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도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불편한 발언을 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경고' 발언에 이어 마이크를 끄는 식으로 강하게 대처해 유명세를 치른 바 있는 그는 2009년경 도의회에서 부의장을 지내는 등 그간 제주의정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꼽혀 왔다.
K씨(전 감사위원) 보조금 비리와 관련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무혐의 처리 받음) 정치 여정에 오점이 발생했다는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지역 매체에 따르면 구 의장이 이에 개입, 압력을 행사하거나 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무혐의 처리를 도 경찰에서 했다는 것이나, 다른 인사도 아닌 '바로 구성지니까' 실망했다는 '불공평한' 의견을 말하는 도민들이 나오고 있는 것.
이는 이미 그가 2009년 부의장 재직 당시 나눠먹기식 예산안 갈등을 빚는 동료 정치인들에게 "다들 가슴에 손을 대고 이번 예산심사가 공정했는지,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두고 이상한 예산심사를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던 강단있는 모습을 기억하는 도민들이 느끼는 복잡미묘한 심경 때문이다.
K씨 보조금 논란 등 도정과 의정이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점은 바로 원희룡 도지사가 제주 출신이긴 하나 출향한지 너무 오랜만에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평이 있다. 즉 '괸당 정치'에 어울리지 못하고 도의회의 고참급 지역정치인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는 것. 외지인들 기준에는 국회의원을 여러 번 역임한 원 도지사가 따돌림을 받는 지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 법대 수석에 이어 학생 운동 끝에 사법시험 수석 합격으로 지역의 이름을 높인 '제주의 아들'이기 때문. 특히 검사 발령을 받고 강력부 등에서 이름을 날린 점 등에서 인기가 없지 않을 것으로 외지인들은 본다.
하지만 감귤 농사를 짓는 등 집안이 극히 한미했고 고교 졸업 이후엔 제주와 인연이 별로 없던 그가 덜컥 중앙 정치 논리에 따라 도지사로 등장한 것에 유지인 지역 정치인들이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것. 유권자들의 선택이라는 것에 크게 존중을 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괸당 정치 논란의 중심에 구 의장이 서 있다. 특히 구 의장은 지난 10월에도 의회 운영 방식을 놓고 일부 지역 관계자들(상임위원장 중심으로 한 의원들)에게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적극적 반박과 사실 왜곡은 문제라는 훈수를 둘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구 의장은 당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초강수를 둘 정도로 자신감있게 자신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들을 제압하려 나섰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운영의 방식이 독단적이라는 비판이 일어난 배경 중 하나로 돈 문제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즉 9월말 제주도의회가 내년도 예산의 1%를 도의원 공약 사업비로 요구하는 것을 예산제도개혁협의체 논의 주제로 한다는 것을 철회했는데, 이는 '원희룡식 도정'의 승리로 분석된다. 즉 소중한 도 자산을 사실상 일부 정치인들(도의원들)이 쌈짓돈처럼 쓰도록 배당해 주는 관행으로 보고 이에 제동을 걸려 했던 시도가 결국 명분론과 여론전에서 도의회를 이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의회가 제주도 집행부에 판정패를 당하는 등으로 위상이 약해지자 불만이 지역을 대표하는 도의원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이것이 의장에 대한 불만으로 터졌다는 해석인 셈이다. 이런 터에 경찰 수사 문제까지 겹쳤으니, 오래 명성을 누려온 노정객으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낄 만 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