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5.11.30 16:08:31
[프라임경제] '부모 되기'라는 문제는 무척이나 많은 카테고리를 담고 있다. 임신부터 출산, 영양과 건강 등의 육아 문제는 물론 교육에 이르기까지 아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적어도 고교 졸업 이전까지 학부모 노릇도 학력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우리 사회에선 무척이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드는 자금을 운영하는 가계 문제도 떼어 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낳아 놓으면 알아서 큰다"든지 "사람은 누구나 제 먹을 것은 타고 태어난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 전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을 넘어서서 '안일하고도 무책임한 생각'으로 비난받고 있다. 결혼과 임신, 육아 등 여러 문제를 포기하는 5포 세대, 더 나아가 7포 세대까지 등장하는 시대인 만큼 '슬기로운 부모'가 되기 점점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그런 만큼 그 반작용으로 교육과 육아를 위한 노력에 관심을 갖는 이들 또한 늘고 있고 또 이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는 연구자들도 적지 않다.
아직 어린 아기를 낳지 않은 예비 부모들을 위한 교육부터 '자유학기제'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을 위한 강연까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다양한 교양과 지식을 인문학부터 노동조합 문제까지 두루 다루는 모임이 있다.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이하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은 2013년 연말 창립을 준비하는 모임과 공감대 형성을 마치고 2014년 4월 초 조합 수리인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요새 울산에서 괜찮다 싶은 주제거나 세간의 관심을 모을 만한 핫한 대중강연 중 상당수는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이 기획하거나 합동주관 등의 형식으로 마련한 것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초 철학자로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강신주씨를 울산 시민들이 편하게 시내에서 만날 기회가 생긴 것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과 울산중공업노동조합이 협업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설립 1년만에 15개 단체 조합원 활발한 협력 활동…조합원 100명 돌파 기염
협동조합 형식으로 꾸려지는 만큼, 마음이 맞는 조합원들이 다양한 문제에 대해 격의없이 의논하고 토론, 공부하는 데 적합한 활동 체계를 갖고 있다.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은 최근 북유럽으로 해외 교육 탐방을 다녀오는 등 다양한 탐방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대구 안식마을과 부산 혁신학교 견학 등 국내에서도 다양한 곳을 탐방 대상으로 잡아 끊임없이 타산지석을 꾀하고 있다.
탐방은 20~30명 규모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작은 탐방의 경우 봉고차 한대로도 기동성 있게 소조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한편, 조합원이 아닌 울산 주민들을 위해 대규모 대중 강연도 부지런히 꾀하고 있다. 대중 강연은 100명 정도 되는 규모부터 울산시청 강당 등을 빌려 400명짜리 등 다양한 크기와 내용으로 진행한다. 조합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할인되는 가격으로 들을 수 있고, 시민들로서도 좋은 행사를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광범위한 활동이 가능한 것은 이미 시민운동 특히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운동가들이 부모학교 형식으로 모임과 행사를 치르며 축적한 노하우가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태동의 원동력으로 이식됐기 때문이다.
'ADHD는 없다' 등으로 틱 장애 등 여러 문제를 개인이나 가정의 책임으로 돌릴 게 아니라 사회와 학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어젠다를 던진 것으로 부모학교를 기억하는 울산 주민들이 있고, 이들이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이 주관하는 행사에 흥미를 갖고 왔다가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반가워하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숲, 인문학을 다루는 페다고지부터 울산 대표 기업 노동단체인 현대중공업노동조합 등 다양한 조직체들이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준비 단계부터 실제 출범, 활동까지 함께 하고 다양한 의견과 힘을 보탰다. 현재 15개 단체가 단체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개인 회원 유치도 순조롭게 이뤄져 100명 회원을 돌파한 상태다.
◆탈학교 청소년과 예비부모까지 관심…다양한 부모 공부 '올-인원' 탐색 지향
부모학교는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의 모체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14년 상반기 중에 먹거리, 책읽기, 장애인 부모가 말하는 더불어 사는 삶 등 다양한 화두로 남구, 북구, 동구 등은 물론 울산 인접 울주군까지 프로그램을 가동해(구별로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개별적으로 시작, 진행) 알차게 구성되며 시선을 받은 행사다. 특히 위에서 설명했듯 지난해 4월 조합의 인가가 이뤄진 상황을 감안하면 조합의 이름을 널리 알린 사실상 첫 무대였다고도 할 수 있다.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이 공을 들이고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낸 최신 아이템은 바로 자유학기제 문제. 울산 A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시범 학교로서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과 연을 맺으면서 자유학기제 정착과 이를 위해 필요한 각종 방과 후 교육 등 다방면에서의 교육 내실화와 학생의 주체성 함양 등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체험과 만들기에 한정되던 실무 관행에서 진일보해 인권과 NGO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 전환을 이뤘다는 점에서 학교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조합이 두루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었다고 한다.
노동 관련 이슈에 대한 교육과 관심 제고에 노력을 기울인 점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의 이색적인 활동 중 하나다.
노옥희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대표는 "울산은 공업도시이고 많은 주민이 노동자인데 막상 노동자의 부인들이나 가족은 노동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적은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현대중공업노동조합과 노조원 가족을 모아 강연을 하거나 탐방 프로그램을 하는 등 활동도 모색한 배경을 설명했다.
예비 부모를 위한 학교를 열었던 기억도 여전히 강렬한 기억으로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에게는 남아 있다. 부모학교에 우선 에너지를 모으는 것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지만 앞으로 젊은 사람을 더욱 많이 받아들이고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놀이 강좌 등 여러 아이템을 모색하는 '가까이 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가는 게 꿈이라고 노 대표는 말했다.
실제로 예비 부모에 해당하는 미혼 남녀들이 일찍부터 관심을 갖는 것은 큰 기쁨이다. 막 고등학생 나이쯤 혹은 고교를 졸업한 나이 정도의 탈학교 청소년들의 경우엔 수강료 할인 등 혜택을 준 바도 있다.
아울러 서울특별시의 경우 부모학습지원조례가 이미 마련됐지만 울산 등으로 확산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있는 부모 관련 활동 단체들이나 기구들과 상호 교류를 모색하는 것과 각종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다고 부연했다.
조합에 가입한 단체 회원을 통해 청소년 교육 등 실질적인 여러 파트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모든 교육과 부모노릇의 문제와 주제(올-인원)에 관심있게 연구한다. 그래서 직접 일들을 다 처리하지는 않으나, 단체 회원으로 가입한 각종 조직들과 의논해, 교류와 협력이 이뤄져 실질적으로 답을 찾으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노 대표는 "저희 조직 자체가 어떻게 클지만 생각하기 보다는 '아카이브' 같은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내에 존재하는 부모 내지 교육 개념 하에 다뤄질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전부 나누고 조언할 수 있는 CPU 같은 지역 단체가 뿌리를 내린 만큼 부산이나 경주 등 인접 지역의 부모 활동 조직들에게 귀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