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에 빠진 국내 해운업계가 공급과잉 등 구조적 악재로 침체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업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논의 혹은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운업은 생활경제와 민첩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필품 대다수는 물론, 원자재 등 국내 수출입 화물 99%를 해운업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적극적 지원보다는 업계의 자구계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지원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선 자구, 후 지원' 형태의 정책을 펼쳐왔다. 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의 업계 구조조정, 또는 합병까지 추진 및 거론되면서 해운업은 오히려 급격히 얼어붙었다.
그렇다면 왜 해운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올까. 그 이유에 대해 살펴봤다.
◆경쟁국 대비 지원 미흡…연관 산업 간 상생 협력 도모 절실
먼저, 해운업계는 무엇보다 경쟁국에 비해 정부 지원이 미흡함을 지적했다. 같은 장기 불황을 겪고 있음에도 정부 지원의 차이로 경쟁력의 차가 생기기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부터 캠코에서 선박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기반 보험을 발행해주고,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미약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해운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선박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 자구노력으로 유동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반면, △중국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다른 경쟁국가의 경우 해운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행이 COSCO에 108억 달러의 신용을 제공한 데 이어 중국수출입은행도 2012년 COSCO와 China Shipping에 5년간 각각 95억 달러씩 지원키로 했다. 또 중국수출입은행은 2013년 5개 민영 중견 해운사에 1억6000만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이 Hapag-Lloyd에 18억달러의 지급보증을 섰으며, 지방정부인 함부르크시도 이 선사에 2013년 7억5000만유로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덴마크 역시 MAERSK에 62억달러의 금융을 차입하고, 수출신용기금을 통해 5억2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아울러 프랑스도 자국 선사인 CMA-CGM에 채권은행을 통해 5억달러를 지원토록 한 데 이어 국부펀드를 통해 1억5000만달러를 지원했으며, 2013년 금융권을 통해 향후 3년간 2억8000만유로를 더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또 해운업계는 △해운 △조선 △철강 △항만 등 연관 산업간 상생협력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해운업 지원은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해양 항만산업은 40개 업종 52만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매출 144조원을 차지한다. 해운업이 장기불황 어려워지자 △조선 △철강 △금융 △항만산업 등이 동반침체를 겪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해운산업 지원을 통해 해운은 물론 △조선 △철강 △항만까지 모두의 상생을 도모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와 관련해 김영무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국적선사들이 해외선주, 투자자, 금융기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하고 적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채의 신속인수제를 연장해 상환부담 완화하고 금리 인하, 신규 선박건조 등 경쟁력 향상에 정부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적선사 유사시 제4군 역할…"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
뿐만 아니라 해운은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국가안보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간산업이라고 업계는 강조했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는 자국의 해운업을 보호하기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해운업의 경우 유사시 전시 병력 및 군수품 등 전시화물의 운송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국적선사의 선박과 선원을 동원해 △군수품 △전략물자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 한진해운 및 현대상선 등 50여척의 국가필수선대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이들 선박에는 외국인 선원 고용도 제한해 비상시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국적선박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해운안보 프로그램(Maritime Security Program)'을 운영하면서, 국적선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해운업이 국가경제의 핵심 기반이다. 해운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운송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지난 2014년 8억9210만톤의 국내 수출입 화물 가운데 항공운송은 250만톤(0.3%)에 불과하며, 해상운송은 8억8960만톤(99.7%)의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원자력발전 연료봉 및 부품을 비롯해 △원유 △연료탄 △철광석 △LNG 등과 같은 전략물자 운송은 100%가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해운산업은 국방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안보산업인 동시에 국가 경제의 핵심 기간산업이다. 특히 원자력 연료봉, LNG 등의 수송권이 외국 선사에 배정될 경우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국내 에너지 공급이 원천 차단될 수 있는 국가안보문제도 발생될 수 있다.
더불어 국적 해운선사의 파산, 또는 외국선사에 넘기게 되면 우리나라는 운송과 운임의 결정권을 모두 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라도 2개 이상의 국적선사를 유지함으로써 단일 선사 의존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가전략물자 100%를 운송하고 유사시 제4군의 역할을 하는 해운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해운산업이 우리나라 안보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국적선사가 있어야 되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