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안정 속 변화' 삼성 사장단 인사…의료부문 중시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2.01 11:42:1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IS 파리 테러 등으로 글로벌 위기감이 고조되고 경기 침체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삼성그룹은 대응책으로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1일 사장 승진 6명, 대표 부사장 승진 1명을 단행하고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발표 등 총 15명 규모의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했다고 공표했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실상 첫 인사로 여겨져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는 아버지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입원한 후 정기인사까지 반년여밖에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위기 관리라는 대전제가 가장 크게 작용해 소폭 인사에 그쳤다. 같은 안정을 염두에 둔 인사라도 스케치를 넘어서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라 그가 택한 사람들의 면면에 눈길을 끈다. 

재작년 대비 작은 승진폭…'소폭 인사'로 '대규모 M&A 매듭' 이후 안정화 
 
사장 승진의 경우 6명으로, 비상 국면인 작년 3명 대비 약간 늘었지만 재작년 8명선에는 못 미친다. 자리바꿈 등으로 안정을 꾀하려는 것으로 읽히며, 승진 문은 닫혔다고 볼 수도 있다.

'틀'을 흔드는 파격 인사 내용이 없는 점도 일단 사장 등 고위층에 진입하면 안정적으로 갈 여지가 높아진다는 문이 닫힌 이너서클화 경향 강화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편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이 회장 3남매는 승진하지 않았다. 삼성물산 합병 문제에서 해외 자본에 거센 공격을 받아 전전긍긍하는 지경에 몰린 바 있고, 매번 오너 일가 상속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는 중이라 현재 상황에 변화를 주기에도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서현씨의 보직이 '패션부문'에 집중되는 몰아주기로 들어간 점은 승계 구도에서 나누기 문제가 여전히 논의 중이고 계속적으로 추진될 것임을 관측하게 한다.

지주회사 설립 등 일각의 관측대로 가기에 부담스러운 현 구도에서 크게 떼어내기 식 문제 추진을 할 가능성을 검토하기 보다는, 그룹이 현재처럼 가는 중에 몫을 서로 챙기는 안정 속 구도로 3세들이 서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서현씨는 남편 김재열 사장(스포츠사업 총괄)이 있는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겸직 업무에서 뗀다. 한편 삼성물산 경영기획담당 사장에서 패션부문장으로 명패를 확대, 변경했다.

굵직한 M&A를 몇가지 처리한 와중에 남은 주력 업무들에 대해선 장수를 바꾸지 않고 가자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여, 향후 몇해간의 JY식 인사 문제를 관측해 볼 필요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LG처럼 콘트롤타워 기능 중시

그룹 전체의 사령탑인 미래전략실도 사장급 이상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성열우 법무팀장과 정현호 인사지원팀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LG그룹이 오너 일가를 지주사로 보내 미래사업(차세대 먹거리) 개발에 총력적, 입체적인 지휘를 꾀하겠다는 내심을 드러낸 것과 유사하게 콘트롤타워에 힘을 실어주자는 뜻을 삼성 오너 일가도 했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런 그룹 인사 총론은 다소 밋밋해 보여도,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몇 가지 흥미있는 요소도 있다. 기술인재 승진, 의료기기 발전에 대한 관심 반영 등 키워드가 읽힌다.
 
삼성전자의 세트 부문 사업부 수장이 바뀌었는데 이는 실적 재도약을 주문하기 위한 채찍질로 읽힌다.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장 대표이사 사장과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겸직하던 생활가전사업부장과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줬다. '야전 사령관' 기능에 대한 독려다.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꿰찬 고동진 신임 사장은 상품기획이나 기술전략 등 여러 업무에 두루 경험이 많다. 갤럭시 S6, 노트5 등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선도해 본 이력도 이제 전체적으로 작전을 그리기 용이한 경력상 이점이다.

그간 '모바일이 풀을 쑤고 반도체가 이끄는' 국면에서 효자종목 노릇을 해 온 반도체 영역에도 한층 더 해 달라는 당부가 오너 일가에서 내려왔다. 삼성전자 선임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도 DS(반도체부품)부문장은 그대로 맡지만 종합기술원장은 후배에게 양보한다.

이는 머리를 끊임없이 쓰라는 주문인데, '경륜을 통한 통찰' 발휘는 경영 측면 전반에서 하고, 효자종목인 반도체의 초격차 전략 유지를 책임질 '아이디어 뱅크'적 생각은 기술원에서 하라는 분리인 셈이다.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바이오부문에서 사장 승진자가 나온 점, 삼성SDS 대표이사를 맡았던 전동수 사장이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옮기는 점 등도 새로운 성장 에너지를 찾는 문제에서는 변화와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JY의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