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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과도한 부채…'신흥국 위기'는 남의 일

이윤형 기자 기자  2015.12.11 17: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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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과도한 부채가 신흥국 위기로 이어질 시점이 멀지 않았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 최고경영자 대상 조찬간담회에서 강조했던 말이다. 언뜻 들으면 신흥국과 우리나라는 상관없는 듯 보이지만 이는 '유체이탈 화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신흥국이 맞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신흥국 중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IIF에 따르면 분석대상 18개 신흥국의 가계·기업·정부 부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8조달러(약 3경2368조원) 증가해 이들 신흥국 경제규모의 2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도 한국은행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3.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흥국 위기라더니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더 높아진다고 전망한 것이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내외 연구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낮췄다. 하지만 정부는 3.1% 성장률을 고수했다.

문제는 3%대 전망치다. 정부는 이를 '목표치'로 인식하고 과도한 소비진작 정책을 펼쳤다. 실제로 정부는 소비가 하락세에 들어서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추가 국채를 발행했다. 이와 함께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시행 등 소비활성화 정책을 쏟아냈다.

정부의 이 같은 단기부양책으로 소비는 회복되고 장기침체 요인도 적절히 커버된 것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지난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부 소비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3.1%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소비활성화 정책으로 소비 또한 과도하게 늘어나며 마이너스 대출, 신용대출 등의 기타 대출도 한 달간 4조3000억원 급증하면서 월 중 증가 폭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하는 등 부작용이 속속들이 들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3분기 카드빚 등을 포함한 판매신용 급증세도 눈에 띈다. 판매신용은 신용카드사 취급액이 큰 폭으로 늘면서 63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보다 3조90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결국 한국은행이 전망한 3%대 경제성장률 전망이 신흥국 위기 원인을 키운 꼴이다. 곱씹어 '과도한 부채가 한국 위기로 이어질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면, 부채만 키운 과도한 소비활성화 정책은 애초에 진행되지 않았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여전히 내년 경제성장률을 3.2%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통계치가 무리한 경기부양책에 대한 여지를 한 번 더 주고 있다라는 우려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가계부채는 경제성장률과는 상관없는 것인지, 아니면 국내 가계부채가 연말까지 1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취급되고 있는 이 때에 3%대 경제성장률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한국은행은 국책은행, 중앙은행으로서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정책을 통해 대외적인 국제수지균형을 맞추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 물가 안정 등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하고 수정한다. 당연히 한국은행의 여러 통계치와 전망치 등은 국가정책의 중요지표로서 그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매 맞는 것이 두려워 둘러말하는 견해나 불확실한 전망치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