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14 18:18:22
[프라임경제] "평생 농사짓고 살다 이제 새 공항 때문에 밀려나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보상금 좀 받는다고 제주도 안에서 어디 그걸로 새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겠어요? 마을 사람들 모두 뿔뿔이 흩어지는 건요?"
우리나라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흔히 토지수용법이라고 부르는 것) 체제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적으로 만연한 것이지만, 특히나 제주제2공항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제주도민들이 이에 느끼는 서운함은 타시도의 평균을 능가한다.
◆수용 새 시스템 마련, 제주2공항 난민 배려 요청 설 곳 없다?
특히 토지수용법은 이달 초 개정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부 개정안 등을 국회가 대안으로 합쳐 통과시킨 것. 이에 따르면, 사업별로 제각각이던 토지보상 기준이 하나의 법(토지수용법)에 의해 통합 관리되는 시대가 열린다. 즉 이번에 처리된 개정안은 특정 사업에 토지수용권을 사업별로 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를 들어, 도로법에서는 도로사업만 항공법에서는 공항개발사업만 토지 수용을 할 수 있게 한계선을 긋는 것이다. 이는 즉 토지를 보상할 때 여러 잡음을 봉합하고자 불필요한 지출이나 특혜를 당국이 감내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편법에 원칙적 제동을 걸게 된다. 과거 이런 처리가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사업 내용이 뒤틀리는 왜곡 현상마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균형개발법으로 촉진지구를 정할 때 지역 사회에서 불만이 제기될 경우 회원제 골프장 건설을 입막음용으로 제공하는 게 좋은 예였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제주 제2공항 등 현재 대형 사업이 추진되는 국면에서 보상보다는 새로운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일단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제2공항 수용지역에서 여러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며 원점에서의 재검토를 바라는 데에는 제주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외지인 토지 보유 비율이 높아질대로 높아져 개발 이익은 모두 지주들이 차지하고 개발에 뒤따르는 토지 형상 변화 등만 기존 주민들이 진다는 호소가 줗을 잇고 있다. 따라서 수용을 당하는 직접 대상 토지 경작민들이 느끼는 낭패감은 물론, 이에서 비껴난 곳이라도 땅값이 오르는 것은 오히려 재앙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토지수용법 체제 특히나 이번에 손질된 법 시스템에서는 이런 부분에 별다른 배려를 해 주기 힘들고 앞으로 더욱 어려워진다는 해석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농업손실보상 관련 경자유전 방침 세운 '2013년 규칙' 눈길
하지만 이런 주류적 해석론과 다른 해석도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이 법은 부정확한 법 집행을 견제하기 위해 꼼수를 못 쓰도록 못을 박는 데 입법 취지가 있지, 수용이나 사용시 정당한 보상을 하라는 우리 헌정 체계는 물론 세계 각국의 헌법상 요청을 도외시하기 위해 마련된 철옹성은 아니다.
이미 2013년 국토교통부가 수정 처리한 토지수용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익사업으로 농지가 수용될 때, 과거 농지를 빌려 경작한 경우 영농손실보상금을 소유자와 경작자가 합의해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것이 안 될 경우 반분하게 했었다. 하지만 이때 개정된 규칙은 영농보상을 실제소득기준 방식으로 하여 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기조를 변경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가 언론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농지 소유자가 제곱미터당 1500원 보상을 받을 때 실경작자는 같은 면적에 1만원 이상을 받도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우선 이런 수용과 관련 보상의 기본 원칙을 관철하면 제주도에 현재 2공항 난민 즉 실경작자로서 직접 해당지가 수용을 당하거나 수용 대상지가 아니어도 인접지로 땅값이 크게 올라 농사를 짓지 못하고 쫓겨날 것으로 강하게 예상되는 이들에 대한 처우 접근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과는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
◆제주특별법, 공익사업용 '토지 비축' 신성한 책무 원희룡 지사에게
근자에 바뀐 토지수용법에 따르면 공항법에 의한 공항 조성 사업,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통칭 제주도특별법) 등에 따른 개발 사업 등은 그 대상이 되지만 엄격한 보상 관련 관리와 견제를 받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주특별법이 각종 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으로 입법자가 예상하고 마련한 점 등을 감안할 때, 특히 이 법 제234조에서 도지사는 토지가격의 안정과 개발용 토지의 효율적 개발, 공급과 바람직한 개발을 유도하고, 공공용지의 조기 확보를 위해 토지특별회계를 둘 수 있게 정하였다.
아울러 이 법은 임대하거나 교환, 양여 등을 할 권한도 도지사에게 주고 있다(다만, 도 조례를 따르게 함). 따라서 제주도에 2공항이 건설되는 와중에 삶의 터전과 전래돼 온 농업 방식, 마을의 공동 유기체로서의 실체 등이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이로 인한 반발로 공공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불가능하다면 그런 추진 편의를 위해 토지특별회계를 구성, 사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토지특별회계는 제주도에서 자체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도 재산을 임대해 수익을 내는 등으로 마련할 수도 있으나, 국가(중앙정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도 받을 수 있다고 법은 정하므로, 중앙부처에서 제주 관광 진흥을 위하여 2공항을 세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주 농민의 피해에 대해 마을을 새로운 도내 토지로 그대로 옮겨 농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비용을 지출할 각오가 있다면 불법적 지원 논란도 면할 수 있다.
현재 제주도는 관광업을 통한 창조경제 추진 와중에 섬 전체를 면세구역으로 하자는 구상까지 나온 바 있으나, 중앙부처에서는 오히려 타공항들과 차별적으로 제주공항 면세점에서만 담배 취급을 제한하겠다는 등 불평등한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 아울러 2공항 관련, 기본계획 수립비 50억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바도 있고, 2고앙 용지 보상금은 2018년 하반기에야 확정될 것이란 소리가 국토부 주변에서 나돌아 너무 늦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전향적 조치는 당장은 기대할 수 없겠으나,앞으로 제주 지역 내에서 추진될 각종 대형 프로젝트에서만이라도 2공항 난민과 같은 사례를 재생산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농지를 마련해 빌려 주는 등 전통마을 유지를 위한 비용 지출에 대해 검토해 보자는 새 접근법은 거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