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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못 참는 정치인 전성시대? 교미하는 돼지 비유만 아니라면…

고소 등 극단적 대응 늘어나는 가운데 산케이 사건 무죄 판결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17 18: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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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명 오페라로 사랑받는 '리골레토'는 빅토르 위고가 쓴 '왕의 환락'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호색한 만토바 공작과 궁정광대 리골레토의 갈등이 주된 줄거리다. 누구에게나 비웃음과 신랄한 풍자를 날리는 꼽추 어릿광대 리골레토의 비극적 삶을 그린 이 작품처럼, 과거 왕이나 영주들은 자신의 궁에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는 어릿광대를 두었다. 자기 땅에서는 절대자이므로, 이렇게라도 비판을 듣지 않으면 여론에서 완전히 고립된다는 것을 경계한 풍습이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일본 특파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토 다쓰야씨는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으로 일하던 때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건 당일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기사를 써 논란을 빚었고 검찰 수사를 받아 기소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적존재에 대한 공적사안 관련 명예훼손은 언론의 자유를 우위에 두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 이익으로 형사대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최근 비판적 기사나 평론 등에 대해 정치인의 반발과 압력이 심해지고 있다는 소리가 언론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제목을 달아 기사를 내 보낸 미국 언론에 현지 주재 한국 외교관이 항의 전화를 했다 빈축을 산 게 최근의 일이다. 

탈당 문제로 뜨거운 감자가 된 안철수 의원도 언론사 대상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문화 비평지인 미디어오늘과 물뚝심송(딴지일보 필진으로 유명한 블로거)이 공격 대상이다. 미디어오늘이 물뚝심송 글을 인용 보도한 게 문제가 됐는데, 이 글은 안 의원이 안랩 CEO로 재직할 당시 '(노조 생기면) 회사 접어야죠'라는 발언을 했다고 소개하고, 현재 정치인이 된 안 의원의 노동관이 변했는지 질문하는 것이 골자다.

직접 본인에 확인을 하고 발행된 블로그 포스팅이 아니라는 점에서 명예가 훼손됐다고 법적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사실 관계 확인이 누락된 점에서 문제 거론을 할 수 있다는 것. 다만 물뚝심송은 안랩에 오래 근무한 이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내용에 의구심을 가질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언론계 일부 인사들은 그의 글과 이를 인용해 보도한 미디어오늘의 기사는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글이기 때문에 구성요건 해당성은 있다치더라도, 위법성 조각이 돼 결국 죄를 물을 정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명예훼손을 이유로 갈등이 고조되는 경우가 적잖은 상황, 그리고 대응 역시 강력한 항의, 압박은 물론 첨예한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지는 예가 늘고 있다는 언론인들의 상황 인식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비판 여론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런 과정에 언론이라고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더욱이 기업체 등에서 비판적 기사를 막는 방법 역시 상당히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1971년 6월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베트남전쟁 참전의 구실로 내세운 통킹만 사건이 사실은 조작된 것이란 내용을 내놨다. 이는 훗날 '펜타곤 문서'로 널리 알려진 비밀 문건을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익 등을 이유로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언론 보도 기능에 제약을 가할 수 없다는 이론이 정립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독일의 경우도 언론이나 비판적 평론 등에 대해 자유를 상당히 보장해 준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유명한 정치인을 교미 중인 돼지에 비유해 그린 신문의 풍자화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며 명예권 침해로 결정한 바 있다. 반대 해석을 하자면 성적 수치심을 강하게 느낄 정도 등 비열한 방식으로 제기되는 비판이나 풍자가 아닌 한, 언론이 정치인을 문제시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독일 법조계의 공감대이고 이 결정은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언론의 비판과 의구심에 대해 '사실 관계 파악이 문제가 있다'거나 '명예가 훼손됐다'는 식의 공세를 법조계나 사회가 무한정 받아주지는 말아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산케이 사건이 일정한 반환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