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07 13:05:28
[프라임경제] '허리얼차' 구령을 붙이며 멸치잡잇배 선원들이 그물을 털어내며 상자를 정리하는 모습이 일찍이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에 소개된 곳, 대변항. 그 인근 연화리에는 호텔 건립 예정 입간판이 커다랗게 세워져 겨울 바닷바람을 맞고 있었다.
지난 여름 연화리 앞바다에 31만여㎡의 인공섬을 만들어 경정장을 포함한 해양레포츠타운을 조성하는 해양레포츠 테마파크 조성사업 계획이 발표돼 사람들의 관심을 끈 바로 그 지역이지만 아직까지는 횟집 몇 곳이 세워져 인근 해동용궁사를 구경하러 나온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정도의 한적한 지역이다. '주인이 직접 잡은'이라는 소개를 붙이고 놀래미나 전복죽을 파는, 부산시내 해운대 횟집들보다는 엉성한 장사를 하는 곳. 하지만 요새는 호텔이나 인공섬 이야기로 떡고물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보다 수돗물 문제가 이 지역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이 '방사능 수돗물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용궁사부터 기장읍, 대변항 인근까지 둘러본 결과, 원자력 발전소가 여럿 있는 수역에서 물을 길어다 정수를 해 수돗물로 사용한다는 구상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해 방사능 우려와 함께 밀어붙이는 태도에 질렸다는 반응이 강해 눈길을 끈다.
◆안전하다 입증 노력에도 불신 고조 왜?
앞서 언급했듯 기장 지역은 농사도 짓지만 미역과 물고기 등 청정 자연 환경을 바탕으로 먹고 살던 따뜻한 남쪽나라 농어촌 복합지역이었다. 부산 관광 수요가 민박, 팬션 등으로 이어져 수익이 조금 늘기는 했으나 안분자족하던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부산에 비해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아예 떨쳐내지도 못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며,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가 2010년부터 담수화시설을 조성, 현재는 시범 운영 중인 상황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해수 담수화 수돗물의 공급으로 이어질 문제가 이런 구석을 자극해 일이 더 커지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7일 담수화 처리한 물을 통수(2만1000t)하겠다고 예고했으나, 학생들을 등교거부시키는 안을 포함한 다양한 반발이 터져 나오자 이를 잠정 철회한 상태다.
우선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불만을 갖는 양대 요소 중 하나는 안전 문제. 미국국제위생재단(NSF)과 국내 공인 검사기관 등의 수질검사 결과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해 내는 수돗물은 안전성이 입증된 상황이다. 그러나 매일 마시는 수돗물은 수질검사를 통한 과학적인 근거 못지 않게 심리적 안정 즉 주민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점이 아직 해결된 게 아니다.
이 점에서 '군사작전'하듯 통고 후 밀어붙이기로 흘러가는 일련의 태도에 불만이 높다.
팬션도 횟집도 다 좋고 서비스나 품질에 자신이 있지만, '원자력 수돗물'로 장사한다는 꼬리표가 일단 붙으면 다 걸음을 돌릴 것이라는 불만이 우선 있다.
가장 기저에는 무엇보다, 우리 애들이 먹을 물에 과연 원전 폐기물이 혹시나 흘러들지 않을까 하는 불만을 행정기관에서 왜 너무도 가볍게 생각하고, 해결책이 다 있다고만 접근하는지 모르겠다는 섭섭함이 존재한다.
매일 방사능 물질을 체크한다는 설명 앞에서 지금 점검 목록 외의 물질, 바로 점검이 안 되는 물질도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은 과학적으로는 '기우'인지 모른다. 실제로, 대체로 지금 일각에서 나오는 장시간 후 체크가 가능한 만의 하나의 경우라 해도 세슘 농도 체크에서 우선 걸리다는 안심하라는 설명이 행여 행정소송을 한다 해도 법정 공방에서는 가장 유력하게 채택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을 곧이곧대로 듣기엔 이제 늦었다는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공청회나 주민투표 같은 보통 상식적으로 기대할 법한 예상 절차에서 소외되었다는 점에서 자상한 설명은 이제 '사후약방문'이 됐다는 것이다.
◆'백화 현상'에 '하나 보면 열을 안다는데', 이에 대한 해법도 꾸준히 제시해야
이렇게 수돗물 강행을 하려면 ,앞으로 하나씩 둘씩 더 시간 여유를 갖고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은 일명 '백화 현상' 처리만 봐도 당장 유효해 보인다. NGO인 지구환경운동연합본부 기장군지회가 최근 잠수부 3명을 투입해 수중조사를 한 결과 상당한 백화 현상 즉 바닷물 염분 농도 변화로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죽은 바다가 되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음에도, 당국에선 별반 큰 대책 발표가 없다는 것.
간단히 설명하자면, 담수화로 바닷물을 먹을 수 있는 물로 바꾸는 것은 필터막 처리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바닷물 중량 중 약 40%를 먹을 물로 만들고, 나머지는 버리게 된다. 따라서 염분이 상당히 농밀해진 짠물이 부산물로 많이 발생해야 수돗물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
시범적 운영에도 불구하고 이미 백화라는 피해가 감지된다면, 이런 물을 멀리 내다 버리겠다는 등 답안을 줘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방사능 물 먹는 기장이라는 네이밍 효과를 얻는 것이 정말 괴롭고 실제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인식 때문에 언론사에서 질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미 서울 거래처로 보낸 미역과 다시마가 반품되는 등 피해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만으로도 그런 피해가 이미 생겼고 크며, 그래서 투쟁은 하겠지만 언론사 취재가 반갑잖은, 이걸 어떻게 답해야 우리에게 기사가 우군이 될지 고민하는 정서가 기장군민들의 마음을 춥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