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11 14:27:57
[프라임경제] 흔히 말하는 그룹, 즉 대기업집단마다 미래성장 동력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식 재벌 시스템, 선단형 경영만으로는 이익커녕 자칫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오고 있다는 우려에 더해 오너 일가가 수장을 차지하며 실제 지분 비율 이상의 위력과 이익을 쥐는 구조 자체에 대해 본질적 의구심이 높아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면 전환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그룹 등 각 대기업 집단이 차세대 먹거리 개척을 위해 수뇌부 배치를 바꾸고 구조틀에 변화를 주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올 연말의 인사 풍경 중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인 삼성그룹은 3세들 중 대표격인 이재용식 인사가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가 굵직한 M&A 처리로 올해 보여준 역량과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 능력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큰 규모의 사재를 투입해 선봉에 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책임경영'이라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제 발생 가능성도 적지 않아 앞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실적 개선 여부 등 사업 전개 방향이 주목된다.
◆결국 끌려들어가는 삼성SDI? 전지사업 기린아의 전전긍긍
삼성SDI는 이번 삼성엔지니어링 살리기 국면에서 비운의 '조연'으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그룹 전반에서 대체 왜 삼성엔지니어링을 살리려 하는지에 쏠리고 있는 것. 삼성엔지니어링 보유 지분 비율이 큰 삼성SDI와 삼성물산 등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리한 유상증자 참여는 삼성SDI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과거 잠시 일부 언론이 거론한 바 있으나 현재로서는 사장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다만 근래 삼성그룹 각 계열사 고위층 인사 사정 그리고 일명 '원샷법' 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겹쳐 보면 이런 문제를 전혀 도외시하는 현재 상황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여전히 유효하다.
인사 내용을 보면 이 부회장이 부진, 서현씨 등 두 여동생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이는 보기에 따라선 확실한 영역 구분을 통해 장남의 몫을 확고히 하고 가장 큰 수혜를 그가 챙긴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에는 면세점 부문에 사장이 추가됐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역시 윤주화 사장을 삼성공헌위원장으로 이동시키면서 '이서현 친정 체제'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격이 높아지고 몫 분배가 확실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살리기에 그룹 전반이 열을 올리는 것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과거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추진은 물론 삼성물산과의 합치기 가능성도 거론된 바 있다. 우선 플랜트 사업 자체의 경쟁력 문제도 쉽게 버릴 것은 아니나, 시너지 효과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풀이 때문이었다.
이번에 유상증자 추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삼성물산에서 토목 부문을 떼어내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보낼 장기 포석 아래 공을 들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장남에게 중공업 등을 떼어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풀이다.
과거 건설이나 중화학은 부진씨 몫으로 생각돼 왔다(이때 금융과 전자를 이 부회장이 가질 것으로 여져졌음). 하지만 이 같은 전망과는 다른 일련의 행보에 더해 이번에 이 부회장 측에서 목돈을 들여 지분을 갖게 되고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재추진 또는 삼성물산과의 각종 영역 처리 등으로 이어질 경우 장남 중심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배구조의 현 시스템상 주요 이슈가 아닌 삼성엔지니어링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하지만 삼성SDI로서는 자사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유상증자에 왜 동원되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삼성SDI는 현재 각국이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 전지사업 역량이 탁월한 기업이다. 미래성장 동력으로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상황에서 역량 제고를 위해 R&D 투자가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이런 터에 부실 논란을 빚고 있는 곳에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유상증자 참여 위험을 안고 막아주기 행보를 한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3남매 몫 재편 과정…사실상 '콘체른' 이익 약속 받아야
여기에 문제가 또 있다. 삼성전자가 20% 가까운 삼성SDI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그룹 핵심 계열사지만 그간 오너 일가 중 3세의 지분 보유가 적다는 점이 지적돼왔다. 그런데 올해 삼성물산 합병 재편 과정세서 삼성전자를 통한 안정적 지배력 확보 가능성이 강화됐다는 평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일명 통합 삼성물산을 장악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찍어 누르고, 삼성전자는 다시 삼성SDI에 힘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런 와중에 오너 일가 이익에 복무할 가능성이 큰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 시나리오에 삼성SDI 측 여력이 사용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 제시가 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콘체른 계약이 명시적으로 돼 있는 경우든 그렇지 않은 경우든(일명 사실상 콘체른), 지배회사나 기업군 전반의 이익을 위해 종속기업 개별적 이익과 배치되는 명령을 하는 경우 나중에 그 이익을 회복시켜 주겠다거나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약속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재벌이 사실상 콘체른처럼 명시적이지 않은 현실적 이유와 오너 일가 중심 문화로 기업 지배를 하고 일명 그룹 전반의 이해관계 개선을 위해 일부 계열사 희생을 감수하라는 식으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또 그런 문제에 대해 미국식 경영판단이론 등을 빌려와 이에 대해 배임죄 처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유력하다.
하지만 이런 논의 자체는 유력하더라도, 그런 반대급부로 재벌 등 기업군 역시 개별사 이익 보장에 대해 다른 선진국 논리를 배울 필요, 즉 의무가 커지는 것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데 재계의 분위기는 아직 소극적이다.
특히나 삼성엔지니어링을 위한, 더 나아가 그룹 오너 일가 몫 다시 짜기 와중에 삼성SDI의 희생 가능성이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이라면 이런 사실상 콘체른의 종속기업 주주에 대한 이익 약속 의무를 준용하지 않고서야 그 자체로 배임이 성립한다는 사회적 비난에서 면죄부를 얻기 어렵다는 숙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