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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55] '태화강 꽃차' 덖는 전문가 '한국꽃차문화협동조합'

울산시에 귀한 손님접대용 특산차 공급 등 다양한 활동 펼쳐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01 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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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태화강변에서 딴 꽃으로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외지인이 얼마나 될까. 한국대표공업도시 중 하나인 울산광역시를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오염 하천이었다. 정화 노력으로 몰라보게 빠른 회복 속도를 보여 이제는 연어가 회귀하는 수준으로 맑아졌다.

태화강에는 연어 외에도 드라마틱한 자연 환경 복구 노력의 상징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태화강 기슭에 피는 꽃이다. 울산시는 귀한 손님들에게 이 태화강 꽃으로 만든 차를 선물한다. 울산시에 이 차를 제공하는 '관급업체'이자 태화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꽃차문화협동조합'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방성자 한국꽃차협동조합 대표는 "조합원들도 모두 다 개인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다양한 활동에 대해 구상은 있어도 사실 엄두를 잘 못 내는 부분도 많다"면서 꽃차를 건넸다.

방 대표의 겸손한 모습과 달리 이 조합은 이미 울산과 부산 등 경남권을 아우르며 교육과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탄탄한 조합이다. 한국꽃차문화협동조합은 부산 기장군에 연구교육공간을 마련했으며 현재 인근에 꽃차카페를 준비 중이다.

고려시대부터 즐긴 꽃차, 덖으면 즐거움 배가

"전통차를 하는 분들은 왜 쓸데없이 꽃차를 하느냐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20년 전부터 우리 전통차를 하면서 꽃차에 대해 알고 공부하게 됐지요. 세간의 오해와 달리 (조선시대엔 꽃차가) 양반들이 마시는 차였습니다. 그리고 문헌에 나온 것은 많지 않지만 고려시대부터 우리가 꽃차를 마셨다는 것이 발견됩니다."

꽃차는 그냥 건조해 즐기는 관행이 있으나, 방 대표는 덖는 게 훨씬 이롭다고 본다. 시중의 꽃차 역시 대부분은 건조차다. 하지만 꽃에도 독성이 있다고 봐야 하므로 제다 방법에서 독을 빼는 9증9포를 하면 훨씬 더 이롭게 차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방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녹찻잎을 그대로 말려 말차(가루차)로 즐기거나 통잎을 물에 우려마시거나 하지 않고 덖는 것처럼, 꽃차 역시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방 대표는 "제다 방법 안에 '법제'라는 내용이 나온다"면서 "법제를 설명하자면 독성을 약성으로 바꾸는 방법론적 부분인데, 좋은 성분은 활성화해 크게 만들고 독성은 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중에 나온 꽃차를 접해 본 이들이 흔히 '꽃차는 맛이 없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는 평을 하는데 이런 점을 극복할 방안이 바로 덖은 꽃차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런 설명을 종합하고 일정 부분 추측해 보면, 꽃차에 대한 현재의 관심이 색에 모아지는 것도 일반 건조 꽃차의 한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 맛 대신 색으로 즐기는 차라는 한계인 것이다. 이에 비해 덖은 꽃차는 맛이 한결 부드럽고 꽃에서 우러난 은은한 수색(水色)을 즐길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방 대표가 접대용으로 내놓은 꽃차는 태화강변에서 딴, 울산시 납품용 제품이다. 은은한 수색에 떫거나 한 맛 대신 부드러움이 강하게 느껴졌다.

블렌딩 등 앞으로 신중히 연구할 부분 많아 '어깨 무거워'

한국꽃차문화협동조합에서는 이처럼 꽃을 채취하고, 덖어 제품화하고 판매하는 과정은 물론 차 교육(다도)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울산 태화강 꽃차의 경우엔 꽃을 채취하는 역할은 해당 관청에서 발주한 인력이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조합은 장애인 자활과 관련 차로 쓸 꽃을 채취하고 덖는 과정 중 일부를 교육, 장애인력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구상을 하고 있다.

오랜 복지시설 운영 경험과 사회복지학 출강 경력을 갖춘 방 대표가 학문적·실무적으로 장애인 복지에 밝기에 벌여놓은 일이다.

이에 더해 조합에선 차를 재배하는 등 기계화 및 대량 생산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여러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조합원들의 아이디어와 조합원 간 합의로 추진되는 의사결정방식은 조합 방향성의 구상이 구체화로 이어지는 원동력이자 추진력이다. 대량 재배, 대량 생산 단행도 머지않았다. 도리어 명성에 미뤄 지금까지 대량으로 생산을 하고 기계로 덖는 과정 등 일을 빠르게 진행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이에 대해 방 대표는 "돌다리 두드리듯 꽃차에 대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꽃은 오래 전부터 식용으로 사용해온 검증된 종류도 다양하게 있지만, 아직 그 효용에 대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종류도 있다는 것. 방 대표는 "현재 어느 것은 수색이 좋다, 어떤 차는 효능이 좋다 그렇다면 이걸 섞으면 되지 않을까 단순히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블렌딩의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꽃차의 위상 정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의외로 20~30대에서 꽃차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최소 1년 과정으로 교육하는데, 다른 꽃차 교육기관보다  긴 편이죠. 소믈리에 과정, 마에스터 과정 등을 다 하면 어느 새 해가 바뀝니다. 또 다른 사람들에 대한 교육을 참관, 도우면서 공부하는 지도자 과정을 밟으면 차를 생산하고 즐기는 과정은 물론, 다도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윤곽을 꿰는 사람으로 비로소 일가를 이룬다고 볼 수 있죠."

기간도 길지만 단계별로 많이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아 실제 수료자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꽃차를 배우고 익히려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방 대표는 "어떤 기대를 하고 와서 입문해도 그 이상이라는 평가가 많아 우리도 놀랄 지경"이라고 전했다.

교육 과정 등으로 덖은 꽃차 저변 확대에 노력해온 한국꽃차문화협동조합은 이제 카페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카페를 통해 한층 더 대중적이면서도 수준있는 꽃차 알리기에 새 장을 열겠다는 각오다. '기술'만 알리는 곳이 아닌 진정한 꽃차지도자 공부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게 이 조합의 소박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