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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 칼럼] 이슬람식탁까지 넘보는 '검은 종이' 김

송준 칼럼니스트 기자  2015.11.26 15: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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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수산물은 다양하고 풍부하다. 청정해안의 수산물들은 품질이 높아 여러 나라에 수출해왔다.

수출 1위 수산물은 무엇일까. 굴비, 전복 등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다랑어다. 어민들이 공해 상으로 나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참치라고도 불리는 이 다랑어를 잡아 해외로 판매하고 있다. 그 뒤를 김이 잇고 있다.

김은 먼 바다가 아닌 대한민국의 청정바다에서 나고 자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나라에서 나는 수산물 중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품목은 김이다.

김으로 이름 난 고장으로 광천, 서천, 대천 그리고 완도 등을 꼽을 수 있다. 남도의 완도를 뺀 지역 명을 보면, 공통적으로 하천을 뜻 하는 '천(川)' 자가 들어간다. 하천, 강에 김 맛의 숨은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세계에 5개 밖에 없다고 하는 광활한 황해 갯벌은 다양한 생태계의 보고다. 청정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곳이 김의 성장에 유리하다. 민물 속의 부유물질이 품질 좋은 김을 잘 자라도록 돕는다.

김에 고소한 기름과 소금이 발라져 있는 조미 김이 밥상에 자주 올라오지만, 과거에는 김을 구워, 밥을 떠서 양념간장에 묻혀 싸서 먹는 재래 김이 대부분이었다.

김은 100장을 묶어 한 속이라고 칭하는데, 조미 김의 경우 한 속이 보통 250g쯤 된다. 김 한 장이 2.5g 정도로 두께가 얇다. 하지만 초밥집 등에서 쓰이는 마른 김(김밥김)은 한 속이 350g 정도로 두껍다.

파래가 섞여 있는 김을 과거에는 잡초 취급 했지만, 요즘은 파래 김이 인기가 좋다. 향과 영양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매생이도 김 양식에 있어서는 천덕꾸러기 신세였지만, 뛰어난 영양과 효능 덕에 근래에는 매생이를 따로 양식하기도 한다. 돌김은 양식이 아닌 바위에 붙어 있는 김을 떼어내 만든 김으로 조직이 듬성듬성한 거친 표면이 특징이다. 

서양인들에게 김은 생소한 수산식품이었다. 1851년 런던에서 최초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처음으로 김이 서양인들에게 소개됐을 때,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김은 '검은 종이'처럼 보였다고 한다. 글씨를 쓸 수 없는 의아한 검은 종이. 시간이 흐르면서 김의 영양학적 가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샀고, 김의 매력이 세계 곳곳에 퍼졌다. 

전통적으로 김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주로 소비 돼 왔다. 최근엔 태국에서 김 스낵이 인기를 끌면서 태국으로의 수출량이 늘고 있다. 또 이슬람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다양한 김 제품이 세계인의 식탁에 두루 오를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송준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