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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배임 법리전쟁 ①] 이재현 = 추상적 위험범? '재상고' 불가피

배임죄 최신 판결 동향 변화 와중 대기업 총수만 엄단 불균형 논란

임혜현·이보배 기자 기자  2015.12.15 16: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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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배임은 구체적 위험범인가, 추상적 위험범인가? 배임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형법상 배임, 상법상 특별배임과 가중처벌요건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이 있지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게 되는 행위로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게 되는 범죄라는 기본 틀에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위험 발생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이를 구체화돼야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간 혼선이 있었던 게 우리나라 형사법 체계의 현실이었다. 배임죄는 구체적 위험범으로 해석되야 한다는 것이 판례와 통설임에도 그동안 일부 하급심 더 나아가 중요 사건의 경우에는 상급심 재판부에서도 일반적인 위험성만 인정된다면 유죄로 판단하여 배임죄를 만만하게 운용하기도 했다.

검찰에서도 이런 경향을 일부 기업인 범죄 수사에 이용하기도 했다. '전가의 보도'처럼 배임 논리를 들이대며 국민 정서에 따른 대기업 총수 처벌이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일명 CJ그룹 일본 보증 논란 파기환송심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이제는 이런 혼선을 명확히 바로잡아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특히 CJ측 변호인단이 내부적으로 재상고를 통해 다시금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사실상 배임이 맞느냐, 아니냐 무죄 취지 주장을 통한 검찰과의 재격돌이자, 한 논제만을 다루는 원포인트 대결로 큰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대법원, 경영판단이론 등 매번 등장하는 데 부담느껴 이번엔 편한 파기환송?

이번 파기심을 배당받은 재판부 논거를 보자. 일부 배임 혐의에 대한 법률 적용이 잘못됐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배임 혐의로 판단했다. 

251억원 상당의 조세 포탈 혐의와 115억원 상당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큰 다툼없이 유죄로 판단 유지했다. 파기심을 맡은 재판부는 "CJ 회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의 개인재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고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양도·보유해 배당 및 이자 소득을 얻고,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해외 계열사 지분을 인수, 소득을 얻은 후 세금을 포탈했다"며 "개인이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계열사 소유 자금을 유출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대법원이 기존 항소심(2심)을 확인해 준 내용을 파기심이 다시 짚은 것이므로 동어반복에 해당한다. 굳이 이런 절차를 길게 지적한 것은 어찌 보면 죄질이 나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레토릭으로도 못 볼 바 아니다.

결국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된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특경가법 상 배임 혐의는 무죄이지만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대출금으로 일본의 빌딩을 매수, 해외 계열사에 연대보증하게 한 사실관계는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이는 이득액을 산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적 평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파기심 재판부의 이런 설시는 대법원이 당초 기대한(혹은 법학계 내지 재계에서 대법원은 이런 점을 한층 더 심도있게 짚어볼 것을 파기심 재판부에 걸었다고 추측한) 바와는 다소 다르게 간단소략하게 논증을 건너 뛴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왜냐 하면, 대법원이 애초 이 부분을 콕 찍어 파기까지 하며 돌려보낸 것은 항소심의 판단에 큰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한 때문으로 일각에서는 받아들인다. 즉,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출을 받은 금액은 309억원이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액수 전액'을 배임액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취득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특경가법 상 배임죄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형법상 배임혐의 적용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완전 무죄 취지의 판결로 단정짓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손해액'을 기준으로 배임액을 산정하라는 취지여서 대출금 전액을 이미 상환하고 보증이 해소된 사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무죄 취지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실제로 대법원은 이때 "연대보증 당시 이 회장 측이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출금 보증채무 전액(309억원)을 배임액으로 인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혀 유사시 변제 능력 즉 구체적 위험범 문제를 살짝 건드린 것으로 보아야 옳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즉 일각에서 CJ 일본 법인 사건 외에도 여러 기업 총수 관련 사건에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미국식 '경영판단이론' 등 다소 혁신적인(과격한) 주장을 펴며 억울함을 주장하는 기류마저 감지되자 대법원이 자판 종결(스스로 판결을 하고 끝내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판단이론 등은 거론하고 싶지 않으니 기존 법리만으로도 적당히 정리할 여지를 은근히 짚어 다시 하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사실, 한화그룹 사례 등은 미국식 경영판단이론으로 구제될 여지가 크나, 이 CJ 문제는 이에서 벗어난 부분이 크다. 그럼에도 매번 재벌 사건마다 배임죄 문제에 대해 국민적 정서 등 온갖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게 쉽지 않고 부담 자체라는 것. 즉 구체적 위험범 문제만으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환송한 것인데, 이번 파기심에서 이를 도외시한 셈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해석할 여지가 정말 있나? 판례 변경 기류를 겹쳐 보면 전혀 생뚱한 것은 아니라는 데 이 주장은 무게감을 얻고 있다.  

대법원, 우리은행 지점장 무죄 취지 선고 등 경향 변화 조짐 왜?

근래 은행 일선지점장이 특정한 업체에 비정상적인 지급보증을 해줬다는 이유만으로는 배임죄가 성립된다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급보증서가 실제로 사용되지 않아서 은행이 져야 하는 채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이상'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되었다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 이유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배임죄 성립에 관련된 대법원 판결에 대한 흐름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온 바 있다.

심지어 대법원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후 채무를 갚지 못하면 부동산을 넘겨주기로 했었던 대물변제 예약을 하고도 부동산을 제 3자에게 처분했을 경우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이런 대법원의 판결은 대물변제예약 후 부동산을 처분하고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채무자를 배임죄로 처벌해왔던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다시 이번 사안으로 돌아가 보자. CJ 사안의 상고를 맡았을 때 배임에 대해 대법원의 파기환송 채택 근거가 된 내용들은 결국 이 회장의 문제시 변제 가능성 즉 능력을 아예 외면하지 않고 있다. 이런 여러 앞선 배임 논란 사건에서의 변화 동향 등을 종합하면, 위험의 발생 가능성 정도에 대해 대법원이 과거와 단절을 꾀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추출해 낼 수 있고 배임의 지나친 확장 사용을 이번에 끊고자 CJ측 변호인들이 재차 매달릴 여지는 충분하다.

실제로 '배임죄 = 재벌 처벌 몽둥이'로 활용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비판과 피로감 호소 여론도 적지 않다. 일례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금년에 헌법재판소의 배임죄 합헌결정을 계기로 경영판단 원칙을 상법에 명문화 할 것을 법무부에 건의한 바도 있다.

이번 CJ 사안을 놓고 배임죄에 대한 논리 정립을 확고히 함으로써 정치인들의 입법을 통한 제도 손질 논의가 공회전되는 경우 사법부가 최소한의 해석 기능으로 국민 법익 보호를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벌 비리에 대한 엄벌 필요성은 있으나, 이번 이 회장 사안에서 보듯 탈세(조세포탈) 등 다른 문제로도 이를 응징할 여지가 많은데 거듭 배임 논리를 무리하게 들이대는 것은 문제라는 이야기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