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고물품을 온라인 직거래하는 장터들을 보면 '생활기스'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기스'는 일본어로 우리말의 '흠'과 뜻이 통합니다.
생활기스는 큰 흠집은 없으나 자잘하게 보통 물건을 쓰다 보면 일어나는 색 벗겨짐이나 잔 흠집 정도만 있다는 '정직한' 표현일 수 있죠. 또 이 정도는 중고품이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식적 하자(하자 역시 일본식 법률용어라고 해서 흠이나 흠결로 바꿔 쓴다고 하죠?)이니 값을 너무 후려치지 말아달라는 '애교'이기도 합니다.
생물이 생로병사를 겪듯,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손상도 되고 고장도 일어나고 망가지는 게 순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활기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엔 좀 애매한 관리 태도를 보면 물건 임자나 관리자가 제대로 값어치를 못 느껴서 저렇게 험하게 쓰거나 다루나 싶은 생각이 들죠. 아울러 어쩐지 불성실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에르메스나 구찌 핸드백이라도 많은 흠집이 있다면 이를 들고 다니는 여성이 아무리 미모가 뛰어나도 꼼꼼해 보이진 않을 것이고, 긁힌 흔적이 많은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남성 역시 얼굴이 번드르르하고 차려입었어도 돈 있는 덜렁이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하물며 문화재 관련이라면 어떨까요. 과거에도 MT 장소로 사랑받던 남이섬으로 가는 관문인 가평은 ITX가 개통된 이래 많은 철도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가평역에는 가평이 일찍부터 사람들이 살아온 살기 좋은 곳임을 강조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문화재전시관라는 코너인데요.
강과 산이 갖춰져 물과 땔감, 먹거리 등이 웬만큼 갖춰진 터라 청동기시대 등 많은 유적, 유물이 있다는 거죠. 실제로 역사를 세울 때 청동기시대 집터 자리가 발견돼 ITX 가평역사 공간 내부에 집터 위에 두꺼운 강화유리를 깔고 사람들이 발 아래로 이 흔적을 볼 수 있게 하고 사면 벽을 빙 둘러 미니 박물관처럼 전시물들을 다량으로 비치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조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취지로 생각돼 눈길이 절로 갔습니다. 하지만 가평역에 워낙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강화유리에 흠집이 많아 전시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옥의 티처럼 느껴졌습니다.
사계절 관광객이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고, ITX도 개통되고, 지자체에 돈이 없지도 않을 텐데 기왕 만든 문화 관련 공간인 만큼 세심한 관리가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