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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배임 법리전쟁 ②] 'CJ 재상고' 주도할 대법관 출신 손지열과 '가능성'

대법관 역임, 일찍부터 기대수익 문제 연구논문 작성 연구자형 이미지 눈길

임혜현·이보배 기자 기자  2015.12.15 16: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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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횡령에 대한 비판은 수긍하겠다. 조세포탈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지적 역시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하겠다. 그러나 배임이라는 파기환송심 논리는 절대로 수긍할 수 없다."

드림팀, 전관예우 맞춤팀 등 비아냥 섞인 많은 입방아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묵묵히 일만 해 온 CJ 일본 법인 건물 보증 사건의 변호인단이 다시금 절벽에 섰다. 파기환송심에서 해당 재판부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은 아니나 형법상 배임은 맞으며 구체적인 법리 적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병환 중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중형이 선고됐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인단이 마지막으로 칼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본지 기자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재상고' 단행을 일찌감치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2심)에서 대법원 판단을 구하러 가는 절차를 상고라 하는데, 재상고는 이단 대법원까지 간 사건이 일부 내용상 문제로 인해 파기환송심으로 돌아온 경우 이에 대해 또 한번 대법원으로 가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파기환송으로 돌려보낼 때 대법원 태도의 윤곽이 파악되므로 재상고는 보통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CJ 사건 변호인단 근처에서 이런 방침이 일찍부터 흘러나오는 것은 CJ그룹과의 교감, 즉 최악의 경우에는 끝까지 싸운다는 점을 암묵적으로나마 확인받은 바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그간 참여, 내지 중간 투입돼 온 변호사들이 법조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린 판결로 이번 파기환송심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이다.

2014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임치용·류용호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는 등 CJ측 투입 법조인 면면은 계속 화려해진 바 있다. 1·2심까지는 김앤장 소속 김용상 변호사가 변론을 주도했다. 그 역시 사법연수원 17기 고등부장들 중 선두주자로 꼽히다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개업한 '전관'인데 이런 지략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만으로도 CJ가 불안감을 거두지 못했다는 소리가 일찍부터 나돌았다.

그런데 이런 변호인단 보강 노력 중 최고봉은 손지열  변호사가 합류했다는 점이라는 시각이 많다. 단순히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역임했다는 '서열' 문제만에서가 아니다. 일선에서 한보 사건 등을 처리하고 대법원 수석 재판연구관을 지내기도 한 유력 변호사라는 점에서 그의 비중은 도장만 찍어주고 거액을 챙기는 대법원 상고심 변호인 선임 절차에 대한 비판 즉 '전직 대법관만이 한몫 보는 도장 장사'라는 각도에서의 접근을 불허하는 면이 있었다.

즉 학술적 논란이 깊은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이 사안에서 후배들이 치열한 상륙작전을 치르는 동안 든든한 함포 역할로 엄호해 줄 것으로 기대를 하는 시각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재상고 논리는 결국 배임죄 전면 무죄 취지 주장을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이 회장이 직원들을 동원하고 그룹 재산을 개인 재산 보증에 활용하는 등 죄질이 나쁜 것도 알겠고, 세금을 포탈한 문제 등에 대해서 엄벌 논리가 적용되는 것도 감수해야 하겠으나, 문제시 변제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손해의 발생 가능성 운운하는 판시가 파기환송심에서 나왔는지 승복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또 이런 파기환송심 의견을 대법원도 수긍하는지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당돌한 지적이다.

최근 은행 지점장 배임죄 무죄라는 신선한 판결이 나와 일선 금융인의 의욕적인 업무처리에 지나친 처벌  만능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온정적 태도가 화제를 모았다. 또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배임 논란에서 판례 변경도 시선을 끌었다. 그런데 이런 재벌 관련 배임죄는 왜 유독 추상적 위험범처럼 운영되는지, 대법원에서 확인해 줄 필요가 있다고 물고 늘어질 것이 바로 이 재상고인 셈이다. 변호인단으로서도 법원으로서도 어물쩍 모호한 태도로 넘어가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이에 팀의 큰 어른으로 여러 변호사들을 다독이고 풍부하고도 설득력 있는 법리를 구축하도록 독려하는 일을 할 이가 바로 손 변호사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특히나 그는 추상적 손실 가능성만으로 재벌 총수의 판단에 배임 논리를 적용할지 검찰측과 대결하고 법원을 설득하며 일을 끌어갈 힘과 연구능력이 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형사사건은 아니지만 '기대수익상실손해액의 산정에 있어서 세금을 공제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기대수익이라는 추상적이지만 경영상 분명 존재하는, 그런 동시에 법조계에서는 오해하기 쉬운 요소를 다루고 그 후속 처리의 공평성을 다룬 논문을 소장 법조인 시절인 70년대에 이미 쓴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대법관을 지내고 재야로 물러났지만 법리적 원숙함을 완성한 이때, 그간 고민해 온 오랜 이 문제에 대해 '최후의 일성'을 낼 때가 됐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