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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운전석- BMW Z4 3.0si 로드스터

최고출력 265마력, 최대토크 315Nm의 폭발적 파워와 톱 오픈 8초 자랑

김정환 기자 기자  2007.05.29 18: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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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호쾌함이 간절해지는 이 계절에 꼭 한 번 타봐야 할 차가 ‘BMW Z4 3.0si 로드스터(이하 Z4 로드스터)’다.

이 차는 2인승 오픈카, 즉 ‘로드스터’의 교과서 같은 차다.

미끈한 앞 얼굴과 길고 넓은 후드, ‘Z’자를 형성하는 근육질 보디 라인을 거쳐 경쾌한 후미로 이어지는 ‘조각품’ 같은 외모, 3.0리터(L) 직렬 6기통 DOHC 24밸브 엔진이 뿜어내는 최고출력 265마력(@6600rpm), 최대토크 315Nm(@2750rpm)의 폭발적인 파워, 그리고,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불과 8초 만에 개폐되는 전동식 소프트 톱까지 신나게 달리기 위한 모든 요소를 갖췄다.

   
 
 



Z4 로드스터에 타는 것은 조금 불편하다.차 높이가 매우 낮기 때문. 하지만 자리에 앉으면 언제 그랬느냐 싶을 정도로 편안해진다. 게다가 좌석은 낮게 위치하지만 시야는 신기할 정도로 충분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장착된 전동식 시트를 통해 최적의 자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운전석 시트의 경우 3가지로 메모리도 가능해 편리하다.

실내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됐다. 특히 대시보드와 변속기어 주변 등 실내 곳곳을 장식한 무광 알루미늄 장식은 이 차가 갖고 있는 스포츠성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

시동을 거니 엔진이 연주하는 매력적인 중저음이 ‘질주 본능’을 일깨운다. 이 엔진 사운드는 달릴 때는 달릴 때다운 시원함으로, 멈춰 서 있을 때는 멈춰있을 때다운 부드러움으로 탑승자를 기분 좋게 한다. BMW를 타는 사람들이 말하는 “엔진 소리가 좋아서 탄다”는 자랑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디오를 틀어봤다. THX로부터 인증받았다는 하이파이 프로페셔널 시스템이 선사하는 박진감 넘치는 음향이 탑승자의 몸을 자극한다. 좌석 바로 뒤 편에 스피커가 위치하고 있는 점도 한 몫 거든다.

심야시간에 서울에서 일산까지 톱을 열어젖힌 채 달렸다. Z4 로드스터는 아우토반에서 담금질된 ‘화살촉’답게 탁탁 치고 나간다. 이 차에 장착된 수동 겸용 스텝트로닉 6단 자동변속기는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SMG 스타일의 패들 시프트로도 조작할 수 있어 보다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S(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니 화살촉이 곧장 ‘총알’로 변신해 달려나가는 모습이 제로백 가속시간 6.0초, 안전 최고속도 시속 250km의 뛰어난 주행성능을 실감케 한다.

보통 소형차의 경우 대형트럭이나 버스가 질주할 때 그 차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4091 x 1781 x 1299(전장 x 전폭 x 전폭, 이상 mm 기준)의 작은 몸집인 Z4 로드스터는 전혀 아랑곳없이 도로에 착 달라 붙은 채 평균 시속 150~160km로 미끄러지듯 달렸다. 대형차가 많이 달리는 곳이어서 도로 상태가 지극히 불량한 탓에 어떤 구간에선 차 뒷부분이 순간적으로 밀리는 것도 느껴졌지만 손쉽게 제어할 수 있었다.

커브길에선 Z4 로드스터의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 후륜 구동(FR) 방식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돼 흔들림 없이 돌아나간다. 특히, M스포츠 시트는 과격한 코너링에서도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몸을 잡아준다.

개인적으로  BMW 스티어링 휠의 두툼한 그립감을 좋아하지만  이 차에 설비된 M스포츠 로고가 또렷한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특히 부드러워 좋았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을 채택해 고속 주행 중엔 적당히 묵직해지지만 저속 주행이나 정지 상태에선 정말 가벼워져 유턴이나 주차 시 아주 편리했다.

   
 
 



보통 주행 중 좌.우측 차로로 옮길 때엔 먼저 사이드 미러를 보고, 이어 약간 고개를 돌려서 사각지대를 보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이 차의 경우 로드스터이므로 뒷자리가 없으므로 뒤 좌석 유리창을 통해 사각지대를 살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톱 오픈 시엔 시야가 많이 확보되므로 좌우 사각지대를 살피기가 쉬우나 톱을 닫았을 때는 톱에 막혀 사각지대 확인이 어렵다. 따라서, 톱을 닫은 상태로 주행할 때는 차로 변경시 그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볼보의 BLIS와 같은 ‘사각지대 감지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이트 미러가 길쭉한 형태여서 위치 조절만 잘해놓으면 사각지대에 숨어든 차의 기척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오픈카가 위험하다고 여기는 것은 단단한 지붕(톱)이 없기 때문에 전복 사고 시 그만큼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오픈카를 만드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그런 점을 계산하지 않았다면 굳이 시장성이 낮은 오픈카를 내놓을 이유는 없다.

실제로 Z4 로드스터는 제동 기능을 높인 신형 DSC(주행안정조절장치), 17인치 브레이크 시스템, 에어백 8개, 펑크가 난 채 시속 80km로 최고 250km를 주행할 수 있는 18인치 런플렛 타이어 등으로 중무장했다. 또,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뒤엔 각각 단단해 보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의 롤 오버 바(차량 전복 시 A필러와 함께 지면으로부터 차량을 지탱함으로써 탑승자의 머리를 보호함)도 갖췄다.

이러한 안전 장비에 힘입어 Z4로드스터는 유로NCAP 충돌 테스트에서 ‘별 4개’를 획득해 2인승 오픈카로선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2004년 유로 NCAP 정면 충돌 테스트에서 16점 만점에 15.64포인트, 측면 충돌에서 16포인트를 획득해 동급 로드스터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면서 ‘유로 NCAP 충돌 테스트 최고상’을 수상했다. 또, 차체는 동급 최고인 1만4500Nm/°의 강도를 가졌다. 이는 1만4500Nm의 힘이 가해질 때 차체가 단지 1° 정도만 뒤틀린다는 얘기로 그만큼 단단하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안전한 Z4 로드스터이지만 사고시 탑승자가 ‘인간 포탄’이 돼 튕겨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안전벨트는 필수다. 다행히 이 차는 안전벨트 착용 시 안전벨트를 맸는지, 안 맸는지 헷갈릴 정도로 편안하므로 배 나온 사람도 안전벨트를 매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아쉬운 점도 있다. BMW 측은 실내 수납공간이 10L급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뭘 넣기엔 수납 공간이 너무 좁고 작다. 또, 대시보드 좌우 끝에 물통을 꽂을 수 있는 트레이가 있긴 하지만 직경이 너무 넓어서 캔이나 페트병을 꽂았을 경우 제대로 고정되기 어렵다.

개인 생각으로는 수납공간의 경우 운전석과 조수석 등받이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현재의 CD체인저를 인대시 방식으로 변경한다면 일정한 공간 확보가 가능할 것 같고, 조수석 좌석 앞뒤 이동 버튼을 운전자 쪽으로 설치한다면 필요시 손쉽게 조수석을 이동시켜 그 뒤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Z4 로드스터를 보고 있으니 10년 전인 지난 1997년에 타 본 선대(先代) 모델인 ‘Z3 로드스터’가 생각난다. 이때 Z3 로드스터는 수동식 소프트 톱이어서 오픈을 하기 위해선 손으로 톱을 여닫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멋진 외모와 뛰어난 주행 성능 그리고 가슴 설레는 오픈 에어링 등으로 당시 젊은이들의 ‘드림카’였다. 특히, 그 즈음 방영된 MBC 인기 미니시리즈 ‘별은 내 가슴’에서 주인공 안재욱의 애마로 나와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Z4 로드스터가 추구하는 ‘무한 자유’를 만끽하려면 하늘과 나 사이를 가로 막는 차 지붕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듯 2인승, 오픈카, 만만찮은 가격(8100 만원) 등 현실적 제약 역시 떨쳐버려야 한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Z4 로드스터가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되므로 앞으로 한미FTA의 발효 시 가격 인하를 조금이나마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