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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R 시험대 오른 중국 위안화…다음은 '기술 생태계'?

해외 투자로 중국 우호 수요 늘려 韓 전자 메이커의 '초격차전략' 무력화 가능성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1.27 10: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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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국이 글로벌 패권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긴 도광양회의 시간을 뒤로 하고 경제 전방위에 걸쳐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착착 진행 중이라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오는 30일에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에서는 중국 위안화 SDR 편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미 IMF의 실무 보고서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 적정성에 대해 부정적 언급이 있었던 데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한다는 발언까지 나온 상황이라 통과 불발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반응은 자국이 강력히 반대해도 중국의 진출을 결국 막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친화적 레토릭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미 2010년에도 SDR 채택을 위해 노력했으나 좌절을 맛봤다. 중국은 위안화가 달러화나 유로화, 엔화처럼 무역 및 금융 결제통화로 폭넓게 사용되기를 바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면서 이 자리를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꿰찰 야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글로벌 결제에서 0.5%가량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2.5% 이상까지 위안화 결제 비중이 커지면서 중국의 야심에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고 있다. 다만, 위안화 사용 비중은 중국과의 무역 관련성이 큰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발휘된 영향력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아직 국제 시장에서의 위안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는 비판이 유효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경제적 위상에 맞는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위안화의 SDR 편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미국에 달가울 리 없다. 일명 '달러 함정(dollar trap)'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수를 쓰는 게 보이기 때문. 물론 미국 국채가 안정적 자산인 것은 분명하고 투자 대상으로 사랑받을 만한 것도 확고한 사실이다. 다만, 달러 함정이란 이미 사들인 미국 국채를 매각하지도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현재 중국은 여기 해당한다는 시각이 많다. 즉 일정량 이상 미국 국채 보유량이 누적되면, 이를 털어낼 때 자신이 움직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시장이 민감히 반응해-즉 부정적 뉴스로 받아들여-제값을 받고 처분하기 어려워지는 것.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에 끌려 다닐 의향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일본과 중국이 큰 폭으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였다고 한다.

중국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데는 SDR 편입 이후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축 자산인 미국의 달러화를 보유해야 할 필요 없이 자국 통화 기준으로 부를 축적해도 되는 시기가 조만간 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런 중국의 미국에 대한 위상 강화 예측은 한층 더 강력한 정책 추진의 배경이 되고 있다.

물론 최근 성장률 둔화로 중국이 해외 투자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6일 올해 상반기 중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 동기에 비해 40%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중국의 해외 투자 전략이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은 중국이 앞으로 5년간 1조달러(한화 1150조원가량)선의 대외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24일 중국-중·동부 유럽국가 경제 포럼에서 "향후 5년간 중국의 해외 투자액은 1조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구상에 따르면 중국은 같은 기간 10조달러 상당의 상품도 수입한다고 해 상호 교류의 대의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이 진출하고 투자하는 규모 중 상당액은 중국 기술과 물건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일정한 수수료를 들여서라도 자국 물건을 사들이고 발전해 나가는 기술력의 산물들을 소비해 줄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과거 미국의 원조를 받았던 많은 국가들이 미국산 물품 구매로 상당 부분의 부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이 같은 구조는 실리추구 외에도 기술적 생태계 구축으로 경쟁 국가나 선도 국가들에게 타격을 주거나 에너지를 상쇄시킬 수 있는 비책으로도 기능할 전망이다.

이 같은 투자와 중국산 물품(특히 IT 등 중국이 야심차게 발전시키고 있으나 아직 글로벌 수준급까지 확고히 위상을 잡지 못한 부분)에 대한 소비 촉진은 IoT 생태계 구축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 가전 메이커 샤오미는 특허 분쟁으로 본격 수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보다 자유로운 선도 메이커인 화웨이 등이 이 혜택을 입고 여러 나라 특히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선점적 생태계 확보를 한다면 삼성이나 LG 같은 우리 전자업체들이 입을 무형적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시진핑 중국의 새 깃발 혁신과 개방' 보고서는 중국의 과거 5개년 계획이 높은 이행도를 기록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번 13차 규획의 양적 지표들도 달성 가능성이 높다는 것뿐만 아니라 당국의 모든 구상, 제조 2025 안건이나 대외 투자 강화 등이 빈 말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