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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56] "반듯한, 희망 인쇄" 사회적협동조합 '공감과 연대'

장애인, 재생카트리지·인쇄물 전문가 변신…"복지타운 건설 최종 목표"

황이화 기자 기자  2015.12.08 10: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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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예쁘게 잘 찍어 준 거죠?"

작지만 필요한 기계를 모두 갖춘 재생카트리지 작업장을 촬영하던 중, 한 제조기사는 기자의 촬영 실력을 확인하며 활짝 웃었다.

재생카트리지와 인쇄물을 생산하는 장애인 전문가들이 일하는 이곳은 사회적협동조합 '공감과 연대(대표 홍재현)'다.

2014년 6월 사회복지사 40명과 장애인 15명 등 55인이 모여 '공감과 연대'를 출범시켰다. 현재 조합원은 100명.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고용이 주목적사업이고, 재생카트리지와 인쇄물이 주생산품목이다.

이들은 자본이 많지 않던 사업 초기, 저렴한 사업아이템을 찾던 차에 재생카트리지를 발견했다. 학창시절 산업공학을 전공, 생산관리·품질관리를 배운 '공감과 연대' 김기진 원장은 자체 생산 카트리지에 ISO9001품질인증을 받는 등 질적 관리에 힘썼다. 곧 친환경인증도 받을 예정이며, 철저한 A/S로 고객사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품질로 보나 공공기관 평가 적합도로 보나,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다. 한국수력원자력, 근로복지공단,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등 공공기관들도 주요 고객이 됐다. 

고객 확대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재생카트리지 사업은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 올해 3분기 매출 1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매달 2억~3억원씩 성과를 올렸다. 내년 예상매출은 무려 30억원이다.

'공감과 연대'는 인쇄물 생산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더 많은 취약계층 고용을 위해서다. 책자, 다이어리, 달력, 보고서, 팸플릿, 종이봉투 등 다양한 인쇄물을 제작한다.

'공감과 연대'에 소속된 '공감보호작업장'에는 커다란 인쇄기계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워낙 고가의 설비라 선뜻 갖추기 어려웠지만 빚을 내 구입했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김기진 원장은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능력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장애인이 만들었다고 하면 괜히 품질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사실 인쇄물은 기계를 통해 거의 제작되고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사람이 하게 되죠. 기계를 다루는 일은 비장애 기술자가 하고 있지만 접지, 포장 등은 장애가 있으나 없으나 비슷하게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장비를 강화해 장애인 친구들이 함께 작업한 인쇄물의 품질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강점에 '전문가 싱크탱크' 힘 보태  

'공감과 연대'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점을 십분 활용, 이는 가파른 성장으로 이어졌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평가 항목에 협동조합과의 협력을 반영했고, 공공기관우선구매제도를 도입해 사회적기업제품, 장애인생산제품 등을 우선 구매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사회적경제의 상생관계 구축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사회적기업과의 관련성이 경영평가에 반영되면서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저희에게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기관에서는 함께 할 협동조합을 찾는데, 실제 활동하고 있는 곳이 적어 꾸준히 제품을 생산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한 저희가 혜택을 입었습니다."

내년에는 협력기관이 더 늘 것으로 전망하면서 재생카트리지, 인쇄물 외 새로운 아이템도 구상중이다.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며 관련 석사·박사과정을 밟은 홍재현 대표와 그녀의 남편이자 든든한 사업 파트너인 김기진 원장, 그리고 흔쾌히 '공감과 연대'의 가치에 협력해 준 사회복지사, 교수 등 각계 전문가가 모인 이사진이 사업 방향성에 대해 아낌없이 아이디어를 내며 싱크탱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장, 양질의 일자리 제작소 꿈꿔"

종이쇼핑백 인쇄물을 처음으로 수주 받던 날, 10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하루 종일 작업해 단 200장을 완성했다. 그중에서도 80%가 불량이라 못쓰게 돼 지불금을 되돌려줘야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애인 친구들이 먼저 나서서 척척 일을 해내고 있다"며 김 원장은 뿌듯해 했다.

척추장애를 겪고 있는 신경철 씨는 작년 7월부터 함께 한 원년멤버다. 그때부터 카트리지 제조기술을 익혀, 지금은 자체 판매도 할 만큼 실력자가 됐다. '공감과 연대'는 잠깐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오래 일하는 직장, 양질의 일자리 제작소가 되기를 꿈꾼다.

장애인·비장애인 가릴 것 없이 대부분 4대보험, 퇴직연금에 가입시키고, 1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급여의 10%를 인상해 주는 등 직원복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지난 4월엔 근로자를 포함한 조합원들이 1박2일로 강원도 횡성에 다녀왔고, 내년 봄에는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못했다는 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해 제주도로 워크숍을 떠날 예정이다.

◆위탁·컨설팅·교육 등 다양한 사업망 준비…"10년 후엔 복지타운 건설"

'공감과 연대'의 꿈은 비단 장애인 고용 사업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년에는 노인과 알코올 중독자 등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사업장을 만들 계획이다. 또 사회복지시설 위탁사업, 컨설팅, 교육, 연구사업 등 다양한 사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내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10년 후에는 복지타운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가 되면 국유지 등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텐데요, 어서 통과되길 바랍니다. 저희 조합의 사회복지사들은 다들 본인 이름을 걸고 복지시설을 만들고자 했던 분들이거든요. 가까이 3년 안에는 협동조합연합회를 설립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규모가 커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겠죠.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10년 후까지 잘 버텨야 하는 데'라는 걱정도 있습니다. 열심히 해야죠."

사회적기업 중에는 정부 지원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고 체하는 경우가 있다. 5년 정부지원 후 동력을 잃는 것. 김 원장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더라도 직원 전체의 임금 지원은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신 행정, 회계 등 전문인력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로써 사업장을 탄탄하게 경영하고, 더 많은 취약계층을 고용하기를 바랐다. 그래야 일하는 취약계층 스스로도 단순히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일 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지 않고 '직업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취약계층이 참된 일자리를 갖게 하자'는 가치,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배려하며 잘 살자'는 따뜻한 가치에 공감한 이들이 하나의 연대를 이룬 곳, 바로 '사회적협동조합 공감과 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