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돈'이 결국 제주도 자치의정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요물이 될 전망이다.
제주도의회가 낙점한 전 감사위원(위원으로 일하다 의혹으로 사퇴)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는 등 제주 지역 정치권의 판단 능력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전 감사위원 K씨는 지난 8월 공개된 감사위원회에서 진행한 영농조합법인 등 보조금 집행실태 특별감사에서 부정 수급 의혹이 불거져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권남용을 통해 전횡에 가담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정당국으로부터 받는 등 체면이 깎였다. K씨 관련 보조금이 제주도에서 편성한 예산으로, 구 의장 지역구에 배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수사 빌미가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문제는 특정 정치권 관련 인사가 부정하게 공적인 돈을 취하려 한 문제지만, 이를 계기로 도정 전반에 대한 도의회의 전횡 태도와 금전적 이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권적 태도를 깨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개선이 되지 않으면 대형 도내 비리 사안에 자치의정과 관계 지역정치인들의 의혹 고리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제주도의회는 이 같은 쓴소리를 싫어하고,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때문에 도의회 전반이 기득권 사수를 위해 대동단결하는 듯한 구태를 도민들에게 드러내고도 큰 탈 없이 정치를 계속하다 보니 만성이 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해 11월 보조금 관련 비판이 도의회에 전달된 바 있는데, 자성 대신 강력학 반박을 하기도했다.
당시 원희룡 도지사가 간부회의에서 전직 도의원 관련 보조금 횡령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도의원들은 방기성 당시 행정부지사가 출석한 자리에서 역공을 펼쳤다.
강연호 도의원은 "전직 도의원이 보조금 횡령했다고 한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 도의원 전체가 도민들에게 매도당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반발했다.
강 의원은 이어 "신문 기사를 뒤져보니 보조금 사건이 상당히 많이 있더라. 그런데 한 건을 갖고 도의원 전체를 매도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구우일모'식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경용 도의원도 "도정이 일부 공무원의 비리가 터지자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물귀신 작전, 물타기 작전을 쓰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강렬하게 도정과 의정이 충돌한 것은 이전에 불거진 재량사업비 갈등으로 도의원들의 불만이 팽배했던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도의원들이 벼르고 있다 터뜨린 게 아니냐는 것. 도의원들이 집착한 재량사업비는 거의 간섭 없이 사용할 수 있었던 돈인데, 이 알토란 같은 자금에 초선 지방자치단체장에 불과한 '원희룡 도정'이 과감히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자 불편한 관계가 계속됐고 이런 식으로 터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갈등 끝에 예산 처리 파행으로 의정과 도정이 갈등을 빚었으며, 2015년 초까지 예산안 문제가 지리멸렬해지자 행정자치부에서 '긴급 재정점검'을 착수하겠다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특별자치도로 지정된 상황에서 중앙부처까지 나서자 제주도로선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더욱이 특별자치도 관련 연구에서 실패 케이스로 제주도의 갈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일부 행정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2009년에도 예산안 부결 파행이 일어난 적도 있다. 당시 상당수 의원들이 다음 해 선거를 의식해 자기 선거구에 많은 예산을 따가고 싶어했고, 이런 수요가 충돌해 결국 파행을 빚었다는 게 당시 지역의 해석이었다.
김병립 당시 부의장은 "(도의원 생활) 12년 동안 이 같은 억지 예산, 나눠먹기 심사는 처음 본다"면서 "(우리 제주도)의회 역사상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개탄하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조금 등 돈에 조금이나마 초연한 모습을 도의회 관계자들이 보여줬다면 이번 도의회 최고 지도자가 경찰의 주목을 끄는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앞으로 어떤 도지사가 집권하고 또 도의회와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든 이런 문제는 도의회 스스로가 자성하고 자정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