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05 10:19:17
[프라임경제] 제주특별자치도가 농지에 대한 다른 목적 전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특별조사가 도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민원만 야기하고 과거 공무원의 기본업무를 방기한 것을 덮으려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논쟁이 불붙은 것.
제주도는 지난 4월 원희룡 지사가 '제주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하고 이어 제주농지 기능관리 강화를 위한 세부실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지법이 제정된 1996년 1월 이후 거래된 모든 농지에 대해 특별 조사를 벌인다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 고태민 도의원은 "도가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을 내놓고 농지에 대해 다른 목적으로 전용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효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농업인들의 민원을 야기하고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기본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농지 특별조사의 목적에 난개발 방지를 내세웠는데 난개발 방지는 다른 해당 부서의 업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농지법에 기반한 본연의 업무를 하고 농지 전용 여부 조사를 중단하거나 예산 20억원을 축소하라"고 공세를 폈다.
원론적으로는 맞고 조목조목 현재까지의 농지 관련 행정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큰 의미가 있으나, 일각에서는 현대식 행정학 트렌드에는 부합하지 않는 면이 없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농지를 전용하는 불법성을 차단하지 못하면 투기 세력에 의한 땅값 상승, 외지인 보유 농지의 확장 경향 등에 대해 방지 그물망을 치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땅값 상승이 아닌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지가 상승으로 기존 입주 상인, 주민들을 내몰고 다른 고효율 부동산 활용을 하려는 것)' 경향이 전체적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는 지역적 특성상 중요한 부분이다. 즉 반드시 난개발 시도는 당국에 의해 차단된다는 신호를 강하게 시장에 전달하고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전수조사로 모든 문제점을 들여다 본다는 공세를 펴는 것은, 문제를 저지르면 시간이 약이요 관행으로 그게 당연하게 되는 게 아니고, 언젠가는 다 털어내 적발된다는 경각심을 불법행위 유혹을 받는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
아울러 난개발 방지 정책과 농지 관련 점검은 다른 업무라 하는데, 국민(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책적으로 정보의 보호와 교류 금지를 하는 대단히 특별한 경우(금융권에서는 이런 부서간 정보 차단 필요의 케이스를 '차이니즈 월'이라고 부름)가 아니고서는 협업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수사 당국이 자잘한 일로 사람을 우선 신병확보를 해 가둬놓고 본격적인 원래 목표 사건의 증거 조사 등을 하는 별건수사 같은 일은 지양되어야 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정책적 도구나 기회의 전용은 허용되거나 오히려 장려되기도 해야 한다는 것. 아예 다른 부서의 일에 동원되는 '행정응원'이라는 개념으로 이 제주 전수조사를 통한 난개발 방지 전략 케이스를 설명할 수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아울러 과거 고의로 혹은 실수 내지 행정적 점검 능력 부재로 인해 농지의 잘못된 활용 사례를 적발하지 못한 것을 이제 와서 전수조사한다는 게 문제가 있다는 공격은 뼈아픈 지적으로 제주도 행정공무원 전반이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아무리 행정청의 기존 행보를 쉽게 뒤집지 않는다는 '공정력' 개념이 있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자체를 이런 논리로 차단하는 것도 문제다.
공복된 자의 직무 충실의무 도리를 포기하라는 이상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원천무효인 것을 오래 묵혀도 사실이나 적법이 되지 않으므로 잘못된 농지 케이스는 모두 조사해 다 바로잡겠다는 것에는 정책 판단의 하자도 없다는 점도 반론 요소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전수조사라는 대단히 손과 시간,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을 택하는 것에는 부담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우 2008년경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사태에서 선제적으로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 들어 '제주도 쇠고기=청정육'이라는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를 누린 바 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제주도는 도축되는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소 해면상뇌증)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는데, 이때 언론들이 광우병에 대비 전 두수검사를 하는 것은 제주도가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크게 주목했었다.
제주도가 이를 위해 쓴 지출은 적지 않았다. 1억2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었고, 제주동물위생시험소는 광우병 전 두수검사를 위해 전담인력 2명을 배치했고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도 완공했다.
농민·소비자단체 등이 농림수산식품부 자료를 인용해 광우병 전수검사를 하려면 드는 비용을 추산해 언론에 제보한 바에 따르면, 시설비를 제외하면 쇠고기 1kg당 425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라 했다.
제주도는 상당한 지출을 했지만 이때 전수조사라는 초강수를 띄운 효과 이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일 역시 이런 전례를 과감히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과감한 정책적 결단에 드는 비용과 일부 불편은 있겠으나, 전수조사에도 큰 동요가 없을 다수의 선량한 부동산 보유 주민들이 더 많고 이들이 보여준 준법정신에 대해 불법행위자 엄단으로 화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농지 관련 전수조사는 정당성이 언젠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