 떠나는 방식이다. 1년에 8번 떠나고, 연차마다 프로그램이 달라 3년을 꾸준히 동행하면 전국 21개 역사 도시, 76개 유적지를 둘러본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다.
1년차 아이들은 서울의 암사동 선사유적지와 풍납토성 답사를 시작으로 △강화도 △부여 △충주 △논산 △서울 △여주에 있는 유적지 여행을 거친 뒤 아산의 이순신 장군 묘와 현충사를 둘러보며 한 해 여행을 마무리한다.
2년차 아이들은 △공주 △보은 △서산 △문경 등을, 3년차 아이들은 △연천 △파주 △영월 등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간다.
1년에 8번의 주말을 투자할 뿐이지만 아이들은 자연의 아름다움, 역사의 숭고함을 자연스럽게 몸에 새긴다. 선생님들은 빽빽하지 않은 일정, 충분한 시간 주기를 희스토리 답사만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기 아쉬워할 만큼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희스토리 앤 아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병숙씨는 "뇌라는 한정된 기억공간에 무조건 많이 주입하는 것보다 직접 보고 듣고 부딪치며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면서 "충분한 시간 동안 유적지에서 아이들은 선생님 이야기도 듣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고, 가능한 장소에서는 뛰어 놀기도 하기 때문에 역사공간이 역사로서만 남지 않고 아이들의 추억으로 스민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래 기억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흐름을 잡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죽희 대표는 "역사를 익히는 데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 달달 외워 학교 시험성적만 오르기를 기대한다면 아쉬울지도 모른다"면서 "우리는 시험대비 교육은 하지 않는다. 역사를 즐기며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법을 전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곳 아이들은 좋은 시험 성적표를 받는다. 자연스럽게 역사를 좋아하게 되고 스스로 책을 찾아 읽기 때문이다.
◆내년 봄 여행답사 서적 발간…역사놀이터·박물관 설립 기대
내년 봄 무렵 희스토리는 역사답사 서적도 발간한다. 기존 어린이 역사 답사 관련 서적은 워크북 등 활동할 내용이 많은데, 희스토리는 그들의 철학처럼 아이들에게서 그런 부담을 없앨 계획이다.
대신 지금까지 아이들과 엄마들의 사랑을 받아온 희스토리의 역사탐방 노하우가 담긴다. 역사의 흐름을 익힐 수 있는 답사 코스, 그리고 각 계절마다 가장 아름다운 유적지가 소개된다.
희스토리 선생님들은 활동 중 어려운 점으로 아이들 안전 관리를 들었다. 또 기본 자격으로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꼽았다. 오롯이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모습이다.
남 대표는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 모습을 잠깐 봐도 성격부터 자라온 환경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면서 "그때 '아, 그래도 내가 가르치는 형편에서 아이들에게 정말 많이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가졌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다행스럽고 뿌듯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아이들과 더 오래 지내려면 체력관리 좀 해야겠다"라며 웃어 보였다.
쉽게 뽑히지 않을 뿌리, 스스로의 역사를 가진 전문역사기행단체로 성장한 희스토리 앤 아이. 회원들은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유지하고 눈높이에 맞추기를 바랐다. 그리고 멀지 않은 언젠가 역사 놀이터와 역사 도서관 설립을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