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5.12.14 17:40:19
[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한미약품 1탄 태동과 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1973년 창립 이래 한미약품은 의약품 합성기술 자체 개발을 시작으로 개량·복합신약, 바이오신약, 항암신약 등 혁신신약 개발을 가동하며 대한민국 최초의 글로벌 제약회사에 도전하고 있다.
◆약국 모태…R&D 강자로 제약업계 우뚝
한미약품의 모태는 '임성기약국'이다.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한 임성기 회장은 1966년 27세의 나이로 서울 동대문에 약국을 개업하고, 특유의 창조적 발상과 뚝심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당시로는 드물게 임질과 매독 등 성병 관련 약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약국으로 월남전 때에는 베트남 현지에 약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고 하니 임 회장의 창조적 발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국 경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임 회장은 1973년 '더 좋은 약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비전을 갖고 한미약품공업㈜을 창립, 1984년 한미정밀화학, 198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를 각각 세우며 점차 유능한 경영인의 면모를 보였다.
사업은 성장을 거듭해 1988년 주식이 증권거래소에 주식이 상장됐고, 1997년에는 경북지역 케이블TV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어 2000년 9월에는 항암제로 사용되는 파클리탁셀을 세계 최초로 경구용 약품으로 개발하며 국제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회사 이름을 한미약품㈜으로 바꿨고, 이듬해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으로 미국 특허를 획득한데 이어 2008년 주사용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으로 미국 식품의약청 승인을 획득하는가 하면 2009년에는 고혈압치료 복합 개량 신약 '아모잘탄'을 출시했다.
같은해 12월 '아모잘탄'으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진흥원 주관 대한민국기술대상을 수상한 한미약품은 2010년 7월 한미홀딩스(현 한미사이언스)를 세우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투자 부문은 한미홀딩스로 넘어갔고, 의약품 제조 판매 부문은 한미약품이 그대로 승계했다. 이후 2012년 3월 한미홀딩스의 상호는 한미사이언스로 변경됐다.
2013년 상장 제약회사 중 최초로 R&D 부문 1000억원을 돌파하며, R&D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한 한미약품은 지난해 7613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국내 최정상급 제약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미약품 하면 떠오르는 단어 역시 'R&D 투자'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대비 20%인 1525억원을 R&D에 투자하며 제약업계 R&D를 선도했다.
국제적인 기업들의 R&D 투자액을 집계하는 'EU 인더스트리얼 스코어보드'는 지난해 한미약품을 제약분야 R&D 1000대 기업으로 선정했고, 이는 국내 제약기업 중 유일하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2년 13.5%(910억원)였던 R&D 투자 비중을 2013년 15.8%(1156억원)로 끌어 올렸고, 지난해에는 20.0%(1525억원)를 달성하는가 하면, 올해 3분기까지 19.0%(1380억원)를 R&D에 투자했다.
이와 관련 이관순 사장은 "국내 최정상급 제약기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약 개발이 필수"라며 "우리 기술로 만든 신약 파이프라인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R&D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한미약품 신약은 약효지속·투약용량 최소화 콘셉트의 바이오신약과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심의 항암신약, 치료효율을 극대화한 복합신약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20여건에 달하는 R&D 프로젝트를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와 약 8조원 규모 5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의약품 유통혁명 RFID…중국 진출 성공 '눈길'
RFID와 중국 진출 성공 사례는 높은 수준의 R&D 투자 못지않은 한미약품의 자랑 중 하나다. 지난 2009년 한미약품은 전체 생산 의약품에 'RFID'를 부착하며 의약품 유통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RFID는 무선인식 기술의 하나로 전자태크 안에 제품정보를 담아 리더기를 이용해 판독 및 관리,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 제약기업이 생산하는 전 제품에 RFID를 부착한 것은 세계최초의 사례다.
한미약품은 RFID기반 STI(Smart Total Information) 시스템을 토해 전국 1만7000여 약국에서 활용 중이며, 의약품의 이력추적 및 재고, 유효기간, 반품, 리콜·회수대상 의약품 등 효율적인 의약품 유통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영업사원의 RFID 리더기 스캔만으로 이 같은 업무를 실시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약국에서는 기존 수기 형태로 관리하던 의약품 재고나 유효기간 관리를 획기적으로 효율화하게 됐다.
최근 한미IT가 개발한 블루투스 기반 고성능 RFID 리더기 'RF Blaster'는 디자인, 성능 및 속도에서 기존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약국 영업장에서의 인식률은 기존 2배 이상 향상된 반면, 인식 시간은 절반으로 감소해 약사 및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 했다.
이같은 장점으로 인해 RFID는 한미약품은 물론 MSD코리아, 사노피, CJ, 휴온스, 국제약품, 오뚜기, 데이셀 등의 제품 유통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울러 한미약품의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은 중국 진출에 가장 성공한 기업모델로 평가된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013년 발간한 '글로벌 로드로 뻗어가는 한국기업' 보고서에서 한미약품을 글로벌 확장에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선정했다.
1996년 설립된 북경한미약품에는 현지인으로 구성된 약 1600여명의 인력들이 연구와 영업, 생산 등 전 분야에 포진돼 있다. 임성기 회장은 한중 수교 5년전부터 직접 중국을 왕래하며 단계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 결과 양국간 국교 수립 직후인 1992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제품허가를 획득했고, 현재 북경한미약품은 어린이의약품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임 회장이 중국 왕래 당시, 성인용 의약품을 쪼개서 어린이들에게 복용시키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면서 어린이의약품 생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한미약품의 행보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개척자의 길이었다. 국내 제약업계에 개량, 복합신약의 붐을 일으킨 것도, 압도적인 R&D를 통한 신약개발에 매진한 것도, 의약품 유통혁명을 주도한 것도 그 중심에는 한미약품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제약기업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한 한미약품이 가까운 미래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