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이를 데리고 휴가를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변수가 많은 해외 여행은 아예 힘들고, 국내 여행이라 해도 현지에서 아프거나 사고가 날 수도 있다. 현지에 괜찮은 병원이 있는지 사정을 미리 알아보는 건 둘째치고, 이동수단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기차나 비행기 같은 교통기관이라도 탈라치면 초등학교 학생이거나 입학 학령에 가까운 아이는 그나마 괜찮아도 3~4세 된 아이는 보호자와 떨어져 앉히기 어렵다.
우선 용어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자. 항공사들은 대개 만 2세 이하를 유아로 보고 그 이상은 소아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거의 젖먹이가 아니면 초등학생 정도로 요금 부과를 하겠다는 생각이 깔린 상업용어라서, 사전적 의미에서는 생후 1년부터 만 6세까지의 어린아이를 유아로 정의함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항공사 지칭 소아 고객 중 상당수는 사전적 의미의 유아이고, 이를 알기 때문에 비행기 발권시에는 이런 어린 아이를 동반한 고객에게는 공항에 입점한 각항공사 프론트에서 좌석 처리 등에서 배려를 하고 탑승 이후에도 승무원들이 신경을 써 주는 등 다양한 조치가 있는 게 해당업계 관행이다.
그런데 이스타항공의 경우 이런 고객 수요에 오히려 역행하는 정책을 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동반한 승객을 최대한 배려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갖고 있으나, 방법지에서 문제가 있어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
여러 항공사 이용 편의 상황을 요약하면, 여행사 등을 통한 예약 발권 외에도 온라인을 통해 일처리를 하는 것이 요새는 오히려 보편화되고 있다. 길게 줄을 서 탑승수속으로 시간을 버리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미리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표를 예약하고, 웹 체크인까지 하고 공항에 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 수요가 많은 지금 같은 시즌에는 상당한 표 쟁탈전이 이미 온라인 단계에서 치러지고 또 여기서 일찍이 상당수 좌석이 차 버리는 경우도 있다.
예약 직후에 좌석 선택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특히 상당한 시간 여유를 갖고 특정사를 택한 고객은 충성도면에 대한 우대("First comes, first gains") 차원에서라도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자리를 택할 기회를 다른 고객에 비해 앞서 갖고 싶게 마련이다. 어린 아이 일행이 있는 승객이라면 더 그렇다.
보름 전 예약을 이스타항공을 통해 제주행 티켓을 예매한 A양은 이스타항공의 아동을 동행하는 고객 배려 정책에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홈페이지 에러가 12월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불안정한 로그인-예약망 상황에 신경이 곤두선 A양은 예약 수속을 마치자 좌석 지정을 하려 하였으나, 좌석 지정이 되지 않는 점을 발견했다.
이에 홈페이지 기능 이상에 따른 일부 버그라고 생각, 며칠 후 재차 자리를 지정하고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런데 이때도 어렵자,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정을 요청하려고 하였다. 다음은 문제의 대화 내용.
A양: 지난 주에 온라인으로 다음 화~목 제주로 가는 비행기 5명 예약을 한 사람이다. 왜 홈페이지 버그를 여태 못 잡나? 자리 지정은 아직 안 되는가?
고객센터: 아, 피씨 접속 고객은 이용에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지만, 모바일은 에러가 없다. 모바일 접속으로 지정을 해도 된다. 어쨌든 예약번호를 알려 달라.
A양: 예약번호는 WYJ****이다.
고객센터: 고객님은 소아 동반 고객이라 온라인으로는 지정이 안 된다(주: 여기서 소아라는 용어는 항공사 사용 용어로, 문제가 된 케이스에서 아이들은 7세, 4세로 사전적 의미의 유아).
A양: 모바일로는 되나?
고객센터: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지정할 수 없다. 소아 동반 고객은 안 된다. 소아는 따로 배려를 해야 해서, 공항 발권 창구에서만 좌석을 지정받도록 돼 있다.
A양: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객센터: 소아의 경우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는 등 문제가 있으므로 확인을 반드시 한 후 조치한다(주: 이런 배려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실제로 성인 대비 일부할인연령이 맞는지 면전 확인을 한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A양: 그것은 상당히 촉박하게 표를 구하고 발권 창구에 나타나 자리를 달라는 경우에 대해서만 '배려'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일찍부터 접속해서 표를 구하고 돈을 미리 치르는 건 자리를 빨리 잡고 싶은 것이다. 아이에게 어른이 최소한 하나는 붙어 있도록 2-2-1 혹은 3-2, 3-1-1 등 어떻게든 경우의 수를 유리하게 짜려고 지정을 하려고 한참 전부터 예약을 하는 건데, 오히려 나중에 표를 사는 승객은 자리를 택하고 뒤로 밀리는 게 말이 되나?
고객센터: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 정 불안하면 해당 승객팀 예약 내용을 김포공항 우리 직원들에게 꼭 전달해 놓겠다.
대화 중에도 언급됐듯, 표를 급하게 구해 여행길에 오른 두 팀, 동시에 일반 승객으로만 구성된 팀과 아이를 동반한 고객 팀이 발권 창구에 나타나는 경우라면, 전적으로 이런 이스타항공의 논리 구조가 배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일반 고객들 대비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좌석 선택권이 없는 표' 구입만 한 2등 승객 처우를 받는 셈이 된다.
그나마 여행 당일 좀 일찍 공항에 나타나 수속을 한다면 모르겠으나, 만에 하나, 도로 사정이나 기타 개인적 이유로 이런 아이와 함께 예약을 한 승객이 항공기 출발과 수속 마감 시각에 임박해서야 나타난다면 모든 배려 가능성에서도 제외되는 불상사가 불가피하다. 이런 시간대라면 남은 자리 중에 어떤 경우의 수를 짜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도 있고, 결국 한참 전에 예약한 승객에게 일행과 떨어져 앉으라는 강요를 하는 결과가 된다.
다른 항공사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A양의 후속 처리 내용과 문의 내용을 종합해 보았다.
A양은 이스타항공 예매 신청을 취소하고, 에어부산으로 접속했다. 이 저가항공사는 어린 아이들을 대동한 승객도 온라인 예매 즉시 좌석을 택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저가항공사 일반의 문제는 아니다.
한편 대한항공에 문의한 결과 "어린 아이가 있어도 온라인 예약과 즉시 좌석 지정도 된다. 다만 웹 체크인은 안 된다. 이는 연령의 실제 확인 문제와 보호자가 정말 같이 타는지 등을 직원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니 양해해 달라"는 답이 왔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홈페이지 기능 오류 등은 물론 오히려 불편을 느끼는 정책 고수로 온라인 예약 고객을 잃고 있는 셈이다. 의도는 좋으나 실제 상식적으로 검토해 봤을 때 오히려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크로스 체크가 빠진 것으로 보여, 세심한 운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