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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재문 사무관님 영면하세요"

장철호 기자 기자  2015.12.04 15: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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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일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사무관 임용 교육을 받던 조재문 선배가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49세. 필자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가끔 술자리를 하는 관계였다. 

조 선배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선천 장애인이었다. 조 선배는 대구시 동구 신서동 소재 중앙연수원에서 필기시험을 치른 뒤 점심 식사를 하다 심장 발작을 일으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연수원 의료진과 동료들은 옷을 벗어 바닥에 깔고 119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선배는 평소 혈압약을 복용했지만, 이렇다 할 건강상 적신호가 없었다. 그는 광주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아내와 두딸을 두고 있어 주위를 짠하게 하고 있다.

늘 웃음으로 대해주는 조 선배의 사망 소식에 장례식장을 찾은 지인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다"고 했다.

필자는 3일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위로했다. 넓은 장례식장을 빽빽하게 채운 조문객들에게서, 조 선배의 사람 됨됨이를 읽을 수 있었다. 장례식 내내 자리를 지켜주신 정일용 중앙교육연수원장님과 문종수 연수지원협력과장님에 감사드린다.
 
조 선배는 장애를 안고 있었지만, 누구 못지 않게 열정적으로 일해왔다. 입술을 삐죽삐죽 거리면서 뭔가 이야기 할 듯한 표정도 조 선배의 트레이드 마크다. 

특유의 붙임성있는 성격 때문에 늘 주변에 사람을 달고 다녔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사무관 시험에 두 차례 낙방하고 한번은 대상에서 제외된 뒤 4년 만에 사무관 승진 후보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4년간 조 선배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유로 몇 번 뵙지 못했다. 무심한 후배라 영정 앞에 뵐 낯짝이 없었다.

4년간 죽도록 공부해서 교육만 받으면 대한민국 사무관으로 임용되는데, 그 새를 못참고 6급 주사로 생을 달리했기에 더욱 마음이 무너진다.

조 선배는 2일 필기시험을 앞두고 전날 저녁 모 선배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두 임용되겠지만 그래도 꼴등은 면해야지"라면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했다고 한다. 장애인으로 평탄치 않은 세상을 살면서 '조 사무관'이란 말 한마디 못 듣고 간 선배가 그립다.
 
"선배, 제가 '사무관님'으로 불러 드릴게요. 조 사무관님, 좋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 다니시고, 당신처럼 비단결 같은 마음을 지닌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막걸리 한잔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